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6년부터 국내 씨수말로 데뷔한 ‘리비어’는 국내 씨수말중에서는 가장 대기만성형 씨수말이라 할 수 있다. 자마들이 대부분 왜소하지만 지구력이 좋은 자마들이 많고, 상위군까지 승군이 쉽지 않아서 그렇지 안될 것 같으면서 제몫을 해주는 자마들도 은근히 많다. 얼마전 국산1군에서 우승을 차지한 ‘감동의물결’(수, 5세, 49조)이나 국산1군에서도 상당 기간 뛰어준 ‘상공’(암, 번식용)같은 마필을 보면 자마들의 특징을 어느 정도나마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또한 2002년 토탈 리딩사이어 순위는 3위였지만 4세 이상마 리딩사이어 순위가 2위였고, 2003년 토탈 리딩사이어 순위는 9위였지만 4세 이상마 리딩사이어 순위가 3위였던 것만 보아도 ‘리비어’ 자마들의 특징은 대략적으로 윤곽이 잡히지 않을까 싶다.
‘리비어’는 부마 ‘댄싱브레이브’(Dancing Brave)와 모마 ‘빈트파샤’(Bint Pasha) 사이에서 태어난 마필로 아일랜드에서 경주마 생활을 했고, 블랙타입 5승을 포함해 21전 7승을 거둔 전형적인 중장거리형 마필이었다. 이러한 ‘리비어’는 잔디에 적성을 두고 있고, 거리 적성도 좀 긴 편이라 사실 국내경마 여건에 맞는 혈통이라고는 보기 어렵다.
‘리비어’의 부마 ‘댄싱브레이브’는 태어나긴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경주마 생활은 주로 영국에서 했고, 씨수말 데뷔 이후 일본으로 팔려가 씨수말 생활은 주로 일본에서 했던 마필이다. 경주마 시절의 ‘댄싱브레이브’는 엡섬더비(2400m) 포함 G1 4승을 거둔 중장거리형 마필로 86년에는 영국과 프랑스 연도대표마가 되기도 했던 명마였다. ‘댄싱브레이브’의 부마는 ‘노던댄서’의 자마중 한 두인 ‘리파드’(Lyphard)로 혈통적으로는 부계와 모계 할 것 없이 엄청난 활약을 했던 씨수말이었다. 특히 ‘리파드’ 혈통은 일본에서 관심이 많았고, 그래서 ‘댄싱브레이브’도 일본으로 팔려간 것으로 보인다. 또한 ‘댄싱브레이브’는 지독한 앵무새 입이었지만 자마들에게 큰 지장을 주지 않았고, 97년에는 일본 리딩사이서 6위까지 오르기도 했다. ‘댄싱브레이브’의 자마인 ‘리비어’는 국내에서 데뷔 초기 극소수의 앵무새 입 자마를 배출하기도 했지만, 지금까지 별 문제 없이 자마들을 배출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전혀 문제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리비어’의 모마 ‘빈파트샤’는 암말 G1경주 우승을 포함해 블랙타입 3승을 거둬, 암말치고는 상당히 우수한 성적을 거둔 경주마였다. 이는 ‘빈파트샤’의 부마인 ‘어펌드’(Affirmed)에서 그 이유가 시작된다. ‘어펌드’는 1978년 미국 삼관마에 올랐던 최고의 명마로 블랙타입만 19승을 거둔 위대한 경주마였다. 더욱이 78년과 79년에 걸쳐 미국 연도 대표마가 되기도 했던 이 위대한 경주마는 씨수말로는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뒀고, 특이하게도 암말 자마에게만 우성 혈통을 이어줘 지금은 그 혈맥을 찾기가 무척 어려워지기도 했다. 당시 삼관경주에서 ‘어펌드’에게 3전3패를 하며 2위만 차지했던 ‘어펌드’의 영원한 라이벌 ‘아리다’(Alydar)도 비슷하게 암말 강세를 보이긴 했지만, 후계 씨수말이 몇 두 있어 씨수말로는 ‘아리다’에게 패한 것으로 보인다.
아무튼 ‘리비어’의 혈통은 부계나 모계가 모두 스피드보단 스테미너에 조금 더 우위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혈통적 특색을 바탕으로 자마들의 성적과 혈통을 다음호에서 조금 더 정리해보겠다.
작 성 자 : 김중회 ringo@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