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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말산업 발전, 풀뿌리들이 주축돼 진행해야”
입력 : 2016.09.09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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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채 한국농어촌말산업협회 고문이자 농업경제학 박사는 지난 7월 충무승마클럽에서 열린 하계 워크숍에서 “최근 정부는 공기업을 줄이면서 국가의 크기를 줄이는 방향을 잡고 있다. 만약 한국마사회가 사기업으로 돌아설 경우 우리나라 말산업은 단숨에 외국의 ‘노동자’가 될 것”이라며, “한국마사회는 이러한 미래를 내다보면서 말산업을 통솔하려 하지 말고 민간에서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방향으로 산업 방향을 잡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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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채 박사, “외국 기업이 한국 말산업에 눈독 들일 경우 넘어가는 건 금방일 것”
농축산부 말산업 모든 분야 전담해야…‘사각지대’ 생기는 산업은 발전 어렵다
바이오가스 에너지 생산 등 공적 기능 수행으로 당당히 지원 받을 수 있는 방법 있어야
[정명채 한국농어촌말산업협회 고문 및 전(前) 한국농수산대학 총장 인터뷰]
“한국 말산업, 품목별 협동조합‧쿼터제 실시로 외국 기업 방어해야”
WTO를 통해 글로벌 농기업들이 농산업독과점을 추진하고 이를 위해 각국의 정부농정을 무력화시키는 여러 가지 규정(UR 협정과 FTA 협정, ISD 규정 등)의 집행력을 강화하고 있어 이를 피해갈 수 있는 협치농정(농업회의소, 협동조합기업 등)의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상황이다. 글로벌기업과 선진자본들의 제3국 자본지배를 통한 국부유출구조를 막기 위해서도 협동조합기업의 활성화는 중요해졌다. …(중략)…농업회의소는 WTO 시대를 맞아 농산물의 생산지원과 가격지지, 수출입 조정과 지원 등 자주적 농업정책을 정부가 손댈 수 없게 되면서 농업회의소를 통한 자치농정과 협치를 정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따라서 헌법에 기초를 둔 농업회의소의 결성이 필요하다. - 〈농어촌 복지정책, 정명채 저(著)〉 중(中)
세계 최대 종자기업이자 전 세계 GMO 90%의 특허권을 가지고 있는 M 기업을 아는지. M 기업이 어떻게 성장해왔는지, 많은 책과 다큐멘터리들이 다뤘다. 특히, 한 다큐멘터리에서는 M 기업이 어떻게 종자를 통해 어떻게 농민들을 ‘노동자’로 전락시켰는지 행적이 여실히 나온다. M 기업은 농민들을 분리하고 개인의 이윤을 좇게 해 분열시킨 후 매년 종자를 사게끔 한다. 이는 하나의 산업을 한 기업이 과독점해 벌어진 현상이다.
정명채 박사는 전(前) 한국농수산대학 총장이며 현재는 한국농어촌말산업연합회의 고문 및 한국농어촌복지포럼의 공동 대표를 맡고 있다. 이외에도 노무현 대통령의 대통령직 인수위원, 청와대 농어촌대책 비서관을 맡은 바 있다. 정명채 박사는 이번 인터뷰에서 한국 농업의 큰 어른으로서 농업이 총체적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과 동시에 그 흐름 속에서 말산업 또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방법을 내놓았다.
인터뷰에서 정명채 박사는 말산업계가 분열한다면 어떻게 ‘노동자’로 전락하게 되는지 실례를 들어가며 하나하나 짚었다. ‘바나나 유통’을 통해 ‘델몬트’ 사가 어떻게 필리핀과 온두라스의 경제 활동을 파괴했는지, 농업을 기업이 독점하게 되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현재 세계가 돌아가는 상황은 어떠한지 구체적으로 진단하며 미래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을 예측하고 이에 대한 해결책을 건넸다. -편집자 주
◆ 박사님께서는 지금까지 한국 농업을 이끈 큰어른이십니다. 특히, 80년대 독일에서 농업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면서 말산업을 접했다고 알고 있는데요, 당시 독일의 말산업은 어땠나요.
