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경마장’하면 어둡고 부정적인 이미지를 먼저 떠올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경마공원을 마치 불법도박장과 비슷하게 취급하는 사회 분위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과천에 있는 서울경마공원은 ‘경마에도 서비스가 있다’는 사실을 일깨우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김병진 서울지역본부장의 지휘 아래 일사불란하게 고객만족을 위해 움직이고 있는 모습은 이전의 경마장 모습과 완전히 다르다.

지난 달 서울경마공원 내 본사에 근무하는 한국마사회 직원들은 경마가 열리는 주말에는 차를 가지고 올 수 없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서울경마공원이 부족한 경마팬 주차장을 확보하기 위해 ‘고객님에게 주차 공간 돌려드리기’ 운동을 시작했다. 이에 400대가 넘는 고객차량이 들어올 수 있는 공간이 추가로 생겼다. 처음엔 불만에 찼던 직원들도 지금은 당연한 의무로 알고 주말엔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퇴근한다.

더 중요한 것은 5월에 문을 연 ‘초보&커플존’ 운영이다. 경마초보자와 커플방문자를 위한 입문자 교육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초보&커플존을 이용해본 고객들은 ‘추리와 분석의 두뇌스포츠인 경마에 짧은 시간에 적응할 수 있었다’며 만족감을 표시하고 있다. 이전에는 대부분 처음 경마를 접하는 사람들이 경마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을 전혀 몰랐기 때문에 대부분 한탕주의 사행 행위로 빠지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5월부터는 경마전문지 종사원들을 등장시켜 경마에 대한 기초적이면서도 전문적인 교육을 실시하고 실전에 임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을 이용한 경마초보자들은 매우 만족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이프로그램의 문제점은 경마전문지 종사자들이 프로그램에 무상으로 노동력을 제공하고 있어 매우 힘들어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마사회는 교육비를 별도로 책정하여 운영한다면 더 많은 이익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경주진행과정 참관 프로그램도 신설해 경마팬이 경마시행 준비과정과 경마개최 운영부서를 참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참관 프로그램은 평소에는 경마팬이 출입할 수 없는 곳들을 유리알처럼 보여줌으로써 경마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공정성에 대한 의혹도 해소한다. 경마팬에 대한 배려는 경마공원 구석구석 사소한 부분에까지 미치고 있다. 특히 하마대 옆에 설치한 포토존은 경마팬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다. 과거에는 하마대가 말에서 내려 선수와 장구의 무게를 재러 가는 무미건조한 시설이었지만 지금은 자기가 좋아하는 선수와 사진 한 컷을 남길 수 있는 추억의 장소가 되었다.

직원들의 기본예절도 확연히 달라졌다. 발매원 서비스 교육을 강화하여 마권 구매관련 민원이 크게 줄었고 안내 도우미의 얼굴에는 미소가 끊이지 않는다. 경주가 마감되면 ‘서비스도 마감’되었던 과거와는 달리 직원들이 주요 지점에 도열하여 큰 목소리로 배웅인사를 한다. 경마팬들은 ‘경마장이 아니라 백화점이나 호텔에 온 것 같다’며 얼떨떨한 표정이다. 많은 경마팬들이 과거에는 경마장에 오면 도박꾼 취급을 받아 기분이 몹시 상했는데 지금은 정말로 고객으로 대접을 받아 기분좋게 경마를 즐기고 있다는 반응이다. 서울경마공원은 6개 분야 58개 과제를 추진하면서 경마팬에 다가가는 서비스를 실천하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권위주의에 매몰돼 있던 한국마사회의 새로운 모습을 보자니 매우 즐겁다.

작 성 자 : 김문영 kmyoung@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