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임대규 기수가 경주중 말에서 떨어져 숨진 이날 저녁, 임 기수의 시신이 안치된 평촌 한림대 부속병원 영안실 주변엔 침묵만이 가득했다. 아직 빈소가 채 마련되지 않은 탓에 몇몇 기수들과 관계자들이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었지만 그들의 표정은 밖에서 간간히 내리는 빗방울 만큼이나 비통함과 숙연함이 어려있었다.

빈소를 찾은 K변호사는 친동생 같았던 임대규 기수의 얘기를 하며 목이 메었다.

“일주일 전만 해도 같이 저녁식사를 하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는데, 너무나 어처구니없고 믿을 수 없는 일이야..”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게 마지막 자리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K변호사는 기수협회 고문 변호사 시절부터 임대규 기수와 호형호제하는 막역한 사이였다.

아직도 사고를 실감할 수 없다는 장무진 경마처장은 “다른 사람도 아니고 베테랑 기수 (임)대규가 이렇게 허무하게 가버리다니..”며, 슬픔을 감추지 못한 채 망연자실 영정사진을 바라볼 뿐이었다.

임대규 기수가 사망한 이날 과천 경마장은 전날 내린 장대비로 인해 겉으로 보기엔 경주를 치르기에 좋은 다습 상태의 주로였다. 불상사가 일어난 7경주 이전까지는 별다른 사고 없이 원활하게 경주가 진행되었다.

다른 보도매체를 통해 알려진 바로는, KRA측은 당시 낙마사고에 대해 “말과의 호흡이 맞지 않은 것 같다. 또한 기승했던 ‘크라운포에버’는 최근 ”구절염“ 증세를 보였던 마필로 발을 바꾸는 과정에서 약해진 구절이 착지시에 충격을 충분히 흡수하지 못했지 때문에 말이 발을 헛딛은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임대규 기수가 낙마한 지점인 3코너 도입 지점은 과거부터 문제가 있었던 곳이라는 지적이다. 경마경력 17년의 경마팬은 “최근 기수들이 낙마만 했다하면 3코너 부근에서라는 것”이라며, 유독 그 구간에서 심심찮게 낙마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그 지점이 곡선구간이기 때문에 원심력을 전방가속력으로 바꾸기 위해 경주마들이 발을 바꾸는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현상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같은 곡선구간인 4코너 보다 3코너에서 유달리 낙마사고들이 많이 발생하는 것은 의혹의 불씨를 남기고 있다. 경찰은 이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를 펼칠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임대규 기수의 장례절차와 유족보상문제 등으로 인해 기수협회와 마사회 간의 마찰을 겪고 있다는 얘기도 들려온다.

지난해 12월 17일 폭우로 인한 경주취소와 관련해 임대규 기수협회장의 대경마팬 사과장면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호소어린 목소리로 주로의 위험성을 알렸던 그였지만, “자신의 희생만이 진실을 알릴수 있다고 생각해서 였을까”하는 생각에 필자는 안타까움이 더한다.

지금은 유가족들에 대한 최대한 배려가 필요한 시점이다. 더불어 이번 사고를 계기로 기수들의 안전보장과 사후보상 문제도 심도있게 다루어져야 할 것이다.

임대규 기수는 생전 기수협회장으로서 기수들의 인권보호에 누구보다 앞장섰던 사람이었다. 비록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모양새이지만, “작은거인”을 마지막으로 보내는 산 사람들의 최소한의 의무일 것이다.

“하늘은 아름다운 이를 먼저 부르신다”는 미인박명(美人薄命)이란 말이 문득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하루빨리 임대규 기수 사망과 관련해 불거진 문제들이 조속히 잘 해결되리란 희망을 가져본다.

서석훈 편집부장  ranade@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