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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달 1일부터 ‘발주후 진로변경 금지’ 시행 확정
육상이나 수영 경기에서나 볼 수 있는 “진로 변경 금지”가 경마에도 도입될 예정이다.
한국마사회는 ‘발주후 진로변경 금지’ 조항을 새로이 신설, 7월 1일부터 본격적인 시행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이번 ‘발주후 진로변경 금지’는 발주후 기수의 무리한 내측사행과 그로 인한 진로방해와 인마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 시행됐으며, 이에 따라 모든 경주마는 발주후 100m 지점(1700m는 50m)까지 진로를 변경할 수 없다.
과연 ‘발주후 100m 지점 진로 변경 금지’는 왜 필요한지 알아보고 기준과 제재, 그리고 이번 제도 시행에 대한 관계자들의 반응에 대해 정리해 본다. 〈편집자 주〉
- 진로 방해 방지, 안전도모가 시행 배경
“탕!”
출발 신호와 함께, 경주마들이 게이트를 박차고 나서면서 기수들은 치열한 자리 싸움을 펼친다. 거리가 긴 장거리인 경우는 큰 관계가 없지만, 단거리인 1000m와 1200m 그리고 발주후 빠른 시간에 코너를 만나는 1700m의 경우엔 인코스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그야말로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외곽을 배정 받은 경주마들은 조금이라도 좋은 자리를 선점하기 위해서 무리해서 인코스로 파고드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이번 ‘발주후 100m 지점 진로 변경 금지’의 시행 배경은 바로 이와 같은 치열한 자리 싸움에서 발생하는 빈번한 진로방해를 제한하기 위한 것. 부수적으로는 잦은 심의경주를 예방하고 인마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측면에서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마사회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3년간 발주후 200m 구간 내에서 발생한 진로변경 건수가 70건으로 총 진로변경 제재(166건)의 42.2%에 달하고 있으며, 특히 최단거리인 1000m의 경우는 약 73%에 달하고 있어 발주후 200m 구간 내의 자리 싸움의 결과가 순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자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이 각 기수들간의 성적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진로변경으로 인한 순위변경이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를 보여 지난 2000년에는 총 43건이 발생, 평소에 비해 2배 이상의 증가세를 보였다. 따라서 한국마사회는 이와 같은 증가 추세에 있는 진로변경을 제도적으로 금지시켜 보다 안정된 경주진행 도모 및 경주의 공정확보를 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표-1〉 진로방해로 인한 순위변경 추이
연도 96년 97년 98년 99년 00년
건수 18건 24건 28건 20건 43건
- 1700m는 발주후 50m 진로변경 금지, 위반시 엄격한 제재 따라
한국마사회 경마시행 규정 제55조에 따르면 “발주후 일정거리 이상을 주행하기까지는 임의로 진로변경을 금지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이번 ‘발주후 진로변경 기준’은 이와 같은 규정을 구체적으로 명문화한 것으로 발주후 100m 지점까지 진로변경을 금지하게 된다. 다만, 발주후 1코너까지의 거리가 약 130m로 타거리에 비해서 짧은 1700m의 경우는 50m까지 진로를 변경할 수 없다.
물론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경우도 있다. 첫째 늦발주하여 뒤따르는 말이 없는 경우, 둘째 추입마 등이 페이스 조절 목적으로 후속하는 경우, 셋째 말의 분명한 악벽에 의한 경우 등으로 세 번째의 경우는 반드시 기수의 방지노력이 수반되어야만 허용된다.
한편, 이번 ‘진로변경 금지’는 조기 정착을 위해서 엄격한 제재가 뒤따를 예정으로 위반한 기수에겐 기승정지가 따를 것이고, 위 기준을 위반할 정도로 무리한 선행을 지시한 조교사에겐 과태금이 부과될 예정이다.
〈표-2〉 연평균 제재 총괄 (기간 98년∼00년)
구분 진로변경 기승법 채찍사용 검량 기타 계
부적절 부적절 위반
건수 166건 24 38 7 23 258
점유비 64.4% 9.3% 14.7% 2.7% 8.9% 100%
〈표-3〉 연평균 경주거리별 제재 (기간 98년∼00년)
구분 1000m 1200m∼1700m 1700m 이상 계
발주후 27 36 7 70(42.2%)
200m구간
그외구간 10 41 45 96(57.8%)
계 37 77 52 166(100%)
- 선진국에서도 부분적으로 실시, 영국 규정이 모델
‘발주후 일정기간 진로변경 금지’는 선진국에서도 부분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제도다.
