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전을 치르는 동안 단 한번도 우승을 하지 못해 ‘위대한 꼴찌’로 불리며 우리사회 을의 화신으로 인식되던 경주마 ‘차밍걸’이 11월3일 안락사 되었다. 경주마 은퇴 후 경기도 화성군 소재 궁평목장에서 승용마로 새로운 삶을 살았던 ‘차밍걸’은 산통(배앓이, colic)을 앓다가 결국 안락사 되고 말았다. 이로써 ‘101전 101패’로 최대 연패 기록을 세우며 ‘위대한 꼴찌’ 또는 ‘위대한 똥말’이란 찬사를 받았던 ‘차밍걸’은 경마팬들과 ‘진짜’ 이별 하게 된 것이다. ‘차밍걸’은 승용마로 새 삶을 사는 동안 목장에서 많은 애정과 각별한 관심을 받으며 생활을 했다. 승마 대회에도 여러번 출전했다. 안락사하던 당일에도 승마대회 출전을 앞두고 있었을 만큼 건강하게 지내고 있던 터라 ‘차밍걸’과의 갑작스러운 이별은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차밍걸’과 함께 했던 목장 관계자들은 충격과 슬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차밍걸’은 경주마로 활동하는 동안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위치에 설 수는 없었지만, 묵묵히 주어진 자리에서 자신의 일을 성실히 해내는 보통 서민의 삶에 비유되면서 팬들에게 훈훈한 감동을 선사했다. 410kg의 왜소한 체격으로, 2008년 1월 데뷔이후 소위 ‘3류’ 들이 겨루는 하급레이스인 4군, 5군 경주에서 내리 연전연패를 거듭했다. 시쳇말로 ‘똥말’이라 불리던 ‘차밍걸’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부진한 성적에도 불구하고 데뷔 이후 월 1회 꼴로 경주에 꾸준히 출전하며 다른 경주마들의 2~3배 가까운 경주를 소화하는 ‘성실함’과 ‘강철체력’이 알려지면서다. 당시 ‘차밍걸’을 포기하지 않고, 극진히 관리한 변영남 마주의 정성 또한 ‘적자생존’의 경마계에서 잔잔한 감동을 일으키기도 했다. 결국 ‘차밍걸`은 2013년 101전 101패의 전적을 남긴 채 은퇴식을 치렀다.

‘차밍걸’이 앓은 산통은 말이 겪는 대표적인 소화기질환으로 다른 말로는, ‘배앓이’ 또는 ‘콜릭(colic)`으로 불린다. 장이 꼬이거나, 드물게 기생충이나 이물질과 같은 장내 물질이 물리적으로 장을 압박해서 생기는 병이다. 장이 막혀 탈수 및 극심한 통증 반응을 일으킨다.

산통의 원인은 다양하며 특별한 예방책은 없다. 말의 위는 8~16ℓ로 체격에 비해 매우 작아 한꺼번에 많은 사료를 먹으면 산통에 걸릴 확률이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나 염소처럼 되새김질을 하징낳기 때문에 소화기계통에 문제가 많이 발생한다.

말은 사람과 달리 장이 척추를 중심으로 지방질로 고정되어 있지 않고 뱃속에서 허공에 떠있는 양상이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기 쉽고, 꼬이기도 쉽다. 장의 굵기 역시 일정치 않아서 변비가 생기기 쉽고 이로 인해 산통이 유발되기도 한다. 치아에 문제가 있어 배합사료나 조사료를 잘 씹지 못해 산통이 발생하기도 한다. 장내에 미네랄로 구성된 결석이 생겨서 장을 막아버리면 이를 폐색성 산통이라고 한다. 심한 경우에는 치료가 가능한 수준을 벗어나 생명을 위협할 정도로 위험한 질환이다.

단순 산통은 가벼운 운동으로 해결되기도 하지만 원인이나 증상에 따라 수액 또는 미네랄 오일을 투여해 막힌 부분을 없애거나 수술을 하게 된다.

이현철 한국마사회 제주목장장(수의사)은 "완벽한 예방책 없이 말이 흔하게 겪는 질환이다. 스트레스, 탈수 등 원인은 다양할 수 있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최소화 하고 적절한 식이관리 등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말이 평소의 습성과 다르거나, 사료섭취량이나 변상태가 평소와 다르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진찰을 통해 상태 확인이 필요하다고도 전했다.

‘차밍걸’은 비록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위대한 투혼은 한국경마사에 길이 남을 것이다.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우리사회의 불행한 현실을 위무하며 생존의 존엄을 가르치던 ‘차밍걸’의 편안한 영면을 기원한다.


작 성 자 : 김문영 kmyoung@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