82년부터 86년까지 독일에서 공부할 때 말산업으로서 말을 처음 접했습니다. 독일은 우리나라와 다르게 하나의 말 농장을 위주로 주변에 승마클럽들이 발전돼있습니다. 말 농장에 말을 맡기고, 승마클럽에서 빌려오는 것이 흔하죠. 이렇게 되면 말 20마리로도 충분히 승마클럽 운영이 원활해집니다. 말 한 마리당 넓은 면적에서 뛰노는 것도 가능해지고요. 두당 2ha 가까운 초지를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독일은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말산업 강국 중 하나입니다. 우리나라도 독일만큼, 그 이상 말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방향성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독일뿐만 아니라 유럽에서 말산업은 농업의 한 분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된 이유에는 전담 부서가 확실히 산업을 키웠다는 데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교육부, 농축산부, 문체부 등 말산업의 전담 부서가 다릅니다. 부서가 나뉘면 사각지대는 생기기 마련입니다. 하나의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사각지대가 있어서야 발전할 수 없습니다.
◆말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승마대회에 일반인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데요. 그 ‘무언가’란 무엇일까요. 그 이외에도 말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어떠한 방안이 있을까요.
승마대회를 일반인들도 즐길 수 있게 하려면 각 승마클럽이 주체가 되어 열어야 합니다. 승마대회 우승자에 따라 각 지방의 명성을 떨치게 하는 정도까지 되려면 적은 자본으로 많은 승마대회를 개최해야 합니다. 그래야 각 승마클럽 단위의 많은 대회들이 자연스레 군, 도, 전국 지역으로 점차 확대될 수 있으며 점진적으로 승마가 하나의 오락이 되고 체육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우리나라 연구회들이 한국 말 문화를 연구해 발전시켜야 합니다. 우리나라 말 문화는 일제강점기 이후 일제가 우리나라 문화를 부정하고 없애면서 사라진 것이 많습니다. 1960년대 말까지만 해도 과거 유일한 교통수단으로 사용됐던 역마가 쉬는 곳, ‘말역’ 등이 보전됐으며 토고미쌀이 나는 곳인 화천에는 평원 속도전이 아닌 산악경주마 대회가 열렸습니다. 일반인들의 흥미를 끌 수 있도록 우리나라 문화를 살리는 등 다양한 각도에서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최근 LG CNS가 새만금 산업에 들어가면서 한창 논란이 있었는데요, 지난 7월 열린 한국농어촌말산업연합회 하계 워크숍에서 이에 대한 방안으로 ‘품목별 협동조합’과 ‘쿼터제’를 언급하셨습니다. 말산업 또한 미래를 위해 조만간 이 2가지를 끌어들여야 한다고 하셨는데, 그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우리나라 말산업이 여력이 있을 때 한국마사회가 각 승마클럽에 힘을 실어줘야 합니다. 한 기업이 하나의 산업을 독점하게 되면 문제가 커집니다. 최근 LG CNS가 스마트팜 사업 발전을 위해 토마토와 파프리카를 생산하겠다고 해서 논란이 된 것도 그 이유입니다. 대기업이 농업에 진출하게 되면 농민은 노동자로 전락하고, 기업은 ‘카테고리 킬러’로서 하나의 거대 권력으로 등장하게 됩니다.
예전엔 필리핀이 우리나라보다 잘 살았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아닙니다. 왜일까요. 농업 생산물을 옮기기 위해서는 특수 유통망이 필요합니다. 창고가 있어야 하고, 특수 트럭이 있어야 하고, 슈퍼 등 소매기업들과 연결이 돼야 합니다. 대기업들은 자본이 있으니 농산물 유통업이 뛰어들 수 있습니다.
또한, 대기업은 농민에게 영농 자금을 빌려주며 농업에 종사하게끔 하고, 농민들은 점차 빚을 갚기 위한 농산물 생산이 돼버립니다. 이러한 구조를 거치며 농민이 노동자로 전락하고 농산물 유통업이 생산기지를 잠식하게 되며, 한 기업의 손아귀에 넘어가는 것은 순식간입니다. 필리핀, 온두라스도 ‘바나나’라는 한 작물로 ‘델몬트’ 회사의 ‘납품 업체’가 되면서 한 나라의 정상적인 경제 활동이 순식간에 망가졌습니다.
삼성전자 또한 주식의 60%가 외국인 주주라고 합니다. 담배인삼공사 또한 몇 년 전 사기업이 되면서 그 자리를 외국인 주주들이 차지했습니다. 신자본주의 시대에서는 돈을 빌리기 시작하면 끝이 없습니다. 한국이 점차 새로운 방식의 식민지가 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현재 GMO 1위 수입국이며 이미 축산업은 대기업이 많이 진출했습니다. 육계에서는 ‘하림’이 80% 이상을 차지합니다. 하림에 납품하기 위해 특정 사료를 먹이면 특정 사료가 우리나라 사료 시장을 차지한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하림의 주식을 산 주주들뿐만 아니라 규격화되면서 연계 분야에서도 이득을 보고, 산업을 차지하게 됩니다. 시장을 지배하기 쉬워진 것입니다.
