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성테크 주식에서 딴 60만 원도 수익이라고 경마계의 패셔니스타 마돈걸이 바짝 신경 쓰는 걸 보고, 당나귀 신사 백팔만은 참으로 개미 인생은 가엾다는 생각을 하였다. 지수가 올라도, 내리면 내리니까 수익이 발생하지 않고, 결국은 기관과 외국인이 거둬가는 수익을 멍하니 쳐다볼 수밖에 없는 게 개미들인 것이다. 개미들은 우선 정보와 자금력에서 뒤지고 기업의 미래가치 분석도 도저히 그들을 따라갈 수 없다. 그러니까 여러분들에게 펀드를 권하는 게 아니냐고 금융기관과 펀드사들이 점잖게 말하고 있다. 허나 본인의 책임 하에 투자하고 싶다는 남녀노소는 큰 수익을 노리고 오히려 더 가열차게 덤벼들게 된다. 그런데 삼성전자가, 현대차가 보름 만에 두 배 세 배 뛸 수 있나? 오로지 중소형 주식, 특히 작전 걸린 코스닥만이 가능한 얘기이다. 그러다 보니 흥하든 망하든 작전 주식을 쫓아 단기 대박을 노리고 뛰어들게 된다. 시장에는 무수한 소문이 나도는데 누가 열 배를 먹었다느니 어떤 주식이 스무 배를 갈 거라니 뭐 하여튼 열 배 스무 배 이런 말로 정신을 쏙 빼놓는다. 그리고 투자의 귀재라는 분들이 회사를 차려놓고 정보를 제공하는 대가로 일정액의 수수료를 거둬　가신다. 그러니까 정보 수수료에 거래 수수료를 내가며 계속 투자를 하다 보면 나중엔 수수료가 원금을 넘게 되는 웃지 못 할 상황이 벌어진다.

백팔만은 동창 ‘탈법자’의 조언대로 쥐꼬리 수익을 올렸지만 과연 내일도 모레도 주식이 올라 쥐꼬리가 두둑한 복주머니가 될 지 사뭇 긴장되었다. 한편으론 주식이 내일 바로 고꾸라질지 몰라 걱정스러웠다. 경마는 매 승부가 단기간에 끝나니까 뒤가 깨끗하다. 손을 털 고 새 승부에 전념할 수 있다. 긴장이 밤까지 이어지고 속이 타들어가는 경우는 없다. 그런데 주식이란 놈은 밤새 무슨 일이 터질지 몰라 마음을 놓을 수 없다. 세계적인 악재라도 일어나면 그야말로 전 주식이 초토화되기도 한다. 오늘 산 주식이 장 끝나고 부도를 내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의외성과 연속성이 주식시장의 한 특성인데 예민한 투자자에겐 벌레 한 마리가 머리에 굴을 파고 들어와 있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정보라는 건 또 이상한 버릇이 있다. 혼자만 알고 있을 때는 그 약효가 잘 발휘되다가 옆 사람에게 한 마디라도 옮길 경우 어떻게 알았는지 약효가 증발하는 것이다. 그래서 자신에게 돌아오는 건 떨어진 주식과 이웃의 원망뿐일 경우가 있다. 경마도 그런 경우가 있다고 들었다. 이런 까닭으로 백팔만은 마돈걸의 은근한 유혹과 눈웃음에도 입을 다물고 꿋꿋이 비밀을 지키고 있는 것이다. 마돈걸도 그깟 정보를 위해 그 이상의 것은 제공하지 않기로 한 것 같다. 정말 정숙한 여인 아닌가? (다음 주에)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