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토요일 5경주에 출전한 ‘은비령’(한, 3, 암, 9조 지용훈 조교사 관리)은 시종 외곽을 돌면서도 1분 02초 3의 호기록으로 여유 있는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해 11월 첫 데뷔전에서 폐출혈을 기록하며 5위라는 부진한 성적을 기록했던 ‘은비령’은 잦은 잔병치레로 6개월여만에 다시 능력검사를 받고 출전한 첫 경주를 우승으로 장식한 것. 비록 여타 3세마들에 비해서 시작은 늦었지만, 상당한 발걸음을 선보여 앞으로 주목받는 국산마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번호에서는 국산 3세마 ‘은비령’의 혈통에 대해서 알아보자.
‘은비령’은 ‘무자지프’와 ‘대포알’ 사이에서 지난 97년 4월 18일 태어났다. 부마인 ‘무자지프’는 94년 2억 6천만원에 국내에 수입, 98년부터 자마들이 경주로에 데뷔했고, 그의 자마들은 지난 99년에만 복승률 29.1%를 기록하며 복승률 측면에서는 ‘디디미’에 이어 2위를 차지하는 활약을 펼친 씨수말이다.
국내에 도입된 씨수말 중에서는 ‘빅서’와 더불어 ‘Raise A Native’-‘Alydar’ 계열의 씨수말로 활동하고 있다.
물론 ‘Raise A Native’의 자마중에서는‘Alydar’보다 ‘Mr. Prospector’의 자마들이 더 뛰어난 활약을 펼치고 있지만, ‘Alydar’ 역시 78년 미국 3관마인 ‘Affirmed’에 이어 연이은 2위를 기록하는 등 현역 시절 26전 14승을 올리는 활약을 했고, 또한 그의 자마들의 활약으로 90년에는 미국 리딩사이어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던 씨수말이다. 국내에선 15연승의 주인공 ‘가속도’의 부마이기도 하다. 한편 국내에 도입된 ‘무자지프’의 자마들은 〈표-1〉에서 보는바와 같이 대체적으로 단거리인 1200m와 1400m에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고, 특히 1400m에서는 무적을 자랑하고 있다.
물론 아직 자마 생산 기간이 짧기 때문에 검증된 것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같은 혈통인 ‘빅서’의 자마 역시 장거리에서 한계를 노출한 경주마가 많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한편, 모마인 ‘대포알’(호주산)은 현대 경마의 주류를 이루는 ‘Bold Ruler’와 ‘Royal Charger’의 피를 적절히 이어받고 국내에 수입된 마필로 현역 시절 4전 4승을 올리고 2군까지 승군했으나, 불의의 사고로 경주마 일생을 마친 비운의 마필이다. 89년부터 씨암말로 데뷔했으나 첫 자마가 불용처리된 후 뒤늦게 이번에 ‘은비령’이라는 사실상 첫 자마를 배출했다. 이미 ‘대포알’은 17세라는 노령의 나이이기 때문에 많은 자마를 배출할 것으로 기대되지 않지만, 현역 시절에 못다한 아쉬움을 그의 첫번째 자마인 ‘은비령’이 얼마나 채워줄 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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