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산업저널-대한민국 최초 말산업 전문신문

대한민국 행복 일자리 -LH와 함께해요! - 한국토지주택공사

달 (윤한로 詩)

서석훈2012.10.06

달 윤 한 로 야자 끝난 학교 내리막 길 긴 얼굴에 커다란 꼰대 양복 나 이제 번뜩이는 재치도 기억력도 화려한 말빨, 수수한 외모도 다 죽었구나 오로지 겸손함만 남았는가 으스스 가을 바람 한줄기 찔끔, 가랭이 속으로 깃들곤 사닥다리 쓰러진 모과나...

당나귀 신사(124) - 로맨스와 리얼리즘

서석훈2012.10.06

40대 동영상 제작자와 천하제일 모델 고대해가 한정식집에서 일금 삼만 오천원 짜리 코스 에이에 소주 두 병을 주거니 받거니 하며 잔잔한 대화를 이어 간 지 어언 한 시간이 지났다. 여기서 잔잔한 대화란, 분위기 자체가 선술집처럼 떠들고 마시는 데가 아니고 음식 하나하나도 ...

미얄 영감 (윤한로 詩)

서석훈2012.09.22

미얄 영감 윤 한 로 동리 영감도 석자 세치 말당 영감도 석자 세치 제주 망막골 미얄 영감도 석자 세치 쓴 도토리 감자 먹고 미얄 영감 망을 쪼듯 말당 영감 시를 쓰고 동리 영감 소설 썼지 골방 속 햇빛 별빛, 왼갖 들창 바람 싹싹 다 핥아먹고 훔쳐...

당나귀신사(123) - 한 잔 드시죠

서석훈2012.09.22

남녀가 만났을 때, 특히 처음 만났을 때, 그 두 사람은 자신도 모르게 상당히 경직되고 형식적인 태도를 선보이기 마련인데, 음식을 앞에 두었을 경우에도 정신없이 집어먹는 평소의 습관일랑 온데간데없고, 신중히 마치 타자가 공을 고르듯 눈으로 접시 하나하나를 잘 살펴본 다음...

당나귀신사(122) - 음식과 대화를 마냥 맛보며

서석훈2012.09.15

"에이 코스로 해요." 고대해가 한 이 말은 어떤 가격대의 메뉴를 선택할 것인가 사뭇 긴장하며 서 있던 여종업원에겐 적지 않은 충격을 주었다. 종업원은 좀 더 고가대의 메뉴를 선택하도록 적극 권하지 못한 자괴감이 뒤섞인 얼굴로 "에이 코스요?" 하고 한 번 확인하는 절차를...

벽 (윤한로 詩)

서석훈2012.09.15

벽 윤 한 로 바보 똥개 담벼락 그리운 그 욕들 갑자기 어릴 적 궤짝 책상에 엎드려 코 훌쩍거리며 바보가 되고 싶고 똥개가 되고 싶고 까마귀도 되고 싶고 지게작대기도 되고 싶고 아, 바보가 꽃이라면 똥개는 별 시작 메모 “윤선생은 ...

당나귀 신사(121) - 에이 코스로 해요

서석훈2012.09.08

40대 동영상 제작자가 고대해 모델에게, 한정식집에 마주 보고 앉아 어서 메뉴판을 열어보시라고 함에 따라 고대해는 은박 입힌 그 육중한 메뉴판을 좌우로 활짝 열어젖혔다. 웬만한 여성이면 심장이 떨려 조심조심 열어보며 가격을 훔쳐보았을 터인데, 그리고 만감이 교차하는 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