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고마비’로 대변되는 가을이 찾아왔다.

천고마비라는 말은 당나라 초기의 시인 두심언(杜審言)의 시에서 나왔다. 그 시의 한 구절에서 ‘추고새마비(秋高塞馬肥)’라는 말이 나오는데 그대로 풀어쓰면 “가을 하늘이 높으니 변방의 말이 살찐다”란 뜻이다.

과연 말이 가을에 살이 찌는 게 사실일까?

누군가에게 물어볼 수 없던 재미있는 질문의 답을 렛츠런파크 부산경남(본부장 고중환)이 소속 경주마를 대상으로 분석한 자료에서 찾을 수 있다.

렛츠런파크 부산경남 경주마들은 평균 한 달에 한 번꼴로 경주에 출전하며 출전 시 ‘마체중 검사’를 한다. 이 체중 기록을 근거로 경주마의 체중 변화를 분석한 자료가 눈에 띈다.

렛츠런파크 부산경남 경주마 1,235두를 대상으로 한 2016년 체중 조사 결과, 1년 평균 체중은 479.8kg이다. 하지만 1년 중 체중이 가장 많이 나간 달은 12월이며 이달 경주마의 평균 체중은 483.52kg로 연평균 체중보다 3.72kg 무거웠다.

경주마 평균 체중이 가장 가벼웠던 달은 한여름인 8월이다. 이달 경주마 평균 체중은 476.82kg로 연평균 체중 대비 2.98kg, 12월 대비 6.7kg이라는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한여름 8월에 최저점을 찍은 경주마의 평균 체중이 가을에 점차 회복세를 그려 12월에 최고치를 찍었다는 것이다.

이를 보면 ‘가을에 말이 살찐다’는 ‘천고마비’의 옛말이 전혀 근거 없는 말이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다.

경주마 전문가 의견은 어떨까. 한국마사회 관계자는 “계절 따라 생체리듬이 달라져서는 아니지만, 같은 훈련을 해도 상대적으로 체력 소모가 많은 여름을 지난 후 선선한 날씨가 오면 체력 소모가 줄어 체중 감소 추이가 적어질 수밖에 없다”는 의견을 밝혔다.

자연 상태의 말이라면 결과는 달라질 수 있겠지만, 규칙적인 훈련으로 단련된 경주마들이 즐비한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에서는 ‘천고마비’란 말은 100% 과학적으로 입증된 말은 아닐 것이다. 그야말로 믿거나 말거나다.

한편,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에서 10월 28일, 29일 주말 동안 귀여운 포니 구경과 가야 시대 철기문화 체험을 할 수 있는 ‘마철축제’가 열린다. 사실 여부를 떠나 명실상부 ‘천고마비의 계절’, 활동하기 좋은 가을에 말과 함께하는 것이 어떨까.

▲ ‘천고마비’란 말에 맞게 현대 말도 가을에 살이 찔까? 렛츠런파크 부산경남 경주마 1,235두를 대상으로 한 2016년 체중 조사 결과 체중이 가장 많이 나간 달은 12월이지만 여전히 가을은 천고마비의 계절이다. 가을에 말을 훈련하는 모습(사진 제공= 렛츠런파크 부산경남).

김정후 기자 jhbbbb@horse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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