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한 권
윤 한 로


컹컹
편의점 뒤안 고물상에서
똥개가 짖는다
실로 오랜만에 듣는구나
불현듯 어머니 생각, 굴뚝같다
베란다로 나가 쭈굴시고
가을 하늘 별 본다
더벅머리 서카리 뽑아주던
따뜻한 손가락, 쇠무르팍하며
입때 저녁이면 골목 어귀
아버지 큰 고무신 질질 끌고 나오던
길동이도 생각나
싱긋이 웃음 머금는다
컹컹
궤짝 틈서리 똥개 소리
그 소리 한 장 찢어내서
읽고 또 읽는다
속 썩고 열 받는 일
맑게 헹군다



시작 메모
어느새 가을이다. 저녁 미사를 하는데 지하차도 차 소리를 뚫고 개 짖는 소리가 들린다. 성당 창문이 삐죽이 열려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찌는 듯 무더웠던지라 열어두고 아무도 닫지 않았다. 이젠 사람들이 조금 움씰거리는 것조차 귀찮은가보다. 아버지, 어머니, 식구들, 골목 어귀에 아버지 큰 고무신 질질 끌고 나오던 동생, 1학년 때 상주로 전학을 갔다가 영동 같은 학교 또 같은 반으로 다시 전학 온 창피스럽던 일, 어머니가 해금내 나는 머릿속 서캐 잡아주던 별의별 일까지, 미사 때 죽 생각한다. 대분심 속에 기꺼이 사로잡히면서 가지가지 속 썩는 일 깨끗이 씻는다. 컹컹, 고물상 집 똥개가 또 짖는다. 왠지 도둑이 들 것 같은 서늘한 밤, 추억의 궤짝 활짝 열어 놓는다. 나한테는 그 소리 한권 책보다 훨씬 더 개운타.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