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3년 브리더즈컵 클래식에 이어… 2004년 두바이 월드컵까지 석권
지난해 브리더즈컵 클래식(G1, 2000m, 총상금 400만불)에서 이변의 우승을 거뒀던 ‘플레전트리퍼펙트’(Pleasantly Perfect, 미국, 6세)가 세계 최고의 경마대회중 하나인 두바이월드컵(G1, 2000m, 총상금 600만불)에서 또다시 우승을 거머쥐었다.
지난 96년 세계 최고의 상금을 걸고 시작된 두바이월드컵은 제1회 대회에서 ‘시가’(Cigar)의 우승을 시작으로 지난해 ‘문발라드’(Moon Balled, 아일랜드, 수, 당시 4세)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스타마들을 탄생시킨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의 경마대회. 올해는 ‘플레전트리퍼펙트’를 비롯해 모두 12두의 경주마가 출전해, 최고 인기를 모았던 ‘플레전트리퍼펙트’가 다시 한번 영예로운 우승을 차지하게 되었다.
이로써 ‘플레전트리퍼펙트’는 현역 최고 경주마로 다시 한번 자리매김을 한 것은 물론이고, 6세라는 나이를 고려했을 때 조만간 씨수말로 화려한 제2의 인생이 시작될 전망이다. ‘플레전트리퍼펙트’는 올해 수입된 국내 씨수말 ‘워존’과 같은 Juddmonte 목장 소유의 경주마다. 흥미로운 것은 ‘플레전트리퍼펙트’가 지난해 국내 씨수말 수입 과정에서 수입 예정마 가운데 한 두로 포함돼 있었다는 것. 물론 당시는 브리더즈컵 클래식 우승 전이기 때문에 가격 자체는 그다지 높지 않았을 것으로 보여지지만, 주류혈통을 벗어난 혈통이고 국내 경마 여건에 비해서 거리적성이 길었기 때문에 국내에 들어오지 못했던 것으로 보여진다. 어쨌든 만약 당시 ‘플레전트리퍼펙트’가 국내에 씨수말로 수입됐다면, 경주마로 꽃을 피우기 전에 국내 씨수말로 도입되는 아픔(?)이 있었겠지만…
‘플레전트리퍼펙트’는 국내도 그렇지만, 경마선진국인 미국에서도 선호하는 혈통은 아니다. 부마 ‘플레전트콜로니’(Pleasant Colony)는 지난 2002년 사망한 씨수말로 사망 직전까지 75,000$(약 9,000만원)의 교배료를 받았던 마필이다. 경주마 시절에는 캔터키더비와 프리크니스스테익스 우승 포함 14전6승2위3회(블랙타입 5승 2위 2회)를 기록했던 명마. 대표자마인 ‘플레전트탭’(Pleasant Tab)은 자키골드컵(2000m 모래, G1) 우승을 포함해 블랙타입 6승을 거뒀고, 현재 15,000$의 교배료로 씨수말로 활동중이다. ‘플레전트리콜로니’는 그 외에도 ‘데몬’(Demon), ‘콜로니얼어페어’(Colonial Affair) 등의 수많은 블랙타입 우승마를 배출해 지난 92년에는 미국 리딩사이어 2위까지 오르기도 했다. 더군다나 ‘플레전트리콜로니’는 미국 주류혈통을 벗어났기 때문에 주류혈통과의 교배에 좋은 혈통이기도 하다. 한편 ‘플레전트리퍼펙트’의 외조부는 1978년 미국 삼관마인 ‘어펌드’(Affirmed)다. 총전적 29전22승2위5회, 블랙타입 19승이란 화려한 성적을 거둔 ‘어펌드’는 씨수말로는 의외로 실패해 지금은 많이 찾아보기 어려운 혈통이 됐다. 그러나 ‘어펌드’는 특이하게도 암말 자마에 우성을 보여 우수한 암말 자마를 많이 배출했고, 그런 이유로 그의 자마중에 한 두인 ‘리걸스테이트’(Regal State)도 씨암말로 우수한 자마를 배출한 것이 아닌가 분석되고 있다.
아무튼 ‘플레전트리퍼펙트’는 지난해 브리더즈컵 클래식까지 G2 우승마에 그치지 않는 그저 그런 경주마에서, 세계 최고의 경마대회 연속 우승으로 최고 명마로 각광받게 됐다. 경주마로선 비교적 늦은 나이인 6세라는 나이에 챔피언 자리에 오른 ‘플레전트리퍼펙트’는 비록 비주류 혈통이라서 주류혈통의 일류마처럼 높은 몸값으로 씨수말 생활을 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씨수말 ‘티즈나우’(Tiz Now)가 최고 대회를 거푸 우승하며 자기의 몸값을 올렸듯이, ‘플레전트리퍼펙트’도 비주류 혈통치고는 꽤 높은 몸값으로 교배를 시작할 수 있을 전망이다.
똑같은 Juddmonte 목장 소유의 ‘엠파이어메이커’는 벨몬트스테익스 우승과 주류혈통이란 화려한 배경을 바탕으로 3세때에 경주마 생활을 끝내고 올해부터 교배를 시작해, 10만불이라는 최고의 가격에 교배중이다. 비록 ‘플레전트리퍼펙트’가 경주마로서의 성적은 늦었고 교배료도 그에 훨씬 미치지 못할 전망이지만, 최고 대회 2연승의 경주 성적만큼은 오히려 앞서고 있고 여러 가지 장점도 있어 씨수말로의 성공 가능성은 결코 뒤지지 않을 전망이다.
아무튼 최고 씨수말과 최고 경주마를 함께 보유한 Juddmonte 목장은 신이 났겠다. 아울러 국내에 씨수말로 판 ‘워존’도 우수한 자마들을 많이 배출하기를 기대해보며…
작 성 자 : 김중회 ringo@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