최근 정부가 공기업들을 줄이기 시작했습니다. 한국마사회가 민간기업화될 경우 5년도 못 가 한국 말산업은 외국인 손에 넘어갈 것입니다.
이럴수록 한국 농업과 말산업은 똘똘 뭉쳐야 합니다. 각 지역에서 협동조합을 만들고, 전국연합회 수준까지 이끌어내야 합니다. 이를 농업회의소 단계까지 발전시켜야 합니다. 쿼터제를 도입해 대기업이 들어올 수 없도록 해야 합니다. 한국마사회는 이러한 미래를 내다보면서 말산업을 통솔하려 하지 말고 민간에서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적극 도와야 합니다.
◆농업 분야에서 이미 기업이 지배하는 부분이 상당히 진행되었습니다. 지금 이시기에 계획을 세우지 않는다면 말산업도 기업이나 외국의 손아귀에 넘어가는 것은 순식간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런데, 품목별 협동조합과 쿼터제가 단어만 들어서는 알듯말듯 합니다. 간단히 설명해주십시오.
유럽은 쿼터제를 통해 각 개인의 농업 활동이 보장되고 있습니다. 품목별로 협동조합을 만들어서 협동조합연합회가 정부를 대상으로 활동하고 있는 까닭입니다. 고구마를 예로 들어 보면 각 농업인이 실제 농사짓고 있는 면적을 연합회가 올해 목표로 하고 있는 총 생산량을 퍼센트로 나눠 할당량을 줍니다. 그러면 농업인들은 이 할당량까지만 고구마 농사를 지어 판매할 수 있습니다. 만약 기업이 고구마 농사에 뛰어들고 싶어도 농업인들에게 쿼터를 일일이 사야 하고 이를 연합회가 총괄하기 때문에 효과적인 관리를 할 수 있습니다.
◆쿼터제, 도입하면 기업이 들어오는 것을 방지할 수 있겠지만 다른 산업처럼 지속적인 생산이 어려운 말산업에서 오히려 정체현상을 빚지는 않을까요?
쿼터제는 품질의 고급화를 노려 기술이 발전해나갈 수 있는 방안입니다. 낙농 분야는 쿼터제 도입으로 각 농가에서 우유 1등급 이외를 생산하는 소들은 다 팔고 최고급 우유를 생산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말산업도 처음에는 진통이 있겠지만 전국 단위의 연합회로 끌고 와서 면적별 쿼터제를 시행해 말 두수를 할당시켜야 전체 말산업도 컨트롤하기 쉽습니다. 목적별로 승용·육용 등 나눠 이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특히, 승용마는 말 자체의 능력도 중요하고 이용자의 덩치에 알맞게 크기별로 키워야 하기 때문에 질적 향상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상황입니다. 말산업계에 외국계 기업 또는 대기업이 들어오면 말산업계는 ‘노동자’라는 수렁에 빠지게 될 것입니다. 말산업이 민간에서 뿌리내릴 수 있도록 하려면 품질을 더욱 고급화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최근 말산업뿐만 아니라 농업을 왜 키워야 하는 지 모르겠다는 국민적 인식 때문에 지원금을 받기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 지 대안책을 제시해주십시오.
외국에서도 각 나라 간의 협정이나 국민 인식 때문에 농업에 지원금을 주는 것이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유럽은 이를 쉽게 풀어낸 것이, ‘농업을 함으로서 물을 맑게 한다’, ‘전통을 보존시킨다’, ‘경관을 아름답게 한다’ 등의 이유를 붙여 농업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농업인들도 농업을 하는 데 당당해질 수 있습니다. 말산업 또한 말똥으로 바이오가스 에너지 발생을 한다든지의 공적 기능 수행을 통해 당당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행정 부문에서 다양한 고민을 해야 할 것입니다.
