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청물장수와 경마팬

북청물장수의 유래

  ‘북청물장수’란 함경남도 북청군에 살던 사람이 서울로 올라와서 물장수를 시작하였는데 이 사람을 북청물장수라고 일컬었던 데서 비롯된 이야기다. 문헌에 최초로 북청물장수가 등장한 것은 이조 철종(哲宗)시대로 당시 세도가인 김좌근(안동 김씨)의 저택에 북청 출신 김(金)서방이라고 불리는 사람이 그 집안에서 쓰는 물을 길어대는 일을 한 것이 불청물장수의 시작이다.

  그 후 고종 때 김서근이라는 사람이 신창 토성리라는 곳에 작은 방을 얻어 놓고 기거하면서 서울로 과거를 보러 오는 고향 선비들을 상대로 밥도 지어주고 빨래도하여 주었는데 이 때 밥을 짓기 위하여 삼청동(三淸洞) 공원에 있는 약수터 물을 길어 왔다. 김서근은 물을 넉넉하게 길어와서 이웃에게 나누어 주어 당시 상수도 시설이 미흡한 서울 장안 사람들에게 김서근이 길어다 주는 물이 무척 맛이 좋은 약수라고 소문이 났다.

  소문이 나자 서로 물을 대달라는 부탁에 의해 물 공급계약이 체결되고 돈을 받기 시작하였는데 이것이 북청물장수의 근간이다. 김서근은 물의 수요가 늘어나 일손이 부족하자 고향 친구들을 불러 올려 조직적인 물장수를 시작하고 물도가(都家)를 차렸으니 이것이 우리나라 수방도가라고 하는 북청물장수의 유래다.

북청 불장수
<김동환>

새벽마다 고요히 꿈길을 밟고 와서
머리맡에 찬물을 쏴- 퍼붓고는
그만 가슴을 디디면서 멀리 사라지는
북청 물장수.

물에 젖은 꿈이
북청 물장수를 부르면
그는 삐걱삐걱 소리를 치며
온 자취도 없이 다시 사라져 버림다.

날마다 아침마다 기다려지는
북청 물장수.

오늘날처럼 각 가정에 수도가 보급되기 이전에는 물장수들이 새벽마다 물을 공급해 주었다. 그들은 주부들이 일어나 부엌일을 시작하기 전에 물을 가져다 주어야 했으므로 이른 새벽부터 부지런을 떨지 않으면 안 되었다. 전원에서의 하루가 횃대에서 목청 좋게 울어젖히는 계명성(鷄鳴聲)에 서 시작되듯이, 도시의 새벽은 부지런한 북청 물장수의 삐걱거리는 지게 소리와 물 붓는 소리와 함께 열리는 것이다.
물장수는 아직도 곤한 잠에 빠져 있는 도시인들의 꿈길을 밟고 온다. 날마다 거의 비슷한 시각에 찾아와 말없이 물만 붓고 떠나가는 북청 물장수의 행동에 익숙해진 도시인(혹은 화자)은 물장수가 독 안에 붓는 물소리에 퍼뜩 잠에서 깨어난다. 그때의 화자의 정신은 마치 머리에 찬 물을 뒤집어 쓴 듯한 것처럼 맑고 시원하다. 제 할 일을 마친 물장수는 갓 깨어난 화자의 마음에 깊은 인상을 남기고 말없이 떠나간다. 단잠에서 깨어나 새로운 하루를 시작하는 도시인의 아침 풍경이 매우 간결하면서도 적절하게 묘사되어
있다.

매일같이 되풀이되는 북청 물장수의 근면하고 과묵한 행동에 화자는 친밀한 감정을 갖게 된다. 현실과 꿈이 채 구분되지 않는 혼돈 속에서 물장수를 부르지만, 그는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듣지 못하고 다음 집에 물을 날라다 주기 위하여 삐걱삐걱 소리만을 남기고 사라져버리는 것이다. 서로의 인간적 만남이 없으면서 제 할 일을 묵묵히 하는 물장수의 행동과 그에게서 인간적 친밀감을 느끼는 화자의 심정을 담담하게 그려 내고 있다. 화자에게 북청 물장수는 단순히 생활에 긴요한 물을 공급해 주는 장사치로 여겨지는 것이 아니라, 청신한 새벽의 분위기를 전해주는 존재인 것이다. 맑고 활기찬 아침을 마련해 주는 물장수를 기다려 만나 보고 싶어하는 화자의 마음이 깔끔하게 제시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일상생활 주변에서 흔히 보게 되는 북청 물장수를 소재로 하여 고향에 대한 향수를, 물장수를 하여 자식을 대학까지 보냈다고 하는 그들의 근면성과 건강성을 통해 표현한 1920년대의 수작(秀作)이다.
아무튼 이 당시에는 물장수 중에는 많은 이들이 함경도 북청(北靑) 출신의 사람들로 그런 힘든 직업으로 생계를 책임지고 생활을 하였다고 해서 북청물장수라고 불리워졌다는 것이다. 아무튼 좋은 물은 건강에 있어서도 보약 중의 으뜸이라고하니 여러분께서도 아침에 일어나면 생수 한 잔 잊지 맙시다!

오늘 필자가 북청물장수를 여러분게 소개하면서 다소 긴 설명을 드린 것은 경마판뿐만 아니라 세칭 노름판과 도박판에서는 베팅자금이나 군자금을 준비해 오는 것을 당사자들끼리는 물을 길어 온다는 은어(隱語)로 많이 사용하기 때문이다.

