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니피’의 신화는 2015년에도 여전했다. 총 수득상금은 물론 2세마·3세마 부문까지 모두 1위를 석권하며 씨수말계의 트리플크라운 신화를 이뤄냈다. 이와 같은 현상은 데뷔 3년차인 2012년부터 이어졌다. ‘메니피’는 4년 연속 ‘리딩사이어’(최고 씨수말)에 오르며 장기집권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올해의 분위기는 이전과는 사뭇 다르다. 압도적인 우위를 자랑하며 한국의 ‘선데이사일런스’가 되는 것이 아니냐는 기대를 불러일으켰으나 ‘리딩사이어’의 명성이 다소 약해지는 모습이다. 자마들이 고가의 몸값을 자랑하고 있으나 주홍글씨처럼 따라다니는 거리적성 문제와 큰 경마대회에서 확실한 우위 점령에 실패한 것이 약점으로 꼽히고 있다. ‘엑톤파크’라는 걸출한 대항마의 선전과 ‘컬러즈플라잉’을 위시한 신예마들이 약진을 펼치고 있어 ‘메니피’로 집중됐던 인기는 분산될 것으로 예측된다. 우리나라 경주 체계에 적합한 유전능력을 지닌 ‘메니피’이기에 그 철탑이 당장에 무너질 일은 없겠으나 민간 목장을 포함한 고가 씨수말의 투입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5년 내 씨수말계의 춘추전국 시대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지난해 ‘메니피’의 자마들이 벌어들은 총상금은 76억8083만3천 원이다. ‘메니머니’·‘영천에이스’·‘파워블레이드’·‘퀸즈블레이드’·‘광교비상’이 경마대회에서 각각 한 번씩의 우승을 거두었고 특히 ‘영천에이스’는 최우수 3세마에 선정되는 영광까지 안았다. 한 해 동안 전체경주마들의 상금평균을 1로 잡고 비교하는 출전횟수당 평균상금과 출전두당 평균상금 부문 점수에서도 각각 1.72와 1.76을 기록하며 고른 유전력을 자랑했다.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2위인 ‘엑톤파크’다. 총 수득상금에서 ‘엑톤파크’는 54억4701만2천 원을 기록해 약 22억 원에 가까운 차이를 보였으나 출전자마 수를 비교해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메니피’는 리딩사이어의 위엄에 걸맞게 한 해동안 총 144두의 자마를 출전시켰고 74두의 우승자마를 배출해냈다. 반면 ‘엑톤파크’의 경우 92두의 자마를 출전시켜 37두의 우승자마를 배출했다. 자마수부터 50두 가까이 차이가 나는 가운데 출전횟수당 평균상금과 출전두당 평균상금에서는 총상금의 역전현상을 보인다. 각각 834만 원과 5333만9천 원을 기록한 ‘메니피’에 비해 ‘엑톤파크’는 949만 원과 5920만7천 원을 기록했다. 만약 출전 자마수가 ‘메니피’와 비슷했다면 4년 연속 리딩사이어의 고리는 끊어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특히 ‘엑톤파크’는 ‘천년동안’과 ‘록밴드’·‘트리플나인’이 경마대회에서 각각 3회, 2회, 2회의 우승을 거두며 그야말로 맹활약을 펼쳤다. 게다가 지난해의 ‘인디밴드’에 이어 올해 역시 ‘트리플나인’이 연도대표마에 선정되며 대형자마의 배출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메니피’와 대비했을 때 장거리에서도 근성을 발휘하는 점이 대형자마 배출의 주된 원인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편, 폐사된 ‘크릭캣’과 ‘디디미’는 여전히 리딩사이어 3,4위에 이름을 올리며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가 ‘크릭캣’과 ‘디디미’의 마지막 자마가 3세가 된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리딩사이어 순위에서 이들의 이름을 볼 수 있는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한편, 올해의 2세마 부문은 신예 씨수말들의 약진이 두드러져 관심을 모았다. 특히 ‘컬러즈플라잉’의 선전은 주목해볼 부분이다. 첫 자마군이 데뷔와 동시에 맹위를 떨친데 이어 2015년의 기대주들 역시 좋은 활약을 펼치며 4억6830만 원을 거둬들여 3위를 기록했다. 당시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터라 좋은 씨암말과의 교배 기회가 적었음을 감안하면 상당한 선전으로 평가된다. 첫 자마군의 활약으로 2015년 ‘컬러즈플라잉’은 무려 214두와 교배해 향후 한국 경마계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예측된다. 20세의 노장 투혼을 불사르며 씨내리를 하고 있는 ‘메니피’도 흐르는 세월 앞에 서는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서서히 그 명성을 잃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작 성 자 : 김문영 kmyoung@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