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ㅠㅠ
윤 한 로



봄이 되고
오랜만에 안양 학교에 올라갔더니
ㅠㅠ가 엽서 한 장 쿡, 찔러 주곤
무어라 말을 할 듯, 그러나 못 붙이더라
다시 애들 속으로 들어가고 말더라

돌아오는 길
석수 역 벤치에 앉아 ㅠㅠ의 엽서를
뜯는다

선생님을 둘러싼 하늘과 시간과 하루가
맑고 푸른 것이었으면 좋겠어요
이다 그건 순전히
저를 둘러싼 하늘과 시간과 하루가
맑고 푸른 것이었으면 좋겠다는
뜻일 터

얘가 그만 시를 접은 겔까
멀대 같은 ㅠㅠ



시작 메모
ㅠㅠ. 세월호 아픔에도, 곰의 순수함에도, 저 하늘 꼭대기 까마귀의 진실에도 ㅠㅠ. 노숙자들 황혼에도, 퇴직하던 해 봄 가재골 양철 지붕을 때리는 봄 빗방울에도, 어렸을 적에 아버지 오입가 돌아오지 않던 된 밤에도, 그 밤 파랗게 걷히고 새벽 이슬 머금어 좀 시금털털한 앵두 이스라치에도 ㅠㅠ. 마지막 학교 제자 새얀이의 방황과 갈등에도 난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