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마계를 대표하는 ‘킹메이커’이자 ‘현대판 백락’으로 불리던 김영관(65) 조교사가 지난달 말 은퇴식을 끝으로 조교사 생활 21년을 마무리했다.

2004년 조교사로 정식 데뷔한 김 조교사는 한국 조교사 최초로 1,500승을 달성하며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이로써 그는 ‘명장 김영관’, ‘한국판 백락’, ‘역대 최강 조교사’라는 여러 수식어를 남기며 살아 있는 전설로 자리했다.

그의 마방 19조 벽면에는 명馬들의 흔적이 말 그대로 빼곡했다. 절름발이였지만 스타로 성장한 ‘루나’의 편자, 그리고 트로피를 수없이 안겨준 ‘즐거운여정’까지, 그 흔적은 빛바랜 액자 속에서도 뚜렷하게 살아있었다.

조교사의 역할은 마필 관리와 훈련, 경주 전략 수립까지 아우르지만, 김 조교사는 특히 경주마의 외모를 관상하듯 읽어내는 뛰어난 능력을 가졌다. 그의 눈은 평범한 말 속에서도 ‘가능성’을 포착했고, 이는 1,500승 달성과 ‘영예조교사’ 타이틀의 밑거름이 되었다.

말과의 대표 사례로는 루나와 미스터파크를 빼놓을 수 없다. “루나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보고 가능성을 믿어 선택했다”, 절음발이 약점은 모두 극복했고, 뛰어난 성적을 거뒀다. 마주들의 매각 제안에도 김 조교사는 믿음을 잃지 않고 말의 잠재력을 키웠다. 미스터파크 역시 그의 손길로 국내 최다 연승 기록인 17연승을 달성하며 전설로 기록됐다.

조교사로서 늦게 시작했지만, 현역 기수와 마필관리사로 쌓은 노하우는 김 조교사의 빠른 성공을 이끈 원동력이었다. 그는 말은 물론 해외 경마 사례까지 철저히 공부하며 최고의 성적을 내왔다.

은퇴식에서 그는 “톱니바퀴처럼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최고의 결과를 만들어준 19조 팀원들과의 동고동락이 있었기에 이 자리에 올 수 있었다”며, “이제는 후배들에게 이 자리를 물려주며, 경마의 미래를 응원하겠다”고 밝혔다.

김영관 조교사의 은퇴는 단순한 퇴장이 아닌 한국 경마사에 남을 큰 전환점이다. 그의 통찰력과 헌신이 이룬 업적은 길이 남을 유산이자, 앞으로 다가올 새로운 시대에 강한 영감이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