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부경 외국인 기수 4명 추가
일본·호주·이탈리아·인도, 국적 지속적 확대
“경쟁구도 가속화돼야”對“안전망부터 마련해야”
한국경마에 외국인 기수가 대거 출격한다.
한국마사회 경마기획처는 4월 16일부로 외국인 기수 4인에게 4개월간의 신규면허를 부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각 경마장 별로 2명씩 배정돼 7월 31일까지 활동을 펼친다.
가장 먼저 국내 데뷔전의 테이프를 끊은 용병은 일본의 요네쿠라 사토시 기수다. 사토시 기수는 지난 22일, 24일 경마를 통해 한국에서의 첫 경주를 치러냈다. 경주 결과는 5전 3위 2회로, 부진마 및 기복마 위주의 기승이었음을 감안하면 준수한 데뷔전 성적표를 받아들었다고 볼 수 있다.
1975년 생 사토시 기수는 일본 전국지방경마협회(NAR)소속으로 1994년 데뷔해 올해로 약 22년의 기승경력을 지닌 베테랑 기수다. 카나자와 경마장을 중심으로 활동한 그는 통산 1387승을 자랑하고 있다. 최근 3년간의 성적을 살펴보면 2013년 51승, 2014년 65승, 2015년 40승을 기록했으며 평균 승률은 17%에 달한다.
사토시 기수에 이어 부경에 발을 들일 외국인 기수는 지난 주 입국한 이탈리아 출신의 파올로 아라고니 기수다. 활동명 “파올로” 기수는 이탈리아 UNIRE 소속으로 1997년에 데뷔해 약 19년의 기승경력을 보유 중이다. 특히 이탈리아 Group3 경주에서 7회 우승, Listed 경주에서 11회에 걸친 우승 기록은 파올로 기수의 역량을 엿볼 수 있는 기록이다. 이탈리아의 18개 경마장을 근거로 활동한 최근 3년간의 성적을 살펴보면 2012년 20승, 2014년 28승, 2015년 42승으로 평균 12%의 승률을 기록해왔다.
부경에 이어 서울에서도 두 명의 외국인 기수가 첫 선을 보일 예정이다. 호주 빅토리아 레이싱클럽에서 활동하던 패트릭 브라이스 킨 기수와 인도 방갈로르 터프 클럽 등지에서 활약한 임란 치스티 시디퀴 기수가 바로 그 주인공.
패트릭 기수는 92년 생으로 2012년 데뷔해 올해로 기승경력 4년인 패기의 신예기수다. 최근 3년 동안 529경주에 기승해 38승 2위 43회를 기록, 승률 7.2%, 입상률 15.3%을 보유하고 있다. 기승중량은 52kg다.
임란 기수는 인도 국적의 기수다. 1977년생의 임란 기수는 1997년에 데뷔해 19년의 기승경력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 3년간의 기승성적을 살펴보면 1164전 216승 2위 168회로, 승률 18.6%, 입상률 33.0%의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50kg의 기승중량은 레이팅 제도로 인해 고충을 겪었던 관계자들에게 큰 호응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서울은 외국인 기수 정원인 4명을 모두 채우게 되고, 부경은 총 6명의 정원에서 1명이 모자란 상황이 된다. 한 명의 외국인 기수는 빠르면 6~7월 중으로 선발될 예정이다.
모든 정원이 채워지고 나면 한국에서 활동하는 외국인 기수는 총 10명이 된다. 이처럼 다수의 외국인 기수가 한꺼번에 활동을 펼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파트Ⅱ국가로서 국제화에 발맞추기 위해서는 외국인 관계자에게 문을 개방하는 것이 당연한 순리일 것이다. 과연 외국인 기수의 국적 역시 일본 위주에서 이탈리아·호주·인도에 이르기까지 그 폭이 한층 넓어졌고 수준 또한 향상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일부 관계자들은 “외국인 기수의 대거 투입은 오랜 기간 고착화된 한국의 전개방식, 나아가 기수 문화까지 바꿀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환대했다. 실제로 지난 해 페로비치 기수의 경우 문세영 기수의 독주를 강하게 압박하며 경쟁구도를 연출해낸 바 있다.
반면 일부에서는 여전히 우려의 목소리를 제기하고 나섰다. 외국인 기수의 도입을 전면적으로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기존의 기수들에 대한 안전망이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무조건적인 경쟁논리를 들이미는 것은 순서가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 경마혁신을 통해 기수면허 갱신의 기준이 한층 높아졌고, 기존 기수들의 대거 방출이 예고된 상황이다.
호주나 미국을 비롯한 해외의 경우 기수들의 면허갱신이 불허되면 대부분 자신들이 지내왔던 목장으로 돌아가 생산 활동에 임한다거나, 트랙라이더, 말 수의 전문가 등 말과 관련한 다양한 방향의 진로를 선택할 수 있다. 말 산업이 제대로 자리 잡은 나라의 경우다. 반면 우리나라는 면허갱신이 불허된 경우 선택할 수 있는 항목이 극히 적은 것이 사실이다. 다른 종류의 경주마 기수, 관리사, 생산목장, 예상업 등. 하지만 해당 직업군들의 전문성이나 파이의 크기를 따져보았을 때 그마저도 선택이 녹록치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관계자에 따르면 “선진 기술을 배우겠다는 목적 하에 외국인 기수를 영입해왔지만, 실상 큰 도움은 얻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같은 목적이라면 지금의 기수들이 발달된 기승술을 체계적으로 보고 배울 수 있도록 하는 교육과정이나 커리큘럼, 제도를 마련해주어야 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역설했다. 또, “경쟁논리 하에 그동안 경마를 위해 헌신했던 역군들을 토사구팽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전했다.
향후 한국마사회는 외국인 기수의 비율을 15%까지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기존 기수들의 대거 이탈은 예고된 수순이다. 수문은 열렸다. 쏟아지는 물길을 억지로 막을 필요는 없지만, 모든 것이 휩쓸려나가지 않도록 대비책을 마련하는 것은 시급해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