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A학생 선수와 함께 춤을?
2012년 9월 독일 아헨에서 열릴 세계 대학생 승마대회에 참가시키는 것을 목표로 KRA학생 선수 2명을 전격 지원해 주기로 한 내부 방침이 세워졌다. 선발전에 도전하는 학생들이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도록 하려고 Ricco와 CG(Classic Girl, 이하 CG)를 태워 대회에 출전시키기로 했다. 선발전은 마장마술과 장애물경기의 성적을 합산해 선발하는데 두 경기 모두 A 클래스로 진행됐다. 경기에 출전해 좋은 성적을 거두도록 하기 위해서 대회일 10일 전부터 Ricco와 CG를 두 학생에게 나눠 훈련을 했다. Ricco는 무겁고(게으른) 움직임이 너무 커서 학생들이 소화해 내기 어려웠으며, CG는 아직 미완성된 말이라서 어디로 튀어 나갈지 예측할 수 없는 럭비공 같았다. 특히 CG는 자신을 기승하고 있는 학생을 신뢰하지 못해 안타까운 모습을 연습 내내 보였는데 이를 지켜보는 내 마음 또한 불안·초조했다. 그야말로 좌불안석이었다.

학생이 훈련하기 시작한 초기에는 내가 먼저 기승해 CG를 침착하게 운동을 시킨 후 학생을 기승하게 시켰다. CG의 성격은 기승 초기에 고삐를 강하게 사용하거나 기승자의 자세가 불안하다고 생각되면 흥분하기 시작해 이와 동시에 점차 강한 입으로 변해 버린다. 이렇게 되면 그날 CG의 훈련은 이미 좋은 상태로 돌이키기 힘든 상황이 되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CG의 훈련의 완성도가 미진한 때였던 터라 한번 강한 입으로 변해 버리면 훈련을 마칠 때까지 절대로 누그러지지 않았다. 또한 이런 상태가 되면 마장마술에서 요구하는 기본과목마저도 훈련하는 게 불가능할 정도였다. 이런 이유로 인해서 내가 먼저 기승을 해 조심조심 몸을 충분히 풀어줘 CG의 힘찬 기운을 일정량 소진 시켰다.

처음 3일간 이처럼 학생을 기승시켰고 이후에는 학생을 먼저 기승시키고 난 후에 흐트러진 CG를 다잡기 위해서 내가 나중에 기승했다. 경기에 참가해서는 여러가지 좋지 않은 상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학생에게 이를 사전에 충분히 경험을 시켜서 흐트러져있는 CG의 문제를 조금이라도 풀어나가는 능력을 키워 주는 것도 중요했다. 이렇게 학생이 기승을 하고 나서 내가 기승하면 마치 CG는 길 잃은 어린 망아지처럼 갈피를 잡지 못하고 긴장해 우왕좌왕했다.

드디어 경기 날이 밝았다. 걱정이 많아서 편치 않은 마음으로 대회장에 도착했다. 학생과 CG의 경기는 10시경에 예정됐다. 나는 경기 전에 CG를 운동시켜서 몸도 풀어주고 넘치는 에너지를 소진시켜 학생이 좀 더 수월하게 대회에 참가할 수 있도록 1시간가량 운동을 시켜 학생을 배려했다. 이제는 모든 준비는 끝났다. 학생은 경기에 참가해야 하고 연습해온 결과는 그다지 만족스럽지 않았지만 경기에는 최선을 다해 임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