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당’(신형철)의 상대는 없었다.
계절의 여왕 5월, 최고의 암말을 뽑는 제11회 스포츠조선배 경마대회는 경주 초반부터 손쉽게 선행을 나섰던 국산마 ‘자당’이 기라성 같은 외국산마들을 손쉽게 꺾으며 우승의 환호성을 올렸다.
단승식 1.3배의 배당이 말해주듯 절대 인기를 모았던 ‘자당’은 경주 초반 2번 ‘플락스’(함완식)와의 선행 경합이 예상됐으나, 의외로 간단하게 제압하고 선두에 나섰고 그것으로 경주는 끝이었다.
경주가 진행될수록 2위마와의 거리를 벌린 ‘자당’은 마지막 결승주로에서는 더욱더 힘을 내 여유 있는 우승을 차지했던 것. 주파기록은 1분 57초 5, 2위마인 10번 ‘쥬아라’(김창옥)와의 거리차는 8마신. 그야말로 완승이었다.
한편, ‘자당’의 유일한 호적수로 평가받은 ‘캐실라베이’(장세한)는 경주 초반 4위로 따라붙으며 최상의 레이스를 펼쳤으나, 결승주로에서의 급격한 체력 저하로 4위에 그치는 부진한 성적을 기록했다.
‘캐실라베이’로선 58kg이라는 처음 달아보는 부담중량이 끝내 그의 발목을 잡은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경주 초반 최하위권에서 레이스를 전개한 10번 ‘쥬아라’(김창옥)는 막판 인코스 추입에 성공하며 준우승을 차지해 이변의 주인공이 됐다. ‘쥬아라’로선 ‘자당’의 빠른 페이스를 인식하지 않고, 평소대로 편안하게 레이스를 전개한 것이 자기 실력을 십분 발휘한 이유가 된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90년 ‘실로암’, 92년 ‘백궁’, 94년 ‘바바리아’로 우승을 차지하며 유난히 스포츠조선배와 인연이 많았던 김창옥 기수는 이번에 또 다시 준우승을 차지, 인연을 이어갔다.
‘자당’을 끈질기게 뒤쫓다 3위에 그친 ‘차령장군’도 나름대로 선전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연승가도에 실패하며 “한계를 드러낸 것이 아니냐”는 과소평가를 받기도 했던 ‘차령장군’으로선 그간의 부진을 만회하며 제2의 도약을 준비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든 것.
아직 3세의 어린 나이이기 때문에 앞으로 얼마든지 다시 한번 경마대회 도전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스포츠조선배는 비록 암말만 출전한 경주였지만, 국산마 ‘자당’이 외국산 강자들을 손쉽게 따돌렸다는데 의의를 둘 수 있다.
더욱이 ‘자당’은 출전마중 가장 높은 부담중량으로 낙승을 거둬 지난 99년 그랑프리에서 ‘새강자’가 우승을 차지한 것과는 또 다른 쾌거로 분석된다.
최고의 암말로 떠오른 ‘자당’. 이제 암말뿐만 아니라 수말과 거세마들도 물리치며 최고의 명마로 거듭나길 기대해본다.
【김중회 기자 ringo@krj.co.kr】

인터뷰
강윤식 조교사
― 우승 소감은
▲ 예상했던 결과다. 이상 없이 뛰어줘서 경주마, 기수, 관리사 모두에게 고맙다. 특히 이번 경주는 외국산 강호들을 상대로 일궈낸 결과라 더욱 기쁘다. 이번을 계기로 국산마 생산자들도 긍지와 자부심을 느끼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 작전 전개는
▲ 선행 작전을 전제로 했지만, 혹시라도 타 마필에게 선행을 빼앗기면 억지로 뺏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선행을 빼앗거나, 그렇지 않으면 외곽에서 역전을 모색할 것을 계획했다. 뛰고난 후 마필 상태가 양호해 다행이다.

― 앞으로의 계획은
▲ 정상적이라면 마주협회장배에 출전하는 것인데, 부담중량이 62kg 혹은 63kg이 나올 것이므로 다소 부담스럽다. 지난번 61kg으로 뛰었을 때, 다소 힘이 벅차 보였기 때문에 현재 국산마 감량이 있는 스포츠서울배 출전을 고려중이다.

신형철기수
― 우승 소감은
▲ 물론 경주전 승리를 예상했고, 예상대로 승리해서 기쁘다. 무엇보다도 강하다고 생각했던 외국산마들을 상대로 많은 거리차로 여유있게 이겼다는 것에 기분이 상당히 좋았다.

― 의외로 선행을 편하게 나간 것 같은데
▲ 경주전 선행마들이 많았기 때문에 과연 편하게 선행을 나설 수 있을까, 내심 걱정을 했지만 의외로 순조롭게 레이스가 진행됐다. 마필 능력이 탁월했기 때문에 나온 결과로 본다.

― 국산마 최강자로 평가받는 ‘새강자’와의 격돌이 예상되는데
▲ ‘자당’은 아직 1800m까지 뛰어보지 않았지만 순발력 못지 않게 지구력도 뛰어난 마필이기 때문에 장거리에 출전해서도 결코 호락호락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자당’은 스포츠서울배와 후반기 뚝섬배를 계획중이고, 두 경주가 모두 단거리이기 때문에 ‘새강자’와의 격돌이 이루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