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티즌’이 ‘호티즌’이 됐다.
‘호티즌’이란 “호스(Horse)+네티즌”의 속어로서도 해석될 수 있겠지만, 이번만큼은 “호랑이(虎)+네티즌”으로 표현될 만큼 경마팬들의 질타 수준은 성난 호랑이에 비유될 수 있을 듯 하다.
30일 경마시행 취소가 공지된 이후 서울경마공원 현장에서는 우려했던(?) 경마팬 소요사태는 없었지만 사이버상의 비판수위는 ‘마사회 철밥통’, ‘기수들의 배에 기름기가 꼈다’ 등 지난해 12월 경마중단과 임대규 기수 사망으로 인한 경마취소 당시 보다 훨씬 격앙되고 강도 높은 어조가 이어지고 있다.
네티즌 대부분이 가장 의구심을 갖는 부분은 한국마사회가 경마취소를 결정하게 된 경위다. “마사회는 각성하라”는 제목의 글을 올린 한 네티즌은, 글을 통해 한국마사회가 취소결정을 뒤늦게 올리게 된 배경은 무엇이냐며, 이미 기수협회가 오전 9시경 기승불가라는 입장을 전달했음에도 불구하고 안일한 자세로 결국 1경주 발주시각에 임박해서야 경주취소를 공지했다는 것은 경마팬을 명백히 기만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한국마사회가 경주취소를 뒤늦게 공지한 것은 경마팬들이 미리 돌아갈 것을 우려한 것으로 짐작된다며, 애초부터 서울은 물건너 갔으니 부산 및 제주교차 경주를 시행할 것을 전제한 것이 아니냐는 주장을 펴기도 하였다.
네티즌들은 문제가 되었던 경주로와 앞으로의 대책에 관해서도 지적했다.
“정말 주로상태가 경마를 취소할 만큼 절박한 상황이었는지 묻고 싶다”는 한 네티즌은, 전날 비가 내리기는 했지만 많은 양도 아니었고 취소당일에는 비가 아예 내리지도 않았는데 취소된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리고 차후에도 비가 조금만 내릴 경우는 경마를 하지 않을 것 같으니 앞으로 경마가 취소되어야 할 경우를 대비해서라도 확실한 규정을 정해주어야 할 것이라고 어조를 높였다.
자신을 토목건축 전문가라고 밝힌 네티즌은, “과거 경주로의 도면을 볼 기회가 있었으며, 취소전날 내린 우천의 양을 감안할 때 전혀 배수가 되지 않고 있는 상태”라며, “현재 과천벌 주로는 하부구조까지 전체적인 보수가 필요한 상태로서, 단순히 모래만 보충해서는 악순환이 반복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혀 전문가적인 소견을 피력했다.
일부 사이트 게시판에는 이렇게 까지 문제가 된 경주로가 그동안 제대로 보수가 이루어졌는지 그 예산집행여부를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밝히겠다고 한 글도 올라와 눈길을 끌었다.
이번 취소사태와 관련해 경마팬들이 분개하고 있다면, 경마전문가들 역시 지켜보고만 있는 분위기는 아니다. 한 경마전문가는 그동안 경마취소가 된 사례는 수차례 있었지만 이번처럼 화가 난 적은 없다며 올린 글에서, 마사회와 기수협회간의 밥그릇 싸움 이든 관리사협회의 알력이든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고 했다. 그는 또 “고객인 동시에 주인인 경마팬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지들의 밥줄은 누가 주는가? 지금의 작태가 밥을 주고 기르던 개가 주인을 물려고 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라며, 이날의 취소사태를 ‘경마팬 치욕의 날’로 표현했다.
한국마사회 홈페이지(www.kra.co.kr)를 비롯한 경마관련 사이트에는 경마취소와 관련해 1500여건(3일 현재)이 넘는 글이 올려졌고, 1주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적지 않은 글들이 올라오고 있어 경마팬들의 상처받은 심정을 말해주는 듯 보인다.
한편 경마관련 G사이트가 “2008년 3월30일(일) 급작스런 서울경마 취소에 대한 개선책을 꼽는다면?”이란 주제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447명의 네티즌이 참여한 가운데 40.9%에 달하는 183명이 ‘마사회 조직을 변화시켜야 한다(민영화 포함)’고 응답했다. 또한 ‘현재 과천주로를 인공주로로 교체해야 한다’는 의견과 ‘기수와 조교사 채용을 대폭 늘려야한다(용병제 도입)’ 등의 의견도 참여자 가운데 47%를 나타냈다.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