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과 재수생


1. 용돈

고3 : 달라는 데로 준다. 집안에선 내가 왕이다. 참고서 산다고 구라치고

그돈으로 당구장가서 물리기 친다. 낼은 형광팬 산다고 마넌정도 타야겠다.

재수생 : 달라고 하면...엄마는 장사하는 사람처럼 "이거 밑지는데" 라며 한푼이라도

더 깎으려 한다. 집안에선 돈벌레로 통한다. 학원비,밥값,차비,문제집 등등

이젠 참고서 산다는 구라도 안통한다. 엄마가 사온다-.-

아 낼은 무슨수로 돈타나..할 수 없이 사고 쳤다고 구라쳐야겠다-.-

2. 식사

고3 : 먹고 싶은건 다 먹을수 있다. 임금님 수라상이 부럽지 않다.

때되면 몸 허하다고 보약까지 해준다. 먹기 시른척하면서 동생이 침흘리면

발로 뻥차버린다. 낼은 녹즙좀 해달라고 해야겠다.

재수생 : 이젠 무섭다. 콩나물국에 김치로 보름을 버텼다. 예전 임금님 수라상은

어디가고...뱀새끼 튀어나올 마당쇠 밥상만이 덩그러니 내 앞에 있다.

보약이 어떤 맛인지 잊어버린지 오래다. 동생이 처먹는거 보면서

침흘리다가 야린다고 엄마한테 일러서 그나마 밥도 못먹을뻔 했다-.-

녹즙 먹어본지도 오래됬고...낼은 뒷산가서 풀뿌리나 캐먹어야겠다-.-

3. 여자친구

고3 : 우리 둘은 이세상 끝까지 함께 할꺼다. 이대로만 간다면

우리의 장미빛 미래는 보장된것. 미리 2남 3녀로 가족계획도 세웠다.

힘들때 힘이 되주는 그녀가 너무 사랑스럽다. 추울텐데 낼은 안아줘야겠다.

재수생 : 대학붙은 그년은 웬놈 품에서 캥거루 새끼마냥 매달려 있을것이다.

가족계획이고 나발이고, 결혼이나 해봤으면 좋겠다.

지금 졸라 힘든데...그뇬 생각하면 빡돌아서 공부 더 안된다.

이 추운날 그뇬 집 보일러나 고장났으면 속이 시원하겠다. 제길-.-

4. 주위의 시선

고3 : 난 가문의 기대주다. 추석을 겸해 오랜만에 모이신 친척분들이 나를 칭찬하신다

그러면서 사촌들을 나무라신다 "쟤 좀 본받아라"

`그래 나좀 본받아라` 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아 어깨가 무겁다.

재수생 : 명절이 괴롭다. 씨바~ 친천들은 왜케 많은 거야

이제는 누구도 나를 신경쓰지 않는다. 마치 투명인간이 된 듯 하다.-.-

나는 실패작의 표본이다. "저형처럼 되면 안돼" 라는 속닥거림에

잠을 이룰수 없다.

`두고 보자` 라며 이를 갈아본다. 어깨는 무겁다 못해 처진다.

5. 학교, 학원

고3 : 이제 일년만 있으면 이놈의 학교도 쫑이다. 이쪽보곤 오줌도 안눌거다.

그래도 담임이 "좀 더 힘내라" 라는 말에 용기를 얻어본다.

오늘은 야자 띵까고 국가대표 축구 경기나 보러가야겠다.

재수생 : 이제 일년만 있으면 이 지랄같은 학원도 쫑이다.

이쪽보곤 오줌...아니..똥...코...트름...가래 아무것도 안할거다-.-

오늘은 자율학습 띵까고 축구 보러가는 내 모습이 처량하다 못해

비참하기까지 하다-.-

6. 상상

고3 : 대학가서 어케하면 여자꼬셔서 잼나게 놀까 궁리로 머리 뽀사진다.

특히 엠티에 관한 환상에 미쳐버린다.

대학가면 운전따서 차끌고 나이트 가서 여자꼬셔서 미사리나 양수리

한바퀴 돌고 으흐흐-.-

재수생 : 여자고 나발이고 간에 학원이나 벗어났으면 좋겠다.

엠티는 바라지도 않는다. 단합대회 한지도 3000년은 지난것 같다.

버스타고 동네 네온사인속에 지나가는 여자 한번 슬쩍 보고

대학가서 할 상상들은 현실속엔 초라함 그 자체다.

7. 친구들

고3: 대학가서 술 배터지게 먹자고 의기투합한다. 서로 공부도 갈켜주며

나중에 쌍쌍파티해서 만나자고 한다.

심지어 누구 여자친구가 젤 이쁜가 내기까지도 했다-.-

재수생 : 대학안가도 술 배터지게 먹는다. 하루하루가 짜증난다.

서로 지가 아는거 남들이 알까봐 전전긍긍한다.

모두가 경쟁자다-.-

대학간넘들 전화해보면 엠티간다 머한다 해서 시간 없다고 구라친다.

작년에 당구장 가자고 했을땐 제사도 빼버린 쉑기들이 싸가지 짱이다.

누구 여자친구 이쁜가 하는 상상은 집어치우고..제발 학원 여자애덜

세수나 하고 왔으면 소원이 없겠다.

8. 술

고3: 무슨 날이다 하면 술마셨다. 의례 술마시는줄 알았다.

특히 100일 남겨두고 그날은 죽도록 마셨다.

담날 속아파도 즐거웠다. 금지된 것에 대한 반항이랄까....

행복했다

재수생 : 모의고사 끝나면 술마셨다. 씨바..다들 울고 있다. 나도 운다.

100일 남겨두니까 술이 물같다. 술술 넘어간다.

담날 일어나서 속도 아픈데 눈물이 났다. `이번에도 떨어지면..`

비참하고 슬펐다.

9. 미래계획

고3 : 모든게 척척이다. 우선 원하는 대학 원하는 전공 선택하고 1년 마치고

군대갔다가 졸업해서 2년후에 결혼하고 애낳고 행복하게......

내 인생은 탄탄대로다~

재수생 : 결과야 어찌됬건 대학을 가던 못가던 학원이나 벗어났으면 좋겠다.

떨어지면 군대간다. 나오면 할 거 없다.-.-

제길..장가나 가볼려나..세상 나와서 내 흔적이나 남기고 가야하는데

10. 수능 하루전

고3 : 이제 다 끝났다. 완벽하다고는 볼수 없지만 나름대로 했다.

이제 셤만 보면 된다. 후~ 힘들었다. 긴장된서 잠도 안온다.

하지만 오늘만 지나면 해방이다. 기다려라 나의 girl들아

움무하하하하

재수생 : 벌써 낼이 수능이다. 완벽이고 나발이고 술처먹느라고 해노은거 없다.

같이 재수한넘들 역시 마찬가지다-.-

후~ 담배연기속에 한숨만 나온다. 제길..될데로 되라지..

맘편히 먹으니 잠은 솔솔온다

모르겠다. 오늘만 지나면 낼은 영장 신청하러 가야하나?

기다려요 고참님들

크흐흐흑~ T.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