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호에 이어 ‘포트스톡턴’의 자마 2두를 더 살펴보자.
2번의 연재에 걸쳐 ‘포트스톡턴’ 자마중에서 단 1두도 1800m 입상이 없단 글을 쓰기가 무섭게 마치 비웃기라도 하듯 지난주 첫 입상마가 나왔다. 바로 34조의 3세 수말 ‘자승가강’으로 시종 일관 불리한 레이스 전개에도 불구하고 2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오늘은 ‘자승가강’이란 경주마의 혈통을 먼저 정리해보자. ‘자승가강’의 혈통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모마 ‘두만강’이다. 사람으로 따지면 환갑에 해당하는 24세의 고령의 씨암말 ‘두만강’은 첫 자마 ‘내고향’(암, 38전4승1회)을 시작으로 ‘소공자’(거, 36전6승3회, 1등급), ‘영달’(암, 27전1승), ‘슈퍼챔프’(거, 26전5승6회, 국산1군), ‘나르새’(수, 43전5승8회, 국산1군), ‘기찬’(암, 8전0승0회), ‘대행운’(암, 13전1승2회), ‘자승가강’(수, 8전2승4회)까지 모두 8두의 자마들이 실전을 치렀다. 공교롭게도 자마 8두를 살펴보면, 수말의 절대 우승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을 것이다. 배출한 수말 4두중 3두가 최고군까지 승군했고, 현 추세를 봤을 때 ‘자승가강’도 큰 문제만 없다면 최고군까지 승군이 기대되고 있다. 그에 반해서 암말 4두는 모두 중간 이하의 성적을 거둬,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특히 ‘두만강’의 대표자마 ‘나르새’나 ‘슈퍼챔프’는 ‘글로리화이’와 ‘킹스뷰우’같이 별 볼일 없는 씨수말들 사이에서 태어난 자마이고, ‘자승가강’ 역시 단거리 혈통으로 분석되는 ‘포트스톡턴’ 사이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더욱 그 가치가 크다고 할 수 있다. ‘두만강’의 혈통은 호주에서 최고의 번영을 구가한 ‘마이바브’(My Babu)-‘베터보이’(Better Boy) 계열. 2대부 ‘베터보이’는 호주에서 1966년, 1971년, 1972년, 1977년 리딩사이어를 차지한 것을 비롯해 79년, 80년, 81년, 82년에 걸쳐 4년 연속 리딩브루드메어사이어에 올랐던 호주에 대표적인 혈통이라 할 수 있겠다. 국내와 다르게 장거리 경주가 주종을 이루는 호주 경마의 특성상, 리딩사이어가 되기 위해서 상당히 장거리 우수마를 많이 배출했을 것이고 그래서 ‘두만강’의 수말 자마들이 유독 거리적성이 길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이렇게 ‘자승가강’은 부계보다는 모계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에 다른 ‘포트스톡턴’의 자마와는 다르게 장거리까지 제몫을 해줄 것이란 기대치가 나온다.
또 한 마리의 ‘포트스톡턴’의 자마 ‘스피드헌터’를 살펴보자.
‘스피드헌터’는 마명 그대로 스피드가 뛰어나 1000m에서만 3번 우승을 차지한 마필이다. 계속 1000m를 뛸 수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국산3군인 그에게 더 이상의 1000m 출전은 기회조차 없어 최근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마필이다.
‘스피드헌터’는 부마 ‘포트스톡턴’ 못지 않게 모마 ‘니샤야’의 거리적성도 짧다. ‘니샤야’(Nyshaya)의 부마 ‘라스트타이쿤’(Last Tycoon)은 2세마 시절 영국과 프랑스 챔피언 스프린터가 된 것을 비롯해, 1000m와 1200m 스프린터 경마대회를 싹슬이한 전형적인 스프린터였다. 자마들의 거리적성도 비교적 짧은 편으로 마일(1400m-1900m) 이상의 거리에서는 한계를 드러낸 자마가 많았다. (Classic 우승 자마도 있긴 하다) 이러한 거리 적성의 한계 때문에 ‘라스트타이푼’은 씨수말로 호주 리딩사이어 상위권을 넘나드는 수준에 그쳤던 것으로 판단된다.
‘스피드헌터’는 이와 같이 부마나 모마가 모두 거리적성이 지극히 짧기 때문에 1200m를 넘어가는 거리에서 전혀 적응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작 성 자 : 김중회 ringo@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