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개자식을 잡아다가 팍 묻어버리까라우?”

가만히 듣고만 앉았던 봉주가 잔뜩 열 오른 얼굴로 버럭 소리를 질러대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제부터 냉정해져야해.”

오상구가 봉주를 제지했다. 봉주는 여전히 열 오른 얼굴로 봉주를 내려다보았다.

“마반장놈을 응징하는 거야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할 수 있어. 문제는 마반장놈이 백태삼놈들과 어떤 밀약이나 거래를 했기에 놈들에게 돈가방을 넘겨주지도 않고 규태의 은신처만을 놈들에게 알려줬을까 하는 것부터 파악해야해.”

했다. 종원과 봉주는 오상구의 말이 일리 있다고 생각했다. 씩씩대던 봉주가 다시 자리에 앉았다. 오상구는 다시

“마반장놈이 백태삼놈들에게 돈가방에 대해서는 일체 모른 척 했거나,,, 아니면 백태삼놈들 쪽에서는... 어차피 큰형님에게 물건 값은 되받아낼 수 있을 테니 돈가방에 대해서는 함구해주는 조건으로 규태의 은신처를 알려주었을 수도 있고...”

하고는

“어쨌든 잘못은 규태가 저질렀으니 우리 쪽 잘못이라고 할 수 있지. 그런데도 우리 쪽에서 먼저 규태의 죽음을 명분으로 백태삼놈들과의 전쟁을 벌일 수는 없어.”

했다. 봉주가 조금은 열 삭힌 목소리로

“허기사 두 조직간에 전쟁이 벌어지게 되면 어차피 두 조직 다 그만큼 상처를 안입겄소?”

하며 과장되게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오상구는 다시    

“잘못되면 원치 않았던 전쟁이 벌어질 수도 있어. 큰형님이... 규태를 그렇게 만든 놈들이 백태삼놈들이라는 것을 모를 리 없을 텐데도 아직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 건... 아직 그놈들과의 전면전을 할 때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어서 일거야... 두 조직 간의 전쟁이 원하지 않은 파장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는 뜻이야.”

했다. 고개를 끄덕여 보이던 봉주가

“글먼 뭘 어째야 쓰겄소?”

하며 오상구를 바라보았다.

“종원이가 여길 찾아온 후 제 놈 방에서 돈가방이 없어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당연히 종원일 주목했을 테고...”

하고 오상구가 종원을 바라보자 봉주가 다시

“그랑께 그놈이 엊저녁에 지 놈 방 들어가서 확인 헌 후 바로 내려와서 종원형 있는 데로 데리고 가라고 안 혔겄소?”

했다. 오상구는 다시

“마반장놈이... 아직은 종원이 너에 대해서 잘 모른다하더라도... 백태삼놈들을 통해서라면 어렵지 않게 알아낼 수 있을 거야. 그러면 백태삼놈들이 네가 여기와 있다는 것을 알게 될 테고... 그렇게 되면 너까지 위험해질 수도 있어. 널 보호하자면 큰형님께 모든 것을 알려야 되고... 결국 전쟁을 벌여야만 할지도 모르고...”  

하며 난감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오상구의 얘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던 봉주가 흘낏 종원을 보았다. 종원은 여전히 묵묵한 표정으로 오상구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오상구는 그런 종원을 잠시 바라보더니

“너희들 들어오기 조금 전에 명석형한테서 전화 다시 왔었다.”

하고는 

“그래서 종원이 너 여기 있다고 사실 대로 말했다.” 

했다. 종원과 봉주의 눈빛이 반짝했다. 오상구는 다시

“명석형이... 네가 여기 온 걸 알고 나서 화를 낼게 두려워서가 아니라 명석형은 알고 있어야만 할 것 같아서 사실대로 말한 거다.”

했다.

“뭐라고 허시든가라오?”

봉주가 이마의 주름을 잔뜩 잡아 올리며 물었다. 

“들어와서 직접 얘기하라고 했다.”

오상구가 어떻게 할 거냐는 표정으로 종원을 보았다. 종원은 여전히 두 눈만 껌벅이고 있었다.

“돈가방 얘기도 했소?”

봉주가 물었다.

“되찾았다고 했다.”

오상구가 나직이 고개를 끄덕였다.

“가져오라고 헙디까?”

봉주가 다시 물었다.

“당연히 조직의 돈이니까 되돌려줘야지.”

오상구가 짧게 대답했다. 봉주는 오상구에게서의 시선을 종원에게로 돌렸다. 종원은 여전히 무덤덤한 표정으로 두 눈만 껌벅이더니 소파 깊숙이 몸을 묻고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