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회의 혈통경마(39) - ‘다함께’, 씨수말로 용도변경 가능할까?
경주마 생산이 박차를 가하면서, 과연 언제쯤 경주 퇴역한 씨수말이 나올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올 초 경주를 퇴역한 ‘울프사일런서’가 씨수말로 용도 변경을 시도했지만 등록심사위원들의 반대로 결국 평범한 퇴역마로 전락하면서, 앞으로 당분간은 퇴역 씨수말의 등장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외국처럼 자국내 더비를 비롯한 큰 경마대회 우승마가 자연스럽게 씨수말로 용도변경 되는 것은 아직 국내 여건상 실현 불가능이고, 그나마 외국에서 수입된 경주마가 씨수말로 용도변경 되는 것 역시 언제쯤 이뤄질지 현재로선 불투명하다. 그러나 혈통 우수한 외국산 개별거래마들이 속속들이 경주로를 휘젓고 다니고 있기 때문에 머지않아 경주마가 씨수말로 용도변경 되는 것을 보게 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물론 우리 경마사상 단 한 두도 경주마가 씨수말로 용도 변경된 사례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국산마 생산이 시작되던 90년대초 경주를 퇴역한 ‘연산홍’(호주), ‘오류천’(한국), ‘연안부두’(호주) 등이 경주마에서 씨수말로 용도 변경이 된 사례가 있었다. 그러나 90년대초 당시 여건상 워낙 씨수말 수가 적었기 때문에 이들이 씨수말로 갈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그나마 많은 수의 자마를 배출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의미를 부여하긴 어려워 보인다. 더욱이 이들 씨수말은 더러브렛계종으로 혈통도 인정되지 않은 시절의 씨수말도 있어, 더욱 더 씨수말로의 가치를 떨어뜨린다고 할 수 있다.
최근 경주로를 뛰고 있는 경주마들중에 씨수말로 용도 변경이 가능한 경주마로는 ‘다함께’(뉴질랜드산, 6세, 수) 정도가 대상 가능마로 꼽히고 있다. 일단 올 해 씨수말로 용도 변경을 실패한 ‘울프사일런서’에 비해서는 성적 자체가 더 우수하기 때문에 실현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불가능하다고는 말할 수 없다. 더욱이 자체 목장을 소유하고 있는 윤흥렬 마주의 마필이기 때문에 좀 더 가능성은 높아질 수 있다.
‘다함께’의 부마 ‘Dance Floor’는 현역시절 블랙타입 3승을 기록한 씨수말 치고는 비교적 평범한 성적이었고, 씨수말로 데뷔해서는 뉴질랜드 리딩사이어 상위권(99년 18위, 00년 11위, 01년 11위)을 넘나든 마필이다. ‘Nasrullah’계열로 혈통 자체가 뛰어나다고는 보기 어려워 보인다. 한편 ‘다함께’의 브루드메어(외조부) ‘Dazatore’는 ‘Northern Dancer’의 자마로 현역시절 단,중거리에서 4승을 거두고 곧바로 은퇴해 씨수말로 활동했다. ‘Dazatore’는 ‘Northern Dancer’의 수많은 우수 자마에 비해서 뛰어난 씨수말로는 성장하지 못했다. 결국 ‘다함께’의 혈통도 뛰어나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씨수말로 용도 변경도 쉽지 않을 듯 하고, 용도 변경된다고 하더라도 우수한 자마가 나올 가능성도 높지는 않아 보인다.
그러나 굳이 ‘다함께’가 아니더라도 무조건 “국내 경주마 출신 수말은 씨수말이 될 수 없다”는 선입견은 앞으로 버려야할 듯 싶다. 퇴역마(수말)가 생산으로 이어지지 않는 한 경마 발전은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작 성 자 : 김중회 ringo@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