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접하는 돼지고기, 소고기와 달리 말고기는 쉽게 접할 수 없는 음식이다. 최근 들어 일선 마트에서 말고기를 구매할 수 있게 됐으나 일반 국민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고, 생소한 게 사실이다.

말산업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말고기의 역사부터 세계 각국의 말고기 문화를 소개한다.

■말고기의 효능
익히 알려진 대로 말고기는 소고기나 돼지고기에 비해 지방과 콜레스테롤 함량이 적어 다이어트 식품으로 적격이다. 아미노산이 풍부하며, 저지방·저칼로리·고단백인 고기로 영양학적으로 우수하다는 전문가들의 평이다. 또한 불포화지방산, 아연, 철분 등 함량이 높아 성장기 청소년에게 유익하다. 글리코겐 함량이 우유보다 4매가 높아 피로 회복에도 도움이 된다.

허준의 동의보감에는 말고기 효능에 대해 ‘말고기는 신경통, 관절염, 빈혈에 좋고 귀 울림에 효험이 있으며 허리와 척추에 좋다’고 기록돼 있다.

또한 황도연의 의성 방약합편에도 ‘말고기는 원기가 부족해 기운이 없고 피로를 자주 느끼며 매사에 의욕이 없을 때 이를 회복시켜주는 효능이 있고 몸을 차게해 진정 및 소염 작용이 있어 흥분을 잘하거나 혈압이 높은 사람, 심장 폐 대장이 약한 사람에게 좋다’고 쓰여 있다.

민간에서는 말 다리뼈는 신경통과 관절염에, 말기름은 화상에 특효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말고기에 대한 세계 각국의 종교·문화적 차이로 인해 말고기를 식육하거나 비식육하는 국가가 다양하게 분포하고 있다. 국경을 맞대고 있는 유럽 지역 내에서도 각 국의 문화와 인식에 따라 말고기 소비가 극명하게 갈린다. 이탈리아 베로나 지방의 말고기 스튜.



■말고기의 역사
말고기는 구석기 시대부터 인류에게 중요한 식재료로 많이 먹었다. 문화권에 따라 종교·문화적인 이유로 말고기 식용을 금기시하는 지역도 있지만 아시아 유목민은 물론 북유럽 민족 등 다양한 지역에서 말고기를 즐겨 먹었다.

말고기를 식용한 유적들도 발견되는데 대표적인 유적은 프랑스 리옹 부근 절벽에서 발견된 대규모 말 뼈 군락지다. 유적을 분석한 고고학자들은 구석기 시대 사람들이 야생말을 절벽에서 떨어뜨려 죽인 후 고기 식용했다고 최종 결론지었다. 또 다른 말 관련 유적은 미국 북서부 아이다호 주 해거먼 화석지대로 말 흔적이 발견된 가장 큰 화석지대다. 여기서 발견된 말의 크기는 현대 아랍 말 정도의 크기로 분석된다.

■말고기 금기하는 문화
말고기를 금기시하는 이유는 문화·종교적인 이유가 크다.

문화적 이유로 말고기 섭취를 꺼리는 주요 국가는 미국·영국·호주·캐나다 등 영미권 국가들이다. 이들은 말을 가족처럼 여기는 문화 때문에 말 섭취를 꺼리는 경향을 보인다. 중세시대까지 독일, 아이슬란드, 스웨덴 등도 문화적 이유로 말고기 섭취를 금기시했으나, 최근에는 말고기 섭취에 개방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종교적 이유로 말고기 섭취를 꺼리는 대표적인 종교는 이슬람교와 유대교다.
이슬람교 금기 사항을 적어 논 하람(haram, 신성하다는 이유로 금지된 것)에 말고기는 포함되지 않아 말고기 섭취가 절대 금지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마크루(makruh, 혐오 사항에 해당하는 것)에 해당돼 꺼리는 경향이 많다.

