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살끼요?"
제2경주 마권발매 마감 3분전을 알리는 방송이 나오자 조바심이 난 조용철이 김달오를 바라보며 묻는다. 김달오는 고개를 갸웃할 뿐 자신 없다는 표정을 짓는다. 혼전 경주로 분류된 2경주를 적중시킬 자신이 없기도 했지만 베팅 할 기분도 나지 않기 때문이다. 홍성만이 흐느적거리는 걸음으로 나가버린 후부터 괜스레 심란한 기분으로 예상지만 뒤적이고 있을 뿐이었다.
"3분 남았소."
조용철이 채근을 한다.
"2, 6, 8도 갈 것 같고 3, 5, 7도 갈 것 같고 9도 걸리고 10도 걸리고..."
이장수가 자신 없는 말투로 고개를 갸웃한다.
"그러니께 홍교수가 이런 경주는 쉬라고 혔잖여?"
김달오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는데
"어느 놈이 들어와도 배당 쥑이는데 이럴 때 한구라 안 하먼 은제 할꺼요?"
하고 이장수가 특유의 느릿한 말투로 반문을 한다.
"경마가 어데 공부한데로 들어 오등교? 내사 마 3, 4, 9 세 마리 삼복조로 살라요. 단거리니까네 아무래도 먼저 튀어나오는 놈들이 안 났겠나? 선행 세 놈만 살끼요. 버티먼 되는 거 아이요?"
하며 조용철이 마권구매표에 표기를 하고 주머니에서 예치권 한 장을 뽑아들고 마권구매창구 쪽으로 간다.
"난 2 놓고 4, 6 두 구멍만 살란다."
이장수도 마권구매표에 표기를 하며 조용철을 따른다.
"기어이 돈지랄들을 헐 셈이구만?"
하고 김달오가 혀를 차는데
"대끼리가 5.8이야? 배당 좋네?"
최석철이 모니터의 배당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전광판 배당만 좋으면 뭐해 내가 맞춘 배당이 좋아야지? 배당 좋다고 다 맞춰먹을 수 있다면 경마로 돈 못 딸 사람들이 어디 있어?"
김달오가 떨떠름한 표정을 짓는다.
"안 샀수?"
"죄다 신마들만 뛰는디 어느 놈이 좋은 놈인지 알아야제? 예상지에서 찍어낸 숫자만 믿고 내 돈 걸 순 없잖여?"
김달오가 투정을 부리듯 내뱉고는 조금 전 최석철이 홍성만에게 타다준 커피 잔을 들어 홀짝인다.
"커피 몸에 안 좋은 거라며?"
최석철이 놀리듯 웃어보이자
"안 좋은 거니께 한살이라도 더 먹은 내가 마셔버려야제."
하고는 꿀꺽꿀꺽 한입에 털어 넣는다. 최석철이 다시 빙그레 웃는다.
"오늘 아침 신문 못 봤소?"
"뭘?"
"커피도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신문에 나와 있습디다. 보여드려요?"
"커피가 좋은 거라고 하는 미친놈들도 다 있단 말이여?"
최석철은 어느새 매점의 카운터 쪽으로 가서 장외지점사람들이 아무렇게나 내던진 신문들을 주워 한곳에 차곡차곡 쌓아놓은 신문지더미에서 신문 한 장을 찾아내 들고 나와 김달오에게 펼쳐 보여준다. 김달오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최석철이 가리키는 한 귀퉁이에 자리한 `커피에 대한 무죄 판결` 이라는 표제의 기사를 내려다본다.
`커피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의 좋고 나쁨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이탈리아의 한 대학이 최근 커피를 재판에 회부, 적당량은 무죄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영국 BBC 인터넷 판이 지난 30일 보도를 했다. 이탈리아에서도 커피사랑으로 가장 유명한 도시인 나폴리의 한 대학약학과는 지난 주말 국민음료로 사랑받고 있는 커피를 재판정에 세웠다. 재판은 몇몇 대학법학과 교수가 주재했으며 참고인 12명이 출석해 증언을 했다. 기소인 측은 커피가 불안과 흥분, 경련을 일으킬 수 있고 카페인 섭취 중단 시 두통을 겪을 가능성이 있으며 불면증을 유발할 수 있다는 논고를 펼쳤다. 커피는 또 담배와 마찬가지로 일하던 중 잠깐 사무실을 비우는 핑계로 작용, 작업에 악영향을 끼치며 아이리쉬 커피 같은 경우엔 설탕뿐 아니라 술까지 섞어 건강에 나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옹호론자들은 이에 대해 커피 속 카페인이 중추신경계를 자극해 사람들의 정신을 또렷하게 해줄 뿐 아니라 뇌의 도파민 수치를 높임으로써 파킨슨병 등 퇴행성신경질환과 상당수 암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고 반박했다. 참고인으로 참석한 파비아 대학 제약전문가인 마리아 다글리아 교수는 하루에 세잔 이하로 마시는 커피는 결장암과 간 경변을 막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탈리아 전문요리학교에서 온 교수는 카푸치노나 카페모카치노의 사회적 이득을 설명해 달라는 요청에 대해 커피는 신체적인 재충전효과로 즐거움을 줄 뿐 아니라 근무도중 몇 분 동안 담소하고 쉴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하는 사교적 매개체라고 추켜세웠다. 이 같은 논쟁을 거친 후 참석자들은 커피는 과도하게 마실 때만 해롭다는데 자연스레 동의했다. 재판장은 마지막으로 뇌를 자극하고 피로를 줄여 사람들의 생산성을 높이는 커피의 효능은 커피를 마시러 감으로써 나타나는 직무 방해 효과를 상쇄하고도 남는다는 판결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