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경마에서 가장 특징적인 면이 있다면, 바로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암말강세’다.
물론 국산 최고의 명마 ‘새강자’는 수말(거세마)이었지만, ‘새강자’를 제외하곤 대부분의 국산 명마들은 암말이었다. 마명 그대로 국산마의 당대제일이었던 ‘당대제일’, 최고의 도주마 ‘자당’, 3세마 경주 삼관왕 ‘해암장군’ 등이 모두 암말이었고, 5번의 코리안더비를 치르면서 암말이 3번 우승을 차지했다.
물론 국내에 수입된 외국산 경주마들도 암말들의 활약이 많았다. 그러나 이것은 저가의 가격에 경주마를 구매하다보니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현상이고, 똑같은 여건에서 자마가 생산되는 국산마는 상황이 다르다.
이렇게 암말이 강세를 보이는 가장 큰 원인은 처음으로 씨수말을 수입하던 90년대 초반, 씨수말의 부마 혈통만 보고 씨수말을 수입했던 것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특히 집중적인 ‘노던댄서’ 혈통이 당시 씨수말 수입의 주류를 이뤘는데, 이 과정에서 모계 쪽의 혈통은 부계 혈통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평가 절하된 경향이 짙다.
‘새강자’를 비롯해서 유독 수말 자마들이 강세를 보이는 ‘피어슬리’의 모계가 거리적성이 긴 ‘로베르토’ 계열이라 점, 역대 최고의 가격으로 수입한 씨수말 ‘라시그니’가 부계 혈통의 우수성에 비해서 모계 혈통은 너무나 떨어진다는 점은 우리가 생각해볼 문제다.
따라서 최근 한국마사회가 씨수말 수입을 그동안의 부계 혈통에 초점을 맞추던 것에 비해서 모계 혈통도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수입하기 시작했다는 점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앞으로 지속적으로 이렇게 모계 혈통이 우수한 씨수말을 수입하기 시작한다면, 국내 경주마들의 판도도 수말의 절대 우위로 서서이 바뀌어가지 않을까 하는 분석이 든다.
2003년부터 교배를 시작한 씨수말은 모두 3두다. ‘듀앨러티’, ‘디스틸드’, ‘버스터즈데이드림’ 등이 그들인데, 오늘은 그중 가장 비싼 가격에 수입한 ‘듀앨러티’부터 살펴보자.
‘듀앨러티’는 최근 최고의 몸값을 자랑하고 있는 ‘시킹더골드’(Seeking the Gold)의 자마다. ‘시킹더골드’는 2000년 미국 리딩사이어 2위까지 올랐으며, 교배료만 해도 225,000$(한화 약 2억7천만원)을 자랑하는 높은 몸값을 자랑하고 있다. 대표자마로 두바이월드컵 우승마 ‘두바이밀레니엄’(Dubai Millennium)이 있고, 그 외에도 스테익스 우승 자마가 50두에 다다른다. 또한 1세마 경매에서 평균 645,366$(한화 약 8억원)이란 높은 가격에 낙찰되기도 했다. 그 자신이 G1-2승마이기도 했던 ‘시킹더골드’는 ‘미스터프로스펙트’의 자마중에서도 가장 우수한 자마중에 1두이며, 단거리부터 중거리까지 거리적성이 다양하다는 장점도 있다. 또한 ‘시킹더골드’의 모계혈통은 미국 브루드메어사이어를 4번이나 차지한 ‘벅패서’ 계열로 전혀 다른 혈통과의 만남으로 인해서 건강한 유전자를 보유했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한편 ‘듀앨러티’의 브루드메어(모의 부)는 영국 엡섬더비와 프랑스 개선문상을 비롯해 G1-6승에 빛나는 ‘로베르토’(Roberto)다. ‘로베르토’는 자신의 성적도 뛰어났지만, 씨수말로도 대단한 활약을 펼쳐 북미 리딩사이어와 리딩 브루드메어사이어 상위권을 넘나들은 우수한 씨수말이었다. 대표 자마인 ‘크리스에스’(Kris. S)는 미국 리딩사이어에 등극하기도 했으며, 프랑스 더비 2위를 차지한 ‘리얼샤다이’(Real Shadai)는 일본으로 팔려가 93년 일본 리딩사이어에 등극하기도 했다. 이와 같이 ‘로베르토’는 자마들에게 우성의 혈통을 전수해 준다는 점에서 기대치가 높다고 할 수 있겠고, 거리 적성이 긴 장거리 우수마가 많다는 점도 플러스 요인이라고 할 수 있겠다. 국내에 있는 ‘피어슬리’의 브루드메이가 바로 ‘로베르토’인데, ‘피어슬리’의 수말 자마들이 뛰어난 활약을 펼치는 것도 바로 ‘로베르토’의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따라서 ‘듀앨러티’는 교배에 투입될 경우, 수말 자마들의 활약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 다음호에 계속
작 성 자 : 김중회 ringo@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