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 속도와 에너지 공급 1~

■ 레이스 페이스 배분

일본을 대표하는 경마대회인 재팬컵.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대회는 ‘호릭스(Horlicks)’가 우승한 1989년이다. 타임은 2분 22초 2. 세계 기록을 세웠다. 레이스는 ‘이븐베이(Ibn Bey)’와 당시 잔디 12펄롱에서의 세계 기록을 가지고 있던 ‘호크스터(Hawster)’가 선행하고 있었다. 1000m 통과는 58초 5였으며, 1800m 통과는 당시 일본 기록을 웃도는 1분 45초 8로 이변을 보였다. 이변 가운데에서도 바로 뒤에서 3~4등으로 추격하고 있던 ‘호릭스’와 ‘오구리캡(Oguri Cap)’이 1등과 2등을 차례로 차지했다. 구간 기록을 보면 첫 펄롱과는 별도로 처음에는 속도가 빨리 변하고, 다음부터는 서서히 느려지는 모습을 보인다(그림 1).

[그림 1] 재팬컵 구간 타임 비교(‘호릭스’가 우승한 제9회와 ‘알카세드’가 우승한 제25회) 전반에는 빠르며 후반에는 서서히 느려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알카세드(Alkaased)’가 ‘호릭스’의 기록을 깬 1000m 통과와 1800m 통과는 각각 58.3초, 1분 48초 5로 ‘호릭스’의 기록을 조금 상회한다. ‘알카세드’는 ‘호릭스’와 달리 중간 그룹의 뒤에서 따라가고 있었으나, 레이스 자체의 속도 배분은 거의 동일하다. 경마는 주행 타임을 겨루는 경기는 아니지만 레코드 타임을 살펴보면 초반부터 속도가 빠른 경우가 많다.

경마와 비견할 만한 800m 육상경기. 2009년 세계 육상 준결승 3경주의 페이스 배분을 보면 200m 당 구간기록은 3경기 모두, 처음 200m는 24초 후반이며 다음은 26~27초의 추이를 보인다. 각각 1분 45초 01, 1분 45초 27, 1분 45초 96으로 들어왔다. 결승은 1분 45초 30으로 준결승에서의 시간과 거의 비슷하다. 다만 구간기록은 25.02-28.42-26.36-25.5이며, 분명 준결승에서의 전반 속도는 느리며 마지막 스프린트에서 승부를 냈다. 이것은 세계 육상경기 대회나 올림픽에서는 기록보다 우승 여부에 집중되기 때문이다. 결승에 남은 선수의 대부분은 1분 43초대의 기록을 가지고 있었으며 이 정도의 선수가 자신의 최고 기록을 경신하려는 레이스라면 초반 400m 타임은 50초를 가르는듯한 빠른 속도로, 시작 소모전이 그대로 결승점까지 이어지는 레이스가 될 것이다. 기록을 내려면 초반부터 빠른 속도인 것이 중요하다. 참고로 세계 기록은 1분 41초 11*이다.

■ 다시, 에너지 이야기

이전 연재에서 언급했듯이, 안정하고 있을 때나 운동 강도가 약할 때의 운동에 필요한 에너지 대부분은 유산소 에너지가 공급된다. 운동이 힘들어질수록 유산소 에너지 공급만으로는 부족하며 무산소 에너지 공급도 동시에 항진한다. 경마는 운동 강도가 매우 심해 유산소 에너지 공급도, 무산소 에너지 공급도 모두 풀가동하는 운동이다.

[그림 2] 왼쪽 그래프(A)는 14㎧까지는 회색 칼럼에 표시된 유산소 에너지 공급에 필요한 에너지양을 충당할 수 있지만, 그보다 속도가 빨라지면 흰색 칼럼에 표시된 무산소 에너지 공급도 필요해진다는 것을 보여준다. 오른쪽 그래프(B)는 처음부터 전력(이 그래프에서는 18 ㎧)로 달리기 시작해 120초간 그대로 달리는 경우의 모식도다. 스타트 직후 심폐기능은 아직 풀가동하고 있지 않으나 유산소 에너지가 공급되는 경우는 적다. 이후 심폐기능의 움직임이 항진하며 유산소 에너지 공급이 증가한다.

그림 2의 왼쪽 그래프(A)는 주행 스피드가 빨라지면 필요한 에너지가 늘어나는 모식도다(세로축 숫자에 특별한 의미는 없다). 초속 2m에서 14m까지는 회색 칼럼에 표시된 유산소 에너지 공급에 필요한 에너지양을 충당할 수 있지만, 그보다 속도가 빨라지면 흰색 칼럼에 표시된 무산소 에너지 공급도 필요해진다는 것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초속 18m로 달릴 때에는 총 에너지가 120이 필요하며, 이는 유산소 에너지 공급만으로는 충당할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처음부터 전력 질주할 경우

자, 오른쪽 그래프(B)는 멈춘 상태에서(0초) 갑자기 전력으로 달리기 시작한 후(이 그래프에서는 18㎧) 120초간 그대로 계속 달린 경우의 모식도다. 초속 18m로 달리기 위해서는 120의 에너지가 필요하므로 시작 직후부터 에너지는 120이 필요하고 그 속도를 유지하려면 120씩 필요한 셈이다.

시작 직후, 심폐기능은 아직 풀로 가동하고 있지 않아 유산소가 공급되는 에너지의 비율은 아직 낮다. 따라서 부족분은 무산소로 공급된다. 그 후 심폐의 기능이 항진함에 따라 유산소 에너지 공급 비중이 점차 증가한다. 1개의 칼럼을 비커처럼 물을 담는다고 생각하면 아래쪽 회색 부분까지 들어가는 물의 양을 더한 총량이 2분간 공급된 유산소 에너지 총량이며, 흰색으로 표시된 양의 합계가 무산소 공급 에너지의 총량이 된다.

즉, 이 회색 부분과 흰 부분의 양을 비교하면 운동 중 유산소 공급 에너지양과 무산소 공급 에너지양의 비율을 알 수 있다. 과거의 연구에 따르면, 유산소 공급 에너지의 비율은 1분 했을 때 기진맥진해질 정도로 힘든 운동(경마 분야에서는 1000m 달리기 정도)에서는 약 70%, 3분 했을 때 기진맥진해지는 운동(3000m 달리기 정도)은 90%에 달할 것으로 기록돼있다. JRA경주마종합연구소의 연구에서도 유사한 결과를 얻을 수 있으며, 거리가 멀어질수록 유산소 에너지 공급 비중이 높아진다.

다음에는 속도와 에너지에 대해 다루겠다.

(경마북 2009.12.6호 게재)

감수 = 한국마사회 말산업연구소 최귀철 박사
번역 = 황수인 취재 기자

히라가 아츠시

現 일본중앙경마회(JRA)의 히다카 육성목장 목장장이자 수의사·수의학박사. 1988년 경주마종합연구소에 들어간 이후 말의 운동생리학을 연구해오고 있다.

각주 1) 2009년 12월 기준. 현재는 2012년 케냐의 데이비드 루디샤가 세운 1분 40초 91이 800m 육상 세계 기록.


작 성 자 : 황수인 nius103@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