전국공공운수노조, “죽음의 착취 구조 개선하라” 주장
관리사 직접 고용 주장에 대해서는 평가·반응 엇갈려
한국마사회, “깊은 애도…근로 여건 관리 감독 강화할 것”
지난해 국감서 ‘임금집행률 평가’ 산정 근거 없어 지적

P 관리사의 사건은 기존과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대대적인 언론 보도에 이어 새 정부 출범 시국에 발맞춰 정치권과 노조 측에서 깊은 유감의 표시와 함께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2008년 전국공공운수노조 부산경남경마공원노조(이하 공공노조)에 가입하고 2012년부터 대의원으로도 활동한 P 관리사가 5월 17일 은수미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전화로 상담한 사실이 알려졌고,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함께 적극적으로 관리사 문제를 바로 잡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다.

사건 당일 유족으로 위임장을 받은 공공노조 측은 “故 P 조합원 죽음으로 한국마사회의 하청 재하청 착취구조에 항거한다”며. “한국마사회는 죽음의 착취구조를 없애기 위한 근본 대책 마련하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후 공공노조 부산본부는 긴급 운영회를 열고 대책위원회 구성을 논의했다.

이튿날은 조상수 공공운수노조 위원장과 조합원 간담회를 진행해 마사회에 대한 세부 요구안을 확정하고 최원일 부경본부장과 만나 답변을 요구했으나 유가족 보상 문제(산재 인정) 외에 제도 개선 문제에 대해서는 관계없다는 입장을 확인받았다고 밝혔다. 29일에도 기자회견을 열고 “마사회는 공정경마로 포장된 죽음의 경주를 멈추라”고 했다. 30일에는 공공운수노조 명의의 성명서, “한국마사회 P 마필관리사 죽음에 대한 책임 방기, 모르쇠 일관”도 발표했다.

이후 현재 부산경남경마공원노조 사무실과 민주노총 부산본부, 공공운수노조에 분향소를 설치했으며 부산을 넘어 렛츠런 문화공감센터를 중심으로 전국 동시 다발적 투쟁은 물론 한국마사회 본관 투쟁도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공노조가 요구하는 5개 요구안은 △관리사 직접 고용 △진정성 있는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 △노동 탄압 중단 △故 P 관리사 명예 회복 및 피해 보상 그리고 조교사 갑질 금지다.

요구안에 따르면, 말 관리사 업무는 주요·상시 업무에도 변형된, 을(乙)에도 끼지 못하는 간접 고용 형태이기에 직접 고용해야 하며 고용 및 임금 체계 개선(임금 체계 투명성 확보, 기준 확립 및 공개), 산재발생률 감소를 위한 적정 인력 확보와 관련해 노동조합과 협의를 통해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공식 자리에서 사과하고 게시판 등에 사과문을 게시할 것과 현장 관리 감독 강화와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할 것과 해고된 노조위원장의 복직과 노동조합의 인정과 활동을 보장하라고 하고 있다.

6월 1일 오전 10시에는 국회 정론관에서 ‘노조 탄압, 다단계 착취 구조로 故 P 조합원을 죽음으로 내몬, 한국마사회의 사죄와 해결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명의의 성명서는 “P 관리사의 죽음은 문재인 대통령이 ‘공공부문부터 비정규직 제로시대 열겠다’는 선언 이후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에 대한 사회적 기대가 높아지는 가운데 발생한 참사여서 더욱 비통하다고 운을 뗐다.

또한 “한국마사회는 말 관리사의 노동 조건, 고용 관계와 관련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시행처인 마사회가 조교사의 면허승인권, 박탈권, 정지권을 가지고…관리사에 대한 고용승인권을 가지고 있어 채용 관여 등 실질적 권한을 가지고 있다”고 밝히며 공정 경쟁이라는 미명 아래 관리사들 착취가 자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날 간담회에는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을지로위원회 위원장), 김현권 더불어민주당 의원,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참여했는데 이낙연 신임 국무총리도 예정 없이 간담회 장소를 방문해 “이번 문제를 관심 있게 들여다보겠다”고 말했다.

7일 공공노조 관계자는 “(P 관리사가 죽은지) 12일째이지만 아직 고인을 보내드리지 못하고 있다”며, “한국마사회와 조교사들은 사태 해결을 위한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라”고 말했다. 공공노조는 10일 토요일 오후 2시 한국마사회 부산동구 문화공감센터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예고했다.

이에 대해 한국마사회는 “공정성이 가장 중요한 경마는 금전을 베팅하는 특성상 서로 이해관계가 얽히면 얼마든지 승부조작이 가능하기 때문에 구성원 간 경쟁성을 담보하지 않으면 경마의 공정성을 해칠 수 있다”며, “전 세계적으로 조교사가 관리사를 직접 고용하는 ‘개별고용제’로 운영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한편, 이 문제와 관련해 지난해 한국마사회 국정감사에서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박완주 의원(더불어민주당·충남천안을)이 관리사 고용 방식이 부당함을 지적한 문제가 재거론되고 있다.

박완주 의원에 따르면, 부산은 조교사가 관리사를 개별적으로 고용하고, 상금도 조교사가 자의적으로 배분하게 되어있어 상금 배분이 투명하지 않은 실정. 2016년에 대회에서 우승하고 상금을 탔다면, 서울의 경우 상금의 8.94%를 조교사가, 관리사는 7.97%를 가져가도록 명확하게 배분이 되어 있다. 반면 부산은 조교사가 관리사 몫까지 총 17.03%를 가져가지만 상금을 다시 조교사와 관리사 몫으로 배분하는 것은 순전히 조교사의 권한이다. 따라서 관리사는 자신이 얼마의 상금을 받아야 하는지 전혀 알 수 없다.


부산은 2012년부터 조교사에 대해 임금집행률 평가를 매년 시행하고 있다. 조교사가 관리사에 지급해야하는 총 금액 중 실제로 얼마나 집행했는지를 평가하는 제도다. 그런데 박완주 의원이 확인한 결과, 평가 기준 금액은 산정근거가 없고 조교사가 집행했다는 금액에 대한 검증도 전혀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

박완주 의원은 국감 당시 “부당함을 호소하는 관리사는 여전히 많은데 지난해 31명의 조교사 임금집행률이 모두 100%를 넘었다”는 점이 그 반증이라며 “마사회가 관리 감독은커녕 조교사 편에 서서 방관하고 있다. 마사회는 즉시 계약 체계 변경을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은 P 관리사의 장례식장 앞에서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공공노조 측은 관리사 직접 고용과 조교사 갑질 금지 등 5개 요구안을 주장하고 있다(사진 제공=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이용준 기자 cromlee21@horse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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