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풀
윤 한 로

골방 구석
누비 배자
운신할 때마다
군둥내 풀풀 난다

얼었던 개똥 도막도
반짝 풀리고
대동강 물도 콸콸 풀릴게고

곱슬머리에
옹니에
최씨
앉았던 자리에도

걍,
새파랗게
풀이 돋는다



시작 메모
그렇게 춥더니 벌써 반팔 입게 생겼다. 밭고랑, 골목골목에 얼어붙었던 개똥이 풀린다. 반짝거리며 질척거리며 김을 뿜는다. 헐벗은 산과 들, 아파트 콘크리트, 보도블럭 틈서리를 가리지 않고 새움이 튼다. 심지어 곱슬머리 옹니에, 최씨가 앉았던 시푸르뎅뎅한 자리에도 풀이 돋는다. 애들 쓰는 말로 ‘걍’, ‘그냥’ 돋는다. 촌맹이 계집애들 생각난다. 모가지에 때 낀 걔네들 몇몇 이때쯤이면 국민학교를 또 한 해 다시 묵곤 했다. 똥싯간 참나무 작대기 한 해 더 묵듯, 그래 야물어지듯. 그러나 헤쓱한 얼굴들 너무도 안 돼 보였다.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