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중에 큰형님이 아시게 되면?"
오상구가 종원을 빤히 바라보며 다시 물었다. 종원은 잠시 눈을 껌벅이더니
"언젠가는 알게 될 테고..."
하고는 턱을 괴고 있던 손을 내리고 오상구에게
"그때까지 시간을 벌어보자는 겁니다."
했다. 봉주가
"시간만 번다고 뭐 뾰족한 수가 나겄소?"
하더니
"종원형말대로 규태형님 형수헌티 돈 다 줘불먼 회사로 돌려줄 돈은 어디서 날거요?"
하고 답답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종원을 보았다.
"그만한 돈을 다시 만들어야지."
종원이 대답을 하자 봉주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어보이며
"그만한 돈을 다시 만들어라우? 무슨 수로라?"
하고는 헛웃음을 지어보였다. 오상구가 조심스레
"차라리... 큰형님한테 돈을 되돌려드린 후... 모든 사정을 말씀드리고 처분을 기다리는 게 어떻겠냐? 아무려면 자신이 데리고 있던 식구였는데... 무심하진 않을 거 아냐?"
하며 종원의 표정을 살폈다. 종원은 쓴 미소를 지어보이며
"규태형이 백태삼의 애들에게 살해당하도록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못했던 분입니다."
했다. 오상구와 봉주는 종원이 막상 그렇게까지 그렇게 말해버리자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둘은 고개를 떨군 채 푸-하고 다시 신음 같은 한숨만 내쉬었다.
"그만한 돈은 반드시 큰형님께 되돌려드릴 겁니다. 그러나 이 돈은 규태형이 목숨과 바꾼 돈이에요. 규태형 형수에게 전해주고 싶어요. 형수가 원한다면 어디든지... 외국으로 보내드리고 싶어요. 규태형이 바랬던 것처럼 뱃속에서 자라나고 있을 규태형의 아이와 함께..."
하고 종원은 다시 입을 다물었다. 한참동안 고개를 떨구고 있던 오상구가 다시 고개를 들고
"좋아. 네 생각이 꼭 옳은 것만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틀린 것도 아냐. 한때 서로를 의지하며 버텨왔던 우리들의 ... 그래. 의리라고 해두자. 의리를 지켜간다는 거 좋은 거다. 하지만 봉주말대로 어떻게 그만한 돈을 마련하겠다는 거냐? 그게 어디 작은 돈이야?"
하고 물었다. 종원은 다시 대답대신 두 눈만 껌벅여 보였다.
"설마 게임으로 돈 만들어보겄다는 생각을 허는 건 아니겄지라?"
봉주가 미심쩍은 표정으로 종원에게 묻는데
"설마... "
하고 오상구가 반신반의하는 얼굴로 다시 종원의 표정을 살피더니
"임마! 여기가 무슨 영화에나 나오는 그런 도박장인줄 아냐? 그만한 큰판이 벌어지게?"
하고 지레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종원은 그런 둘의 얼굴을 흘낏 바라보고는 잠시 어금니를 꽉 깨물더니
"예. 게임으로 만들 겁니다."
하고 마치 대단한 결심이라도 한듯 단호하게 말했다.
"뭐야?"
둘은 두 눈들을 똥그랗게 치켜 올리며 다시 서로를 마주보고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말했잖아 임마! 여긴 영화 같은 데나 나오는 그런 데가 아니라고?"
오상구가 소리를 높였다. 봉주도
"이억 몇천이라고 했소 얼매라고 했소? 어쨌든 삼억돈이 오갈 카드헐 사람이 어딨고 또 있다고 한들 누가 종원형바라는 대로 호락호락 형한티 잃어나 준다요? 글다가 만약에 고 돈마저 잃어불먼 그땐 우찌케 헐 거요?"
하고 덩달아 소리를 높이더니
"고런 큰 게임에는 당연히 선수들도 끼게 마련이고 선수들 끼먼 종원형 실력갖고는 택도 없소."
하고는 코웃음을 쳤다.
"카드 아냐."
종원이 짧게 내던지자 다시 둘은 뻥한 표정을 지었다.
"카드 아니면이라?"
하고 봉주가 뜨악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경마."
종원이 다시 짧게 대답하자 봉주는 이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윗입술을 치켜 올리며
"지금 뭐라고 했소? 경마라고 했소?"
하고 헛웃음을 터뜨렸다. 종원은 잠시 두 손을 깍지 낀 채 턱을 괴고 두 눈만 껌벅이며 묵묵히 있더니
"큰 돈 승부하기에는 경마가 좋아."
하고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