경마를 어떤식으로 접근했고 경마에 어떤 경로를 통해서 입문했던지간에 적지 않은 시간과 세월에 거쳐서 경마를 즐긴 경마팬이나 경마꾼들 대부분은 여유있게 베팅을 즐기는 사람들이 별로 없을 것이다. 입문 초기에는 대부분 소액으로 접근했다가 점점 액수가 늘어나면서 중고액 베팅을 호기롭게 하다가 경제적인 여유자금이 바닥이 나는 시점에서는 또 다시 베팅금액이 작아지고 쪼그라드는 것이 경마판의 현실이고 풍경이다. 경마자금을 물을 쓰듯이 퍼다쓸 수가 있는 막대한 재력을 지닌 분이 아니라면 공감할 것이다. 하기야 요즘은 생수라는 이름으로 적지 않은 금액으로 물도 판매가 되는 세상이니 물을 퍼다 쓰듯이 쓴다고 해도 수많은 세월을 경마판에서 보내노라면 어는 절대 부호라도 누가 넉넉한 경마자금을 매 번 가지고 올 수가 있겠는가!

그만큼 경마는 구조적으로나 산술적으로 이기기 힘든 한 마디로 건전하게 즐기는 일부 경마팬들 빼고는 대부분의 경마꾼들에게는 도저히 답이 없는 괴물이요, 거의 공략 불가한 철옹성같은 존재인 것이다. 그것을 알면서도 매주 대박과 대승의 꿈을 쫒아 경마장에 발길을 돌리는 경마팬들이 대부분이다. 물론 우리 사회에 중독성이 있는 것이 경마뿐만 아니라 증권이나 스포츠 토토, 로또 등 복권 그리고, 경정과 경륜, 카지노, 화투, 카드게임 등 비일비재하지만 아무튼 경마는 한 번 발을 들여 놓으면 그 유혹의 손길에서 쉽게 빠져나오기 힘든 매력적이고 치명적인 게임인 것만큼은 부인하기가 힘들다는 것이 필자의 견해다. 아무튼 경마를 장시간 해오면서 본인이 지녔던 재산이나 사업 그리고, 가정 생활을 정상적으로 유지하고 보전한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  20여년을 경마장에 출입한 필자의 산경험이다. 한 마디로 경마를 해서 팔자 고친 사람을 거의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물론 필자가 아는 몇 사람은 대승과 대박으로 공장도 차렸고, 아파트도 삳다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필자의 눈으로 직접 확인한 것은 아니고, 자신의 입이나 제삼자를 통해서 약간은 포장되고 부풀려진 내용으로 들었을뿐이다.

그럼에도 매주 경마장을 찾는 수많은 인파들는 어디서 물을 길어 오는지 모두 알 수는 없지만 저마다 얼마간의 베팅자금을 가지고 씩씩하게 경마장을 찾는다. 그 수 많은 인파들를 보면서 필자는 그 중에서 몇 퍼센트나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여유자금을 가지고 경마장을 찾는지 그것이 참으로 궁금하다. 경마를 오래 해온 사람들일수록 본인의 여유자금만으로 오는 확율은 낮다고 보며, 이미 파산 직전의 상태에서 경마를 끊지 못하고 경마의 달콤한 유혹을 못이겨서 딱 한 번만, 딱 한번만 더를 가슴속에 다짐하면서 오는 경마팬들도 수두룩하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평소에 돈이 한푼도 없는 생활을 영위하다시피 하는 사람들도 경마일이면 어디서 물을 길어 오는지 몰라도 다만 얼마라도 어김없이 돈을 만들어 오는 재주가 경마팬들은 참으로 뛰어난 것같다. 그리고, 경마장에 와서도 세칭 올인(베팅할 돈이 떨어짐)된 상태에서 여기 저기 긴박하게 전화를 걸어서 물을 기는 재주가 탁월한 사람도 심심치 않게 볼 수가 있다. 옆에서 소가 들으면 웃을 이야기와 말재주로 물을 기는 것이다. 어쩐면 정말로 씁쓸한 경마장의 애잔한 풍경 중의 하나다.

북청불장수는 물을 길어서 생업을 이어갔고 자식들을 대학까지 가르쳤다는데, 경마장을 찾는 경마팬들과 경마꾼들은 여기저기 물을 길어서 말밥을 주는 것이다.  물론 전부가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일부 경마팬들은 철저하게 절제하면서 자신의 여유자금으로 건전 레저경마를 즐기고 있는 분들도 상당수 있다. 하지만, 그런 분들을 제외한 대다수 경마팬 특히, 이미 정도가 지나친 중독성 경마를 하고 있는 우리 경마꾼들의 자화상과 현실이 아닐까?

이번 주 금요일 출전마들이 공지되는 수요일을 맞아 벌써부터 대박과 대승을 달콤한 꿈을 꾸면서 금주에 경마장에 가지고 갈 베팅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열심히 물을 길고 있을 우리 경마고우(競馬故友)들께서 이번 주에는 꼭 소망하는 한구라 그리고, 대구라를 하시기를 하기도 진심으로 바라지만, 한 편으로는 자신의 분수에 맞는 금액만 가지고 경마장에 출정하시기를 바라는 마음이 더욱 크다. 아울러 더 이상 어거지와 거짓부렁이로 과도하게 물을 길어 오지 않은 경마를 즐겼으면 한다. 어차피 끊을 수가 없다면 지금부터라도 자신의 경제적인 여유내에서 즐기는 경마를 찾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긴 말 않겠습니다,,,이번 주 더욱 좋은 예상,,,3일간 승리를 목표로 여러분을 찾아뵙고자 합니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