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7일 일요일, 서울 경마공원에서 펼쳐진 제8회 코리아 스프린트(G1/IG3)에서 홍콩의 ‘셀프임프루브먼트(Self Improvement)’가 제리 차우(Jerry Chau) 기수와 함께 정상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13두의 경주마가 출전한 이번 경주에서 ‘셀프임프루브먼트’는 재빠른 선행으로 외곽 주행의 불리함을 극복하고, 끈질긴 근성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경주 기록은 1분 10초 5로, 대부분의 구간이 11초대의 빠른 흐름으로 전개되었다.

‘셀프임프루브먼트’의 이번 우승은 제1회 대회의 ‘슈퍼자키(Super Jockey)’ 이후 홍콩 경주마가 8년 만에 거둔 두 번째 한국 원정 승리다. 홍콩경마의 25/26 시즌 개막과 같은 날 펼쳐진 이번 경주의 결과는, 한동안 이어졌던 일본 경주마들의 독주 체제에 균열을 일으킨 것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셀프임프루브먼트’와 제리 차우 기수가 강력한 우승 후보 ‘치카파(Chikappa)’와 일본의 살아있는 전설 다케 유타카(武 豊) 기수를 넘어섰다는 사실은 한국, 홍콩, 일본 세 국가 경마계의 큰 이목을 집중시켰다.

단승식 1.3배의 압도적인 인기를 모았던 ‘치카파’와 다케 유타카 기수는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선두 그룹을 추격하는 선입 작전으로 경주를 운영하며 모래맞이를 피하고 최적의 진로를 모색하는 노련한 기승술이 돋보였으나, 마지막 직선주로에서 펼쳐진 ‘셀프임프루브먼트’와의 치열한 경합 끝에 반 마신 차이로 선두를 내주었다.

한편, 외곽 게이트에서 출발해 초반부터 빠른 페이스를 주도한 한국의 ‘슈퍼피니시’와 김용근 기수는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3위 입상의 쾌거를 이뤄냈다. 2펄롱을 10.6초에 주파하는 등 이후 세 구간을 11초대의 빠른 흐름으로 이끈 ‘슈퍼피니시’는, 마지막 직선주로에서 ‘셀프임프루브먼트’와 ‘치카파’ 사이에 갇히는 불리함을 겪었음에도 끈질긴 뒷심으로 3위 자리를 지켜냈다. 선두 그룹에 합류하여 페이스를 쫓고 직선주로 안쪽에서 경쟁력을 보인 ‘블랙머스크’와 코지 기수 역시 4위로 결승선을 통과하며 서울 소속 시니어로서의 자존심을 지켜냈다.

다른 일본 원정마인 ‘타가노뷰티(Tagano Beauty)’와 ‘선라이즈호크(Sunrise Hawk)’는 각각 5위와 7위에 머물렀다. ‘타가노뷰티’는 경주 초반 추입 위치에서 선입권으로 도약하며 뒷심을 발휘했고, ‘선라이즈호크’ 역시 선입권 후미에서 경주를 운영했으나 종반 걸음에 힘을 더하지 못했다.

한국의 자존심이자 가장 큰 기대를 모았던 ‘빈체로카발로’와 조재로 기수는 6위에 머무르며 아쉬움을 남겼다. 게이트가 열리기 직전 집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며 출발이 늦었고, 초반 자리 선점에 실패하며 경주 내내 후미에서 전개를 펼쳐야 했다. 외곽 추입으로 종반 펄롱 타임 12.0초를 기록하는 저력을 보이며 여러 경주마를 추월했지만, 상위권에 진입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단거리 강자들의 격돌에 걸맞은 빠른 페이스와 무시못할 라인업, 그리고 누구도 예상치 못한 반전의 결과는 스프린트 경주가 지닌 본연의 매력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홍콩의 저돌적인 도전과 일본과의 치열한 경쟁, 그리고 한국의 값진 입상은 반전과 아쉬움, 그리고 희망을 동시에 선사하며 한 편의 단편 드라마를 완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