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
![]() |
-경마문화제 기간 중에 선보였던 마상무예와 격구 시연. 경마문화제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은 일회성 이벤트들 가운데 우리 전통 마문화의 참맛을 느낄 수 있는 유일한 행사였다. 제1회 경마문화제부터 꾸준하게 이 행사를 준비하며 우리 마문화의 전승과 복원에 힘쓰고 있는 최공호 한국마사회 박물관장을 만났다.
-경마도 우리 마문화의 연장이다.
몽고족이나 만주족처럼 말을 타고 드넓은 초원을 달리는 것만 기마문화는 아니다. 기마민족성을 규정하는 것은 각 민족마다 정도나 방법의 차이는 있지만, 말을 어떻게 유용하게 사용하고 민족사 발전에 말이 얼마만큼 기여했느냐 하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인 농경사회였지만 전쟁이나 유통 등을 위해 말을 사용해왔다. 사서(史書)의 기록이나 고구려 벽화와 같은 예술작품을 보더라도 우리문화를 일궈오는 과정에서 말은 동반자적 역할을 담당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말하자면 우리문화의 생산에 있어 말은 엔진과 같은 역할을 수행한 동력이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현재 잔존하고 있는 우리만의 마문화라는 것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급속한 기계문명의 발달 속에 우리의 마문화도 묻혀버린 것이다.
그는 마문화라고 할 수 있는 것 중 현재 잔존하고 있는 것은 경마가 유일하다고 말한다. 비록 경마가 도입단계에서 일본의 영향이 결정적이라 이식문화의 성격이 짙은 것도 부정할 수는 없지만,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것이 문화의 속성이라는 사실을 이해하고 도입 초기 일본의 영향을 벗어나 우리 나름의 경마문화를 정착하는 과정이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경마도 우리 마문화의 연장으로 이해해야지 외국의 이식문화라고 치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게 그의 생각이다.
-마문화 복원과 보급에 힘쓴다.
그는 우리의 마문화 복원을 위해 마상무예, 격구 등의 정기적 시연, 시연단체 지원, 정확한 시연을 위한 학술적 고증에 힘쓰고 있다.
또한 마문화 보급을 위해 출판사업에도 열심이다. 지금은 10권의 연구총서 발행을 진행중이다. 남도영 동국대 명예교수가 집필한 제1권 『한국마정사(韓國馬政史)』는 고대부터 조선까지 말의 육성, 수급, 용도에 관한 정책의 변화를 다뤄 1년 동안 역사학계에서 최고의 저술에게 주어지는 치암학술상을 수상했다. 뒤이어 제2권 『한국의 마상무예』와 제3권 『한국의 마구(馬具)』가 출판된 상태다. 올 6월말에는 마문화를 공통분모로한 동아시아의 문화와 문화 초기 생성단계에서 말에 대한 인식이 이후 역사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연구한 제4권 『동아시아 고대의 말 그림과 사상』이, 10월경에는 제5권 『제주도 목장사』가 각각 출판될 예정이다.
마문화에 대한 학술서 편찬과 함께 대중보급용 출판작업도 병행할 예정이다. 그림과 사진이 대폭 늘어난 소책자 형태로 보기 좋게 편집될 이 시리즈에서는 마패이야기, 최초의 경마시행, 세계의 아름다운 경마장, 명마소개 등 일반 경마팬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소재들이 다뤄질 예정이며 현재는 1백권 정도를 계획하고 있지만, 굳이 시간과 권수를 제한하지는 않고 있다.
지금까지의 연구총서 출판작업은 마문화의 중요성을 부각시키는데 크게 공헌했으며, 대중보급용 시리즈물은 마문화 보급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다.
-경마의 문화적 가치를 알리고 싶다.
대학에서 미술사를 전공한 그에게 말은 그림의 소재로 친숙하게 다가왔다. 그림의 소재 중 가장 빈번하게 등장하는 것이 동물이고, 그 중에서도 말은 가장 인기 있는 대상이다. 마구(馬具)들도 단순한 장비가 아니라 마문화를 어떻게 접근했는지 알 수 있는 중요한 공예품이다.
그는 경마에 대한 문화적 인식을 제공하는 것이 마문화 복원과 보급의 목적이라고 말한다. 경마를 도박으로 치부하며 천박한 문화로 인식하고 있지만, 경마에 어떤 문화적 가치가 있기 때문에 최근의 IMF를 비롯해 어떠한 상황에서도 끈질긴 생명력을 지니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도박 자체는 미화할 수 없지만, 경마 자체가 그렇게 부정적인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과거에는 마문화 정립이 의미있는 작업이라는 의식이 있음에도 돈벌이가 안 된다는 현실적 문제 때문에 연구 인력 등이 많이 부족하고 연구성과도 미미했지만 계속적인 지원과 관심으로 최근에는 인력도 늘고 연구테마도 확대되는 추세다. 그는 마문화에 관심 갖는 사람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자신의 노력이 역사연구의 공백을 메우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램이다. 올해 안에 제주자연사 박물관과 공동기획 전시회를 계획하고 있고, 그린벨트에 묶여 어려움이 따르지만 박물관을 확장할 계획도 갖고 있다. 종래에는 마사박물관을 연구센터화해 말에 관한 유무형의 모든 자료를 데이터화함으로써 누구든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포부라고 한다.
【권현 기자 knhn@krj.co.kr】
〈최공호 관장 약력〉
1957년 8월 8일 전남 영암 출생
홍익대 미대 석·박사 (미술사)
홍익대 박물관에서 8년간 근무
현 문화관광부 문화재 전문위원
박물관협회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