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북미 2세 챔피언에 빛나는 씨수말 ‘한센(4세)’이 한국 최고의 씨수말 ‘메니피’(17세)의 혈통 능력을 뛰어넘을 수 있을까? 북미 지역에서 올해 한해만 교배활동을 했던 ‘한센’이 한국경마 세계화를 위해 10월11일(금)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한센’은 인천공항 검역소에서 40일간 체류한 뒤 11월 말 제주 경주마목장에 신방을 차린다.

국산마의 질적 개량을 위해 야심차게 도입된 씨수말 ‘한센’은 ‘최강 스펙’을 자랑한다. 경주마 현역 시절 북미 2세마 대상 최고상금 대회인 2011년 ‘브리더스컵 쥬베나일(Grey Goose Breeders` Cup Juvenile)(GⅠ)’에서 우승하며 북미 2세마 챔피언으로 선정되었다. ‘한센’은 10마신차 낙승을 거둔 ‘아이오와 더비(Iowa Derby)(GⅢ)’ 우승을 포함해 통산 9전 5승, 2위 2회의 성적으로 2년간의 짧은 현역 기간 동안 181만 달러(한화 19억 4천만원)를 벌어들였다.

탁월한 성적 못지않게 ‘한센’은 현역시절 남다른 스타성을 발휘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회색 꼬리를 파란색으로 염색하고 경주에 나서는 파격적인 행보로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이는 경마에 엔터테인먼트적 요소를 도입해 대중들의 흥미를 불러일으키려는 ‘한센’의 마주 ‘켄들 한센(Kendall Hansen)’의 소신에 따른 것으로, 꼬리를 파란색으로 염색한 ‘한센’의 모습은 인형으로 제작되어 인기를 모으기도 했다.

‘한센’을 한국으로 ‘모셔’오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특히 자신과 같은 이름을 지어줄 만큼 ‘한센’에 각별한 애정을 가지고 있는 마주를 설득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린 것으로 알려졌다. ‘한센’ 도입에 직접 관여한 한국마사회 관계자에 따르면, 마주는 ‘한센’의 자마들이 한국에서 좋은 활약을 펼칠 경우 다시 살 수 있다는 바이백(재구매) 조건을 삽입하고 나서야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한센‘의 한국행 소식을 대대적으로 보도한 미국의 유명 경마 전문지 ‘블러드 호스(Blood horse)`와의 인터뷰에서 마주 ’켄들 한센‘은 “처음에는 팔 생각이 전혀 없었다. 한국 쪽에서 우수 혈통 도입에 대한 의지가 워낙 강하고, 재구매 가능성이 있어 계약을 결정 했다.”면서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한센‘의 자마들의 활약상을 지켜보는 것”이라며 이별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화려했던 선수생활을 뒤로 하고 올해 씨수말로 전향한 ‘한센’은 이제 갓 1년차 씨수말로 아직 경주에 출전한 자마도 없는 ‘꼬마신랑마(馬)’이다. 한국마사회가 이례적으로 1년차 씨수말을 영입한 것은 2009년 개발된 ‘유전자형 분석기법’에 따른 것이다. 유전체 정보로 씨수말의 후대능력을 예측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이미 전성기가 지나 하향세에 접어든 씨수말 대신 미래 잠재가치가 높은 신예 씨수말을 도입하기로 정책을 바꿔 성사되었다.

‘한센’의 유전자 분석 결과 2세 때 이미 두각을 드러내는 조기 성숙형 자마가 탄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중거리까지 소화가능하고, 스피드를 겸비해 3세에는 코리안더비 등 1800m 중장거리 경마대회에서 우승도 할 수 있는 자마 생산도 가능하다는 예측이다.

한편 ‘한센’의 영입에는 ‘황금 혈통’도 한몫했다. ‘한센’은 국내 외산마 혈통별 유전능력 분석에서 단거리와 중장거리 모두 우수한 평가를 받은 ‘에이피인디(A.P.Indy)’계열이다. 현재 북미 리딩사이어 7위(현재 교배료 12만5천달러)에 올라있는 ‘태핏(Tapit)’이 아버지다. 그동안 한국마사회가 도입한 씨수말 중 ‘에이피인디’ 계열은 ‘한센’이 최초로, 새로운 혈통 수혈에 따른 혈통 다양성 확보 또한 기대되고 있다. 현재 국산마의 유전능력(육종가 평균 기준) 향상 속도는 브라질, 일본 등 외국 대비 7배가량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IT등 다른 분야의 산업처럼 한국의 말산업도 세계 정상권에 우뚝 설 날을 기대해본다.

작 성 자 : 김문영 kmyoung@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