황수인 기자
▲정명채 한국농어촌말산업협회 고문이자 농업경제학 박사는 지난 7월 충무승마클럽에서 열린 하계 워크숍에서 “최근 정부는 공기업을 줄이면서 국가의 크기를 줄이는 방향을 잡고 있다. 만약 한국마사회가 사기업으로 돌아설 경우 우리나라 말산업은 단숨에 외국의 ‘노동자’가 될 것”이라며, “한국마사회는 이러한 미래를 내다보면서 말산업을 통솔하려 하지 말고 민간에서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방향으로 산업 방향을 잡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작 성 자 : 황수인 nius103@krj.co.kr
농축산부 말산업 모든 분야 전담해야…‘사각지대’ 생기는 산업은 발전 어렵다
바이오가스 에너지 생산 등 공적 기능 수행으로 당당히 지원 받을 수 있는 방법 있어야
[정명채 한국농어촌말산업협회 고문 및 전(前) 한국농수산대학 총장 인터뷰]
“한국 말산업, 품목별 협동조합‧쿼터제 실시로 외국 기업 방어해야”
WTO를 통해 글로벌 농기업들이 농산업독과점을 추진하고 이를 위해 각국의 정부농정을 무력화시키는 여러 가지 규정(UR 협정과 FTA 협정, ISD 규정 등)의 집행력을 강화하고 있어 이를 피해갈 수 있는 협치농정(농업회의소, 협동조합기업 등)의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상황이다. 글로벌기업과 선진자본들의 제3국 자본지배를 통한 국부유출구조를 막기 위해서도 협동조합기업의 활성화는 중요해졌다. …(중략)…농업회의소는 WTO 시대를 맞아 농산물의 생산지원과 가격지지, 수출입 조정과 지원 등 자주적 농업정책을 정부가 손댈 수 없게 되면서 농업회의소를 통한 자치농정과 협치를 정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따라서 헌법에 기초를 둔 농업회의소의 결성이 필요하다. - 〈농어촌 복지정책, 정명채 저(著)〉 중(中)
세계 최대 종자기업이자 전 세계 GMO 90%의 특허권을 가지고 있는 M 기업을 아는지. M 기업이 어떻게 성장해왔는지, 많은 책과 다큐멘터리들이 다뤘다. 특히, 한 다큐멘터리에서는 M 기업이 어떻게 종자를 통해 어떻게 농민들을 ‘노동자’로 전락시켰는지 행적이 여실히 나온다. M 기업은 농민들을 분리하고 개인의 이윤을 좇게 해 분열시킨 후 매년 종자를 사게끔 한다. 이는 하나의 산업을 한 기업이 과독점해 벌어진 현상이다.
정명채 박사는 전(前) 한국농수산대학 총장이며 현재는 한국농어촌말산업연합회의 고문 및 한국농어촌복지포럼의 공동 대표를 맡고 있다. 이외에도 노무현 대통령의 대통령직 인수위원, 청와대 농어촌대책 비서관을 맡은 바 있다. 정명채 박사는 이번 인터뷰에서 한국 농업의 큰 어른으로서 농업이 총체적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과 동시에 그 흐름 속에서 말산업 또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방법을 내놓았다.
인터뷰에서 정명채 박사는 말산업계가 분열한다면 어떻게 ‘노동자’로 전락하게 되는지 실례를 들어가며 하나하나 짚었다. ‘바나나 유통’을 통해 ‘델몬트’ 사가 어떻게 필리핀과 온두라스의 경제 활동을 파괴했는지, 농업을 기업이 독점하게 되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현재 세계가 돌아가는 상황은 어떠한지 구체적으로 진단하며 미래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을 예측하고 이에 대한 해결책을 건넸다. -편집자 주
◆ 박사님께서는 지금까지 한국 농업을 이끈 큰어른이십니다. 특히, 80년대 독일에서 농업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면서 말산업을 접했다고 알고 있는데요, 당시 독일의 말산업은 어땠나요.
82년부터 86년까지 독일에서 공부할 때 말산업으로서 말을 처음 접했습니다. 독일은 우리나라와 다르게 하나의 말 농장을 위주로 주변에 승마클럽들이 발전돼있습니다. 말 농장에 말을 맡기고, 승마클럽에서 빌려오는 것이 흔하죠. 이렇게 되면 말 20마리로도 충분히 승마클럽 운영이 원활해집니다. 말 한 마리당 넓은 면적에서 뛰노는 것도 가능해지고요. 두당 2ha 가까운 초지를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독일은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말산업 강국 중 하나입니다. 우리나라도 독일만큼, 그 이상 말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방향성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독일뿐만 아니라 유럽에서 말산업은 농업의 한 분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된 이유에는 전담 부서가 확실히 산업을 키웠다는 데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교육부, 농축산부, 문체부 등 말산업의 전담 부서가 다릅니다. 부서가 나뉘면 사각지대는 생기기 마련입니다. 하나의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사각지대가 있어서야 발전할 수 없습니다.
