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쿨모어 목장은 지난 12일 씨수말 ‘새들러스 웰즈’(Sadler`s Wells, 27세)가 노령으로 인한 번식률 저하로 더 이상 교배활동을 지속할 수 없다고 밝히며, 씨수말로서의 모든 활동을 마감한다고 발표했다.
쿨모어 목장의 크리스티 글래식 매니저는, “새들러즈 웰즈는 지난 20여년 간 수많은 명마들을 배출해왔다. 그로 인해 쿨모어 목장의 위상도 크게 높아진 것이 사실”이라며, “현재 충분히 건강을 유지하고 있는 ‘새들러스 웰즈’의 상태를 고려할때, 앞으로 몇 년간은 더 씨수말 활동을 할 수 있지만 그가 이루어 놓은 업적은 이것으로 충분하다. 이제는 그가 남은 여생을 더욱 행복하고 오래 지속하기 바랄 뿐”이라고 ‘새들러스 웰즈’의 은퇴 배경을 설명했다.
‘노던 댄서’의 자마로, 1981년 미국 태생의 ‘새들러스 웰즈’는 쿨모어 목장의 본거지인 아일랜드로 건너가 현역활동을 시작했다. 1984년 3세 당시 아일랜드 2000 기니(GⅠ), 챔피언 스테익스((GⅠ), 영국 코랄 이클립스 스테익스(GⅠ) 등 굵직한 경마대회를 휩쓸며, 유럽 최고의 마일러로 성장했다.
그러나 ‘새들러스 웰즈’의 진정한 가치는 교배활동에 돌입하면서부터 드러나기 시작했다.
1988년 교배 첫해 배출 자마들이 맹활약을 펼치면서, 영국/아일랜드 퍼스트크롭 사이어 1위에 오른 것을 시작으로 이듬해 1990년에는 영국/아일랜드, 프랑스의 리딩사이어 부문 1위를 모두 휩쓸었다. 불과 교배 5년차의 일로는 전무후무한 기록이었다. 이후 10여년간 ‘새들러스 웰즈’는 경마 종주국인 유럽에서 리딩사이어 1,2위에 꾸준히 오르는 등 유럽 씨수말 관련 종전 기록을 모두 갈아치우며 그야말로 최고의 사이어로 명성을 날렸다.
295두의 스테익스 우승마를 배출했고, 지난해 영국 리딩사이어 1위의 ‘몬쥬’(Montjeu)를 포함해 현재 유럽과 호주에서 최고의 사이어로 각광받고 있는 ‘갈릴레오’(Galileo), ‘하이 채퍼럴’(High Chaparral) 등도 모두 ‘새들러스 웰즈’의 자마다.
또한 ‘새들러스 웰즈’는 노령으로 접어든 2000년 이후에는 브루드메어(외조부) 사이어로서의 유전력으로도 진가를 발휘했다. 200여두의 스테익스 우승마를 포함해, 얼마전 영국 2000기니 우승마 ‘헨리더네비게이터’(Henrythenavigator) 역시 ‘새들러스 웰즈’의 외손자마다.
이와 함께 ‘노던 댄서’의 혈통을 이어받은 북미 최고의 씨수말 ‘스톰 캣’(Storm Cat) 또한 지난 14일 교배 활동을 마감했다. 25세의 ‘스톰 캣’ 역시 번식력 저하가 그 원인으로 알려졌으며, 올해 교배 예정된 32두 가운데 불과 3두만 교배에 성공하는 등 기력이 현저하게 떨어진 상태였다. ‘노던 댄서’의 손자마인 ‘스톰 캣’은, ‘자이언츠 코스웨이’(Giant`s Causeway), ‘테일 어브 더 캣’(Tale of the Cat), 그리고 일본에서 교배활동 중인 ‘타바스코 캣’(Tabasco Cat) 등 수많은 명마들을 배출하면서 1회 교배료 50만불(2007년 북미 기준)의 세계 최고가를 기록한 “사이어 중의 사이어” 였다.
현대경마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노던 댄서’가 수많은 명마들을 배출했지만, 씨수말로서 최고의 성공을 거둔 것은 바로 ‘새들러스 웰즈’와 ‘스톰 캣’이라는데 이견을 다는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비록 유럽과 북미를 대표하는 양대 사이어의 역사는 이 것으로 막을 내렸지만, 그들이 남긴 유전적 영향력은 오랫동안 세계 경마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함과 동시에 우리에게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서석훈 편집국장 ranade@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