특히 영국에서 실시하고 있는 ‘발주후 진로변경 금지’는 우리와 상당히 흡사, 표준 모델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 영국에서는 발주 100m까지 의무적으로 직선 주행해야하며, 페이스 목적으로 후속하는 경우와 늦발주하는 경우만 예외로 한다. 또한 1회 위반시 견책, 2회 위반시 과태금, 3회 위반시 기승정지가 뒤따르고 진로변경으로 타마 방해시에는 2중 제재가 가해진다. 여기에 규정을 위반할 개연성 있는 지시를 한 마주나 조교사도 제재가 가해진다.
한편, 홍콩에서는 발주후 60m까지는 의무적으로 직선 주행해야 한다. 역시 후속하는 말들은 타마의 방해가 없다면 진로변경이 가능하고 위반시에는 2,000홍콩달러(약 30만원)의 과태금의 제재가 가해진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타마 방해가 없으면 어디서든 진로변경이 가능하다. 물론 의도적으로 진로 변경하여 순위에 영향을 주었을 경우는 강한 제재(기승정지 7일)가 뒤따른다.
이웃 일본의 경우는 2마신차 이상 거리가 있을 때는 진로변경이 가능하게 규정돼 있다.
- 기수, 조교사들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반응
이번 ‘발주후 100m 지점 진로변경 금지’에 대해 기수들과 조교사들은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분위기다.
A기수는 “실제적으로 발주후 100m까지는 생각보다 거리가 길지 않다”고 밝히면서 “경주중, 외곽 게이트에서 무리하게 선행을 나설려고 사행하는 경주마 때문에 놀란 적이 있다”라며 기수의 안전을 위해서 꼭 시행해야 된다고 밝혔다.
조교사들도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분위기다. 그러나 조교사에게 제재가 가해진다는 것에 대해서는 다소 불만의 목소리도 있다. B조교사는 “어떤 조교사가 내측사행을 해서 타마의 주행을 방해하라고 지시하겠나?”라고 말하며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아무튼 일부 기수와 조교사 사이에서 약간의 반발은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전반적으로 시행에 큰 반발은 없는 것으로 보여진다.
- 경마팬들은 어떻게 이해해야할 것인가?
이번 ‘발주후 100m 지점 진로변경 금지’로 인해서 당혹해하는 또 하나의 부류는 바로 경마팬.
일부 경마팬은 인터넷 경마 사이트 등을 통해서 “경마의 본질적 흥미 요소를 근본적으로 훼손한다”며 반대하는 의견을 적극적으로 게재하는가 하면, “말로 안 되는 발상”이라며 혹평을 하기도 했다.
이론적으로는 ‘발주후 100m 지점’이 주는 영향은 크지 않다. 시간으로 환산하면 6.5초 내외의 짧은 시간으로 외곽 게이트의 경주마에게 크게 불리하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초반 선행 싸움에서 외곽이 상당히 빠르지 않는 한 내측 선행마가 더욱 유리할 수밖에 없단 점과, 인코스에서는 스타트가 늦어도 100m라는 거리가 있기 때문에 쉽게 가속을 받을 수 있단 점에서 내측 게이트의 마필들은 앞으로도 더욱 유리할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경마팬들도 앞으로 좀 더 내측 게이트의 마필들에 높은 점수를 주고 경주를 관전해야할 것으로 보여진다.
※ 100m 지점까지 급내측사행한 경주마는 오히려 더 많이 뛴다(?)
바깥쪽 번호를 부여받은 경주마가 내측으로 진로 변경하는 경우, 추가되는 경주거리는 어느 정도 될까? 이론적으로 봤을 때 100m 지점까지 급내측사행한 경우, 오히려 거리적으로 손해를 보게 된다.
‘피타고라스의 정리’를 응용해보자. A²+B²=C²이다.
먼저 100m 지점까지 내측사행했을 경우, 13²+100²=10,169m로 C의 거리는 약 100.84m가 된다. 1번 게이트의 경주마보단 약 84Cm를 더 뛰게 되는 것이다.
다음으로 200m 지점까지 내측사행했을 경우, 13²+200²=40,169m로 C의 거리는 약 200.42m가 된다. 300m 지점까지 내측사행했을 경우, 13²+300²=90,169m로 C의 거리는 약 300.28m가 된다.
마지막으로 400m 지점까지 내측사행을했을 경우를 알아보자. 13²+400²=160,169m로 C의 거리를 환산하면 400.21m가 된다. 결론적으로 100m까지 내측사행을한 경우, 400m 지점까지 내측사행한 경주마보다 약 63Cm를 더 주행하게 된다.
이론적으로 봤을 때, 100m 지점까지 급하게 내측사행한 경우가 400m 지점까지 완만하게 내측사행한 경우보다 오히려 더 많은 거리를 뛰게 된다는 것이다.
【김중회 기자 ringo@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