◆말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승마대회에 일반인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데요. 그 ‘무언가’란 무엇일까요. 그 이외에도 말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어떠한 방안이 있을까요.
승마대회를 일반인들도 즐길 수 있게 하려면 각 승마클럽이 주체가 되어 열어야 합니다. 승마대회 우승자에 따라 각 지방의 명성을 떨치게 하는 정도까지 되려면 적은 자본으로 많은 승마대회를 개최해야 합니다. 그래야 각 승마클럽 단위의 많은 대회들이 자연스레 군, 도, 전국 지역으로 점차 확대될 수 있으며 점진적으로 승마가 하나의 오락이 되고 체육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우리나라 연구회들이 한국 말 문화를 연구해 발전시켜야 합니다. 우리나라 말 문화는 일제강점기 이후 일제가 우리나라 문화를 부정하고 없애면서 사라진 것이 많습니다. 1960년대 말까지만 해도 과거 유일한 교통수단으로 사용됐던 역마가 쉬는 곳, ‘말역’ 등이 보전됐으며 토고미쌀이 나는 곳인 화천에는 평원 속도전이 아닌 산악경주마 대회가 열렸습니다. 일반인들의 흥미를 끌 수 있도록 우리나라 문화를 살리는 등 다양한 각도에서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최근 LG CNS가 새만금 산업에 들어가면서 한창 논란이 있었는데요, 지난 7월 열린 한국농어촌말산업연합회 하계 워크숍에서 이에 대한 방안으로 ‘품목별 협동조합’과 ‘쿼터제’를 언급하셨습니다. 말산업 또한 미래를 위해 조만간 이 2가지를 끌어들여야 한다고 하셨는데, 그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우리나라 말산업이 여력이 있을 때 한국마사회가 각 승마클럽에 힘을 실어줘야 합니다. 한 기업이 하나의 산업을 독점하게 되면 문제가 커집니다. 최근 LG CNS가 스마트팜 사업 발전을 위해 토마토와 파프리카를 생산하겠다고 해서 논란이 된 것도 그 이유입니다. 대기업이 농업에 진출하게 되면 농민은 노동자로 전락하고, 기업은 ‘카테고리 킬러’로서 하나의 거대 권력으로 등장하게 됩니다.
예전엔 필리핀이 우리나라보다 잘 살았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아닙니다. 왜일까요. 농업 생산물을 옮기기 위해서는 특수 유통망이 필요합니다. 창고가 있어야 하고, 특수 트럭이 있어야 하고, 슈퍼 등 소매기업들과 연결이 돼야 합니다. 대기업들은 자본이 있으니 농산물 유통업이 뛰어들 수 있습니다.
또한, 대기업은 농민에게 영농 자금을 빌려주며 농업에 종사하게끔 하고, 농민들은 점차 빚을 갚기 위한 농산물 생산이 돼버립니다. 이러한 구조를 거치며 농민이 노동자로 전락하고 농산물 유통업이 생산기지를 잠식하게 되며, 한 기업의 손아귀에 넘어가는 것은 순식간입니다. 필리핀, 온두라스도 ‘바나나’라는 한 작물로 ‘델몬트’ 회사의 ‘납품 업체’가 되면서 한 나라의 정상적인 경제 활동이 순식간에 망가졌습니다.
삼성전자 또한 주식의 60%가 외국인 주주라고 합니다. 담배인삼공사 또한 몇 년 전 사기업이 되면서 그 자리를 외국인 주주들이 차지했습니다. 신자본주의 시대에서는 돈을 빌리기 시작하면 끝이 없습니다. 한국이 점차 새로운 방식의 식민지가 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현재 GMO 1위 수입국이며 이미 축산업은 대기업이 많이 진출했습니다. 육계에서는 ‘하림’이 80% 이상을 차지합니다. 하림에 납품하기 위해 특정 사료를 먹이면 특정 사료가 우리나라 사료 시장을 차지한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하림의 주식을 산 주주들뿐만 아니라 규격화되면서 연계 분야에서도 이득을 보고, 산업을 차지하게 됩니다. 시장을 지배하기 쉬워진 것입니다.
