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페로아’(American Pharoah)가 삼관경주의 마지막 관문인 벨몬트 스테익스에서 우승하며 37년 만에 트리플크라운의 기적을 달성했다.

한국시간으로 6월7일 뉴욕의 벨몬트 경마장에서 열린 제147회 벨몬트 스테익스는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관심 속에 포문을 열었다. 총 8두의 경주마가 출전한 가운데 역사적인 레이스가 시작되었다. 게이트의 문이 열리자마자 ‘아메리칸페로아’는 선두 내측을 차지했고 ‘메터리얼리티’(Materiality)가 그 뒤를 바짝 쫓으며 레이스를 전개했다. 3관 시리즈 중 가장 긴 거리인 2400m임에도 불구하고 ‘아메리칸페로아’는 시종 1마신 이상의 차로 선두를 고수하며 여유로운 걸음을 보였다. 마지막 코너를 돌며 뒤따라오던 말들이 본격적인 추진에 나섰으나 ‘아메리칸페로아’ 역시 지치지 않는 탄력을 폭발시켰다. 결승선이 가까워지면서 거리 차를 크게 벌려나가는 ‘아메리칸페로아’의 걸음마다 관중들의 환호가 쏟아졌다. 결국 압도적인 파워를 과시한 ‘아메리칸페로아’가 5½마신 차로 37년의 길었던 역사를 창조해내는 순간이었다. 경주기록은 2분 26초 65. 통과 직후 벨몬트 경마장 내의 모든 관중들은 손을 높게 치켜들고 ‘아메리칸페로아’를 연호했다.

지금까지 3관대회는 147회가 열렸다. 그동안 모두 12두의 3관왕이 탄생했다. 그동안 3관왕에 등극한 경주마를 살펴보면 1919년 써바톤(Sir Barton), 1930년 갤런트폭스(Gallant Fox), 1935년오마하(Omaha), 1937년 워애드머럴(War Admiral), 1941년 휠러웨이(Whirlaway), 1943년 카운트플릿(Count Fleet), 1946년 어썰트(Assault), 1948년 사이테이션(Citation), 1973년 시크릿테리엇(Secretariat) , 1977년 시애틀슬루(Seattle Slew), 1978년 어펌드(Affirmed), 2015년 아메리칸페로아(American Pharoah) 등이다. 미국이 대공황을 극복해낼 때 3관왕이 자주 출현했다. 그러다가 1950년대와 1960년대에는 3관왕이 탄생하지 못했다. 1970년대는 무려 3두의 트리플크라운이 탄생했다. 1980년대와 1990년대, 그리고 2000년대에는 3관왕이 없었다. 그러다가 이번에 극적으로 3관왕이 탄생한 것이다.

‘아메리칸페로아’는 마주인 아메드 자얏이 자가 생산한 경주마다. 2013년 당시 아메드 자얏 마주는 ‘아메리칸페로아’를 파시그-팁톤 이얼링 세일에 상장시킨 바 있다. 공식적인 기록상으로 ‘아메리칸페로아’는 30만 달러에 판매가 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만족할만한 가격을 책정 받지 못해 불만이었던 아메드 자얏이 다시 구매했다.

2세마였던 2014년 데뷔전 이후 곧바로 치른 GⅠ 경주에서 우승 후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며 북미 2세 챔피언에 등극했다. 올해는 삼관왕에 등극하며 최우수 3세마는 물론 연도대표마까지 노려볼 수 있게 됐다. 부마인 ‘파이오니어오브더나일’(Pioneerof the Nile)은 올해 ‘태핏’과 함께 비약적인 교배료 상승을 보여준 대표적인 씨수말이다. ‘파이오니어오브더나일’은 현역시절 아들이 제패한 켄터키더비에서 2위에 그치는 아쉬움을 남겼다. 이후 프리크니스스테익스에 도전했으나 11위에 그쳤고 부상으로 은퇴를 선언했다. ‘파이어니어오브더나일’의 부마는 벨몬트스테익스의 우승마인 ‘엠파이어메이커’(Empire Maker)로 ‘미스터프로스펙터’계로 분류돼 스피드와 근성 양측에서 기대를 가져볼 수 있다
‘아메리칸페로아’는 ‘아메리칸파라오’의 잘못된 표기다. 당초 등록하려던 ‘아메리칸파라오’의 스펠링이 잘못 입력되며 발음하기도 애매한 ‘페로아’(Pharoah)로 변모했다. 하지만 이번 트리플 크라운의 달성으로 ‘아메리칸페로아’는 진정한 경주마계의 파라오에 등극했다. 3관왕이 탄생하지 않은 37년 동안 세계 경마산업은 서서히 사양화되는 양상을 보였다. 특히 미국이 심했다. 그러나 이제 강산이 4번 가까이 변하는 세월 만에 3관왕이 탄생함으로써 세계 경마산업은 다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되었다.




작 성 자 : 김문영 kmyoung@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