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어투와이어 전개로 4¼마신 차 낙승
첫 GⅠ경주 출전에 우승 영광까지 누려 경사

준비된 자가 기회를 잡았다.

현지시각으로 3월 12일 산타아니타 경마장 제10경주로는 산타아니타 핸디캡(GⅠ)이 열려 관심을 모았다. 당초 ‘캘리포니아크롬’(California Chrome)과 ‘호퍼듀니티’(Hoppertunity)의 출전이 높게 점쳐졌으나 두 마리 모두 두바이월드컵 준비로 경주에 불참하게 됐다. 강자들의 대거 출전하지 않으며 일각에서는 낮아진 경주의 질에 대해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총 9두가 출전한가운데 5세마 ‘멜라토닌’(Melatonin)이 가장 여유롭게 선두로 나섰다. 내내 경주를 이끌어나간 ‘멜라토닌’은 결승주로에 들어서며 막판 스퍼트를 올려 4¼마신 차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2000M의 경주 기록은 2분 2초 01. 이는 최근 10년 간 산타아니타 핸디캡에서의 기록 중 2007년 ‘라바맨’(Lava Man, 2분 02초11) 다음으로 느린 기록이었다.

비록 9두의 단출한 편성이었으나 ‘멜라토닌’의 우승은 이변 중의 하나로 꼽히고 있다. 여지껏 터프와 더트를 오가며 일관성 없는 경주를 이어왔던 것도 한몫을 한데다, 데뷔 후 처음으로 출전하는 GⅠ 경주에 2000M의 거리경험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부 경마팬들은 ‘멜라토닌’이 지난해 10월에 출전한 에디 D. 스테익스(GⅢ)에서의 경주력을 예로들며 이번 대회에서의 선전이 단순한 우연이 아님을 제기하고 나섰다. 당시 ‘멜라토닌’은 수월하지 못했던 전개로 인해 내내 중후미권에서 갇힌 전개를 펼쳐야 했으나 결승주로에 들어서며 폭발적인 뒷심을 발휘해 입상에 성공하는 괴력을 보인 바 있다.

통산 11전 4승 2위 2회의 ‘멜라토닌’은 지금까지 총 768,552달러의 수득상금을 벌여들었는데, 이중 636,000달러를 올 한 해동안 벌어들인 셈이 됐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산타아니타 핸디캡에 걸린 총상금이 무려 100만 달러에 달하기 때문이다.

‘멜라토닌’과의 인연은 한국과도 연결된다. ‘멜라토닌’의 외조부를 거슬러 올라가보면 한국에서 활약했던 씨수말 ‘양키빅터’(Yankee Victor)의 이름을 확인할 수 있다.

한편, 이번 대회에서 가장 높은 관심을 모았던 ‘에피넥스’(Effinex)는 좀처럼 능력발휘를 하지 못하고 3위에 그쳤다. ‘에피넥스’는 지난 해 브리더즈컵 클래식(GⅠ)에서 ‘아메리칸페로아’(American Pharoah)의 뒤를 이어 준우승을 차지했고, 올해 클라크 핸디캡에서 우승하며 기대를 모은 바 있다.

산타아니타 핸디캡은 매년 3월 산타아니타 경마장에서 열리고 있다. 4세 이상의 경주마들에게만 출전자격이 주어지며 100만 달러라는 큰 상금 탓에 겨우내 북미에서 가장 큰 경마대회로 꼽히고 있다. 산타아니타 경마장이 개장한지 바로 다음해인 1935년에 신설돼 지금까지 오랜 역사를 이어오는 중이다. 특히 ‘게임온듀드’(Game On Dude)와 깊은 인연이 있는데, ‘게임온듀드’는 이 경주에서 무려 2011, 2013, 2014년에 걸쳐 세번이나 우승했고, 2014년에는 해당 대회 최고 기록(1분 58초 17)을 경신해 화제가 됐다.



작 성 자 : 조지영 llspongell@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