최근 정부가 공기업들을 줄이기 시작했습니다. 한국마사회가 민간기업화될 경우 5년도 못 가 한국 말산업은 외국인 손에 넘어갈 것입니다.
이럴수록 한국 농업과 말산업은 똘똘 뭉쳐야 합니다. 각 지역에서 협동조합을 만들고, 전국연합회 수준까지 이끌어내야 합니다. 이를 농업회의소 단계까지 발전시켜야 합니다. 쿼터제를 도입해 대기업이 들어올 수 없도록 해야 합니다. 한국마사회는 이러한 미래를 내다보면서 말산업을 통솔하려 하지 말고 민간에서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적극 도와야 합니다.
◆농업 분야에서 이미 기업이 지배하는 부분이 상당히 진행되었습니다. 지금 이시기에 계획을 세우지 않는다면 말산업도 기업이나 외국의 손아귀에 넘어가는 것은 순식간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런데, 품목별 협동조합과 쿼터제가 단어만 들어서는 알듯말듯 합니다. 간단히 설명해주십시오.
유럽은 쿼터제를 통해 각 개인의 농업 활동이 보장되고 있습니다. 품목별로 협동조합을 만들어서 협동조합연합회가 정부를 대상으로 활동하고 있는 까닭입니다. 고구마를 예로 들어 보면 각 농업인이 실제 농사짓고 있는 면적을 연합회가 올해 목표로 하고 있는 총 생산량을 퍼센트로 나눠 할당량을 줍니다. 그러면 농업인들은 이 할당량까지만 고구마 농사를 지어 판매할 수 있습니다. 만약 기업이 고구마 농사에 뛰어들고 싶어도 농업인들에게 쿼터를 일일이 사야 하고 이를 연합회가 총괄하기 때문에 효과적인 관리를 할 수 있습니다.
◆쿼터제, 도입하면 기업이 들어오는 것을 방지할 수 있겠지만 다른 산업처럼 지속적인 생산이 어려운 말산업에서 오히려 정체현상을 빚지는 않을까요?
쿼터제는 품질의 고급화를 노려 기술이 발전해나갈 수 있는 방안입니다. 낙농 분야는 쿼터제 도입으로 각 농가에서 우유 1등급 이외를 생산하는 소들은 다 팔고 최고급 우유를 생산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말산업도 처음에는 진통이 있겠지만 전국 단위의 연합회로 끌고 와서 면적별 쿼터제를 시행해 말 두수를 할당시켜야 전체 말산업도 컨트롤하기 쉽습니다. 목적별로 승용·육용 등 나눠 이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특히, 승용마는 말 자체의 능력도 중요하고 이용자의 덩치에 알맞게 크기별로 키워야 하기 때문에 질적 향상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상황입니다. 말산업계에 외국계 기업 또는 대기업이 들어오면 말산업계는 ‘노동자’라는 수렁에 빠지게 될 것입니다. 말산업이 민간에서 뿌리내릴 수 있도록 하려면 품질을 더욱 고급화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최근 말산업뿐만 아니라 농업을 왜 키워야 하는 지 모르겠다는 국민적 인식 때문에 지원금을 받기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 지 대안책을 제시해주십시오.
외국에서도 각 나라 간의 협정이나 국민 인식 때문에 농업에 지원금을 주는 것이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유럽은 이를 쉽게 풀어낸 것이, ‘농업을 함으로서 물을 맑게 한다’, ‘전통을 보존시킨다’, ‘경관을 아름답게 한다’ 등의 이유를 붙여 농업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농업인들도 농업을 하는 데 당당해질 수 있습니다. 말산업 또한 말똥으로 바이오가스 에너지 발생을 한다든지의 공적 기능 수행을 통해 당당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행정 부문에서 다양한 고민을 해야 할 것입니다.
황수인 기자
▲정명채 한국농어촌말산업협회 고문이자 농업경제학 박사는 지난 7월 충무승마클럽에서 열린 하계 워크숍에서 “최근 정부는 공기업을 줄이면서 국가의 크기를 줄이는 방향을 잡고 있다. 만약 한국마사회가 사기업으로 돌아설 경우 우리나라 말산업은 단숨에 외국의 ‘노동자’가 될 것”이라며, “한국마사회는 이러한 미래를 내다보면서 말산업을 통솔하려 하지 말고 민간에서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방향으로 산업 방향을 잡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작 성 자 : 황수인 nius103@krj.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