유대교는 말고기를 금기시한다. ‘카슈루트(kashrut)’라고 불리는 유대인의 독특한 음식 계율 때문이다. 이 계율에 따르면 채식동물 가운데 먹어도 되는 동물은 반추동물이고 발굽이 둘로 갈라져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돼지는 굽이 갈라졌지만 반추동물이 아니고, 낙타는 반추동물이긴 하지만 굽이 갈라지지 않아 돼지와 낙타를 식용할 수 없다. 말도 반추동물이 아니라 식용할 수 없다고 한다. 이외에도 콥트, 하나피 학파 등이 말고기 섭취를 금기한다.


▲땅콩 소스와 함께 내는 동남아시아의 꼬치 요리 사테이에 말고기를 활용한 조리 모습.

■각국의 말고기 문화

△이탈리아
이탈리아는 유럽에서 말고기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국가로 세계 말고기 소비량 4위 국이다. 말고기를 스테이크, 소시지 등 다양하게 요리해 즐겨 먹는다. 특히 남부지방에서는 말고기가 전통 요리 중 하나로 흔히 접할 수 있다. 지난 2010년 이탈리아 보건부 장관이 말 도축과 말고기 유통 소비를 금지하는 법안을 국회에 상정한 일이 있었다. 법안 상정 소식을 접한 많은 이탈리아인이 격분해 보건부 장관을 비난하는 일이 있었다. 그만큼 이탈리아인들의 말고기에 대한 사랑은 대단하다. 베로나 지방의 말고기 스튜(Pastissada)와 말고기를 얇게 채썬 Sfilacci가 대중적이다.

△프랑스
프랑스는 말고기와 여러 가지로 말고기와 인연이 깊다. 최초로 말고기를 섭취한 지역으로 추측되고 있다. 야생말을 절벽에서 떨어뜨려 죽인 후 고기 식용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말 뼈 군락지가 프랑스 리옹 부근 절벽에서 발견됐다. 일반 정육점에서 팔지 않던 말고기를 1990년대 들어 정육점, 슈퍼마켓에서 말고기를 판매하기 시작했으며, 19세기 파리에서는 말고기가 최고급 요리로 대접받았다. 프랑스 사람들은 말고기를 즐겨 먹는다. 프랑스 언론에 의하면 지난 유럽 말고기 파동에도 불구하고 프랑스에서는 말고기 소비가 오히려 늘었다고 한다.

△스페인
프랑스와 이탈리아에 말고기를 수출하지만, 북쪽 지방을 제외하고는 말고기를 선호하지 않는다. 말고기 육포 형태로 활용하며, 말고기보다는 새끼 당나귀 고기를 즐겨 먹는다.

△러시아
말고기 소비 3위 국으로 말고기를 통조림, 소시지 등 말 가공식품으로 활용한다.

△독일
사워 브리튼(식초에 절인 고기 요리)의 형태로 조리한다. 독일 내 많은 지역에서 지역별 전통 요리법을 갖고 있다. 2013년 유럽 말고기 파동이 터지면서 안전 문제가 대두됐다.

△중국
세계 최대 말고기 소비량을 기록한 국가이지만, 다른 고기와 비교하면 말고기 섭취는 낮은 편이다. 말고기가 맛이 별로고, 건강에도 좋지 않다는 소문이 퍼져있는 걸로 분석된다. 유명한 지역 음식으로는 ‘마러우미펀’이라고 불리는 말고기 쌀국수와 마러우훠궈로 불리는 말고기 샤부샤부가 유명하다. 말고기 주요 소비 도시는 광서지방과 운남지방이다.

△인도- 사테이(satay, 땅콩소스와 버무린 꼬지)의 일종으로 일부 지역에서 조리해 먹는다. 과거 크샤트리아(기사 계급)는 말을 신성시 여겨 섭취하지 않았다.

△호주
대표적인 말고기 수출국이지만, 정작 호주인은 말고기 섭취를 거의 하지 않는다. 최근 2010년 호주 농림부 장관이 말고기 판매를 공식적으로 승인했다.

△미국
영국의 영향을 받아 말고기 섭취량이 낮은 편이며, 텍사스, 일리노이 등이 식용으로 말을 도살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작 성 자 : 황인성 gomtiger@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