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통 좋은 포입마들이 과천 경마공원을 휩쓸 것에 대비해 만들어 놓은 ‘포입마에 대한 관련 규정’이 과연 계속 필요한가에 대해서 의문이 든다.
한국마사회는 혈통 좋은 포입마들의 수입이 밀려들기 시작한 지난 2000년 7월, 생산자협회의 요청에 따라 “포입마는 국산마 경주에는 출전할 수 있으나, 국산마 경마대회는 출전할 수 없다”는 규정을 만든바 있다. 그러나 이 규정이 만든지 이미 4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그간 경마대회를 휩쓸 만한 실력을 가진 포입마가 나오지도 않았고, 규정을 벗어날 수 있어 출전 자격을 얻은 일부 포입마중에서도 경마대회 우승은커녕 준우승을 한 경주마도 나오지 않았다. 포입마인 ‘씨즈메리’가 지난 스포츠조선배에서 3위를 차지한 것이 최고 성적이니, 더 이상 이야기 할 필요도 없는 것 같다.
물론 현재 규정에 걸려서 경마대회에 출전하지 못하고 있는 3세 경주마중 ‘북대황’(49조), ‘헤르메스’(42조), ‘특별관리’(17조) 등은 연속 입상에 성공하며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물론 이들이 능력있는 경주마임에는 틀림없으나, 그렇다고 해서 이들이 3세마 경주인 코리안더비나 코리안오크스에 출전한다고 해서 우승을 휩쓸 것이라고 생각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오히려 포입마라고 해서 경매나 개별거래를 통해서 높은 가격에 팔렸음에도, 이렇다할 성적 없는 경주마가 더 많은 것이 현실이다.
결국 국내에서 생산한 경주마는 포입마건, 순수 국산마건 별 차이가 없다는 이야기가 된다. 다르게 생각하면, 국내 씨수말들의 수준이 세계 수준에서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물론 정말로 국내 씨수말들이 선진 경마국과 차이가 없다고는 말할 수 없겠지만.
중요한 것은 혈통보다도 육성 자체가 세계 수준에서 많이 떨어지는 것이 문제일 것이다. 씨가 아무리 좋고 밭이 아무리 좋아도, 제대로 키워내지 못하면 기대할 수 없다는 뜻이다. 변변한 트레이닝 센터 하나 없는 국내의 육성 현실 상, 우수한 혈통의 경주마라도 제대로 성장하는데는 분명 한계가 있다.
이를 뒤집어서 해석해본다면 국내에는 아무리 우수한 혈통의 씨를 받아왔더라도 육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우수한 경주마로 성장하는데 한계를 드러낼 수 있다고 본다. 같은 씨를 받고 태어난 경주마가 국내가 아닌 우수한 육성 시설을 갖춘 선진국에서 태어난다면, 경주마로서 좀 더 우수한 성적을 거둘 수도 있다는 뜻이다.
물론 국내 씨수말들이 수준이 점점 높아지면서 외국 씨수말과의 격차가 좁혀진 것도 부인할 수는 없는 것 같다. 이렇게 씨수말과의 격차가 좁아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국내 육성 기술 역시 생산자들의 노력으로 인해서 점점 수준이 높아는 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포입마에 관한 관련 규정’은 국내 씨수말들의 세계 수준에 비춰, 지나치게 떨어질까 봐 만든 규정이다. 그리고 적어도 현재까지는 단지 기우였을 뿐이다.
우리만큼 경마를 시행하면서 규제와 제약이 많은 나라도 없을 것이다. 포입마에 대한 국내 경마대회를 싹쓸이 할까봐 포입마에 대한 규정이 생겼고, 외국산마 개별 수입마가 우수한 성적을 거두자 허용한지 2년 만에 “경주 미출전마에 한한다”는 제한이 붙었다. 정정당당한 경쟁을 유도하기보다는 자꾸 제한을 두고 새로운 규정을 만들어서 과거에 집착한다면 발전 역시 쉽게 이루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사실 우리 경마의 이런 저런 규정들을 살펴보면 경마의 질적 향상보다는 경주 박진감 측면에 대해서만 머리를 쥐어짜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실제로 경주를 박진감 넘치게 하려고 만든 규정은 최근 무수히 많다.
규제와 제약은 하나하나 풀려야 한다. 그래야 세계 경마 수준에 조금씩이라도 쫓아갈 수 있을 것 아닌가? ‘포입마에 대한 관련 규정’도 하루 빨리 풀리길 바란다.
작 성 자 : 김중회 ringo@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