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석장 들어서 한 장 깔아놓았는데 한번 돌고 나서 곧바로 원페어가 떨어지더라고. 그래서 베팅때렸지. 근데 바닥에 4 두 장 깔아놓은 놈이 되감드라고? 내가 또 되빠꾸쳤지. 그놈이 다시 되감고 나는 다 올인해버렸어. 무조건 먹었다했지. 그런데 딱 까니까 4포카가 되어있는 거 있지? 쓰발! 아타 메이드시켜놓고 그놈한테 4포카 떨어지게 하는 경우는 무슨 개 같은 경우야?"
마치 싸우기라도 하듯 종원의 씩씩대는 목소리가 사우나 안에 쩌렁쩌렁한데도 규태는 여전히 쓴 표정으로
"어디 타잡고 포카한테 당하는 것뿐이야? 포카잡고 스티풀한테 당하는 것도 있는데? 그런 경우 많이 봤잖아?"
했었다. 종원이
"그건 더 개 같은 경우지. 정말"
하고 종원처럼 쓴 표정을 지어보였었다. 규태는 그런 종원을 멀뚱하게 바라보더니
"오늘도 그런 운이면?"
하고 물었었다. 종원은 잠시 눈을 껌뻑여 보이더니
"그럼 할 수 없는 거지 뭐."
했었다. 규태는 후-하고 긴 숨을 몰아 내쉬더니
"카드는 순전히 운 아냐?"
하고는 어깨에 걸쳤던 젖은 수건으로 흐르는 땀을 닦아냈었다. 종원은 고개를 끄덕여 보이며
"꼭 그렇다고만 할 순 없지만..."
하다가
"어쨌든 운은 있어야지."
했었다. 규태는 일어나 두 팔을 앞으로 뻗은 채 일어났다 앉았다를 두어 번 해보이더니
"오늘은 나 따라 가볼래?"
하며 종원을 내려다보고 서있었다. 종원이 다시 얼굴가득 흐르는 땀을 두 손으로 훔쳐 털어내며 대수롭지 않게
"어딜?"
하고 물었었다. 규태는   
"경마장."
하고 간단하게 대답했었다. 종원이 규태를 올려다보며
"경마장? 경마하러?"
하더니
"경마 그거 진짜 도박 아냐?"
하며 시큰둥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규태는 그런 종원에게
"카드는 도박 아냐?"
하더니
"같은 도박이라도 막연하게 좋은 카드 떨어지기만을 기다리며 룰에 따른 베팅을 해야 하는 것보다는 게임선택뿐 아니라 베팅액까지도 자신이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게 크게 다르지."
했었다. 종원이 다시 시큰둥한 표정으로
"경마 그것도 운이지 뭐. 내가 찍은 말이 들어와 주면 좋고 안 들어오면 할 수 없고..."
하자 규태는 정색을 하며
"경마는 운에만 의존하는 게 아냐."
하더니
"경마는 과학이야."
했었다. 종원은 그런 규태를 잠시 올려다보더니 피식 웃었다. 규태가 자신의 삶에 대한 얘기나 조직의 일에 관한 얘기 이외의 것에 그토록 진지한 표정을 지어보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종원은 규태를 올려다 본 채 두 눈을 멀뚱멀뚱 해보이더니
"형 오늘 보니까 엉뚱한 데가 있네?"
했었다. 규태는 다시 쓴 미소를 지어보이고는
"그래. 나도 내가 좀 엉뚱하다싶어. 네가 알다시피 난 운명이라든가 행운이라든가 하는 따위를 별로 믿지 않거든? 그런데... 경마는 말이야..."
하더니 말을 멈추고는 혼자서 뭔가 골똘히 생각하는 것 같은 얼굴로 괜스레 고개를 끄덕끄덕해보였다. 종원이
"뭐야? 실컷 얘기하다 말고 괜히 자기혼자 끄덕끄덕하고 그래?"
하자 규태는 다시 고개를 끄덕끄덕 해보이더니
"경마에서는... 뭐랄까? 비록 작은 행운이라도 내가 선택 할 수 있다는 거야. 경마에서의 행운은 저절로 찾아오는 게 아니라 내가 어떻게 분석하고 추리하고 결정을 하느냐에 달려있다는 얘기야. 알아들어 내말?"
하고는 멀뚱한 표정으로 자신을 올려다보고 있는 종원을 내려다보았다. 종원은 고개를 가로저어보이며 익살스런 얼굴을 해보이며
"난 시방 선생님쎄서 도통 무신 말쌈을 하고 계시는지 감을 못잡겠는뎁쇼?"
했다. 규태는 담담한 표정으로
"일단 한번 날 따라가 봐."
했었다.
그날, 종원은 규태를 따라 처음으로 경마장을 찾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