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혀 다른 혈통이 새로운 혈통을 만든다

생물의 잡종실험에 따르면 순종보다는 잡종이 양친으로부터 우수한 형질을 물려받는 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사람의 경우도 혼혈 집단이 평균보다 몸이 크고 강인한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으며, 식민지로 인해 피가 섞인 국가의 여성들이 아름답다는 것도 알려진 사실이다. 또한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애완견의 경우도 순종보다는 잡종이 훨씬 튼튼하고, 잔병치레도 없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근친의 반복에 의하여 열성형질이 표현되기 쉬운 것과는 반대로, 혼혈에서는 새로운 유전자조합이 일어날 확률이 높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서러브렛(Thoroughred), 경주마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경주마의 3대 시조부터 시작해 개량에 개량을 거듭한 서러브렛은 너무 많은 개량과 잦은 근친교배로 인해서 건강(특히 구절)에는 적신호가 들어 온지 오래다. 특히 명 경주마의 지나친 근친교배로 인한 피해 사례는 예전부터 자주 노출됐다.
경주마 시절 10전 전승의 기록, 9년 연속 영국리딩사이어라는 화려한 시절은 보낸 ‘S.T Simon’은 심지어 오빠와 여동생까지 교배시키는 최악의 근친교배로 몇 년 반짝하다 결국 지금은 거의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반면 영국 3관마로 20세기 최고의 경주마이자 씨수말로 꼽히는 ‘니진스키’(Nijinsky)는 ‘노던댄서’(Northern Dancer)라는 최고의 번영 씨수말 자마지만, 그 혈통을 보면 주류혈통을 완전히 벗어난 ‘Bull Page’가 피를 활성화 시켜줬음을 알 수 있다.
일본에서 최고의 씨수말로 수 년째 리딩사이어를 지키고 있는 ‘선데이사일런스’(Sunday Silence)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선데이사일런서’의 외가에 있는 3대부 ‘Montparnasse’가 현대 주류혈통을 완전히 벗어나고 있는 순수 아르헨티나 혈통으로 역시 피의 활성화를 시킨 것으로 분석된다.
그 외에도 유명혈통과 전혀 다른 피의 활성화가 이루어져 명마가 탄생한 경우는 수도 없이 많다. 물론 ‘기적의 혈량’이라 불리는 3X4 근친교배를 비롯한 여러 근친교배로 명마가 탄생하는 경우도 많지만, 새로운 혈통의 탄생에는 피의 활성화로 인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아직 우리 생산 현실에서는 이러한 피의 활성화를 연구하기에는 많이 이른 감이 있다. 오히려 유명 씨수말만 집중적으로 쫓아다니는 것이 훨씬 유리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경주마 생산 일류국가로 도약하기 위해선 우리도 언젠가는 거쳐야할 단계일 것이다.



작 성 자 : 김중회 ringo@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