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에서 경마가 시작된 지 94년째가 되고 있다. 한국경마는 그동안 소위 족보도 없는 경마를 시행해오다가 1998년10월1일부터 한국말혈통서(족보) 발간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았다. 혈통서를 발간하면 파트Ⅳ국가로 인정받는다. 한국은 2004년에 이르러서야 파트Ⅳ에 소속되었다. 파트Ⅲ에 진입을 해야만 드디어 파트국에 소속된다. 단순한 도박이 아니라 스포츠로 전환되는 의미도 담고 있다. 한국경마가 파트Ⅲ에 진입한지 12년 만에 파트Ⅱ 국가로 승격하게 되었다.

한국경마의 파트Ⅱ 승격은 여러 분야에서 의미를 지닌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경주는 Grade/group(이하 G)과 Listed 경주가 있다. 매년 같은 조건과 제도로 치러지는 경주 중 수준이 높은 순서대로 GⅠ·Ⅱ·Ⅲ로 분류하며 나머지는 Listed로 처리된다. 현재 우리나라 경마에서 진행되는 GⅠ·Ⅱ·Ⅲ경주와 Listed 경주는 국내에서만 인정되는 등급으로 국제적 통용이 불가했으나 7월 1일부로는 일부 경주에 한해 국제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게 된다.

우리나라에서 지정된 파트Ⅱ경주는 그랑프리, 대통령배, 부산광역시장배, 오너스컵, 코리아스프린트, 뚝섬배까지 총 6개다. 이중 뚝섬배는 파트Ⅱ승격이 되는 7월 1일 이전에 개최될 예정이라 내년 결과부터 정식으로 파트Ⅱ경주로 인정받게 된다. 이 6개의 대회에서 입상하는 말들은 향후 전 세계 경매회사에서 발행하는 말 경매시장 경매명부에 굵은 글씨, 즉 블랙타입으로 기록돼 높은 평가를 받게 된다. 파트Ⅱ경주로 지정된다고 하여 경주방식이 모두 오픈, 즉 국제경주로 치러지는 것은 아니다. 경주 방식과 조건은 기존과 동일하게 유지되지만 그 경주의 수준이 파트Ⅱ수준으로 인정받았다는 의미라고 해석하면 된다.

지정된 경주 중 총상금 10억 원의 코리아컵이 빠진 것에 의문이 든다. 이는 파트 경주 지정의 요건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제적으로 수준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일정 기간 동안 해당 경주의 결과와 출전마들의 수준을 수치화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코리아컵은 올해 첫 선을 보이는 대회여서 수준을 가늠할 지표가 없다. 만약 추후 몇 년 간, 코리아컵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고 일정 수준의 경주마들이 지속적으로 출전하게 된다면 파트Ⅱ경주 승격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코리아스프린트는 기존의 아시아챌린지컵이 명칭을 변경한 것이기에 그간의 경주 내용이 고스란히 인정을 받은 경우다.

그렇다면 향후 몇 개의 경마대회가 파트Ⅱ경주로 승격 될 수 있을까? 현재로써의 대답은 미지수다. 앞서 언급했듯 파트Ⅱ경주는 일정 수준의 경주마들이 지속적으로 출전을 하는 것이 담보돼야 한다. 상금이 매우 높거나 아주 유명한 경주마가 출전한다고 해서 해당 경주가 당장 높은 등급을 받을 수는 없다. 피겨스케이팅을 예로 들어보자. 김연아 선수가 최근 몇 년 간 압도적인 전력으로 국제대회를 휩쓸었지만 이것으로 한국 경마의 수준이 세계 최고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같은 의미로 이미 국제적으로 등급이 매겨진 상태라도 일정기간 동안 낮은 수치를 기록한다면 강등될 수도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이탈리아다. 2014년 이탈리아는 금융위기와 맞물리며 주요 국제대회 상금을 지속적으로 지급하지 못하였고, 경주마 수준 역시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이유로 시행되어온 모든 국제대회의 등급을 박탈당할 위기에 몰린 적도 있었다. 우리에게 당면한 과제는 현재 지정된 파트Ⅱ경주가 제대로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국제적 수준을 인정받을 수 있는 경주마를 배출해내는 데에 있다. 국제경주 출전을 통해 국제 레이팅을 확보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파트Ⅱ경주를 유지할 수 있는 자원이 현저히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최근 ‘석세스스토리’와 ‘천구’가 두바이에서 선전하며 국제 레이팅을 확보하였으나 더 많은 경주마들의 해외 진출과 도전이 필요하다. 파트Ⅱ 승격을 계기로 한국경마가 도박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스포츠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작 성 자 : 김문영 kmyoung@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