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속보는 중요하다
마장마술에서 요구하는 보법은 크게 세 가지이고, 종목에 따라 조금 다르긴 하지만 세밀하게는 보법마다 신장, 중간, 보통, 수축 등 4가지가 요구된다. 그중에서 속보의 움직임은 아주 중요하다. 선수가 경기장에 입장한 후에 심판에게 경례를 하고 이후 모든 규정 종목 공히 속보로 경기를 시작하게 된다. 이때 심판들에게 좋은 속보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다음 과목에서 역시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이미지를 심어주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걸음걸이를 규칙성 있게 유지해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은 당연지사. 하지만, 입장 후에 처음 보이는 속보는 자신감 있고 화려해야 하는 것도 중요한 포인트이다.

많은 시간이 필요한 속보 훈련
마장마술 선수들은 많은 시간을 속보 훈련에 할애한다. 말에게 좋은 속보를 익히게 하는 것이 미래에 대성하느냐 아니면 일반 경기용 마필로 남느냐의 많은 차이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나도 속보 훈련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그런데 결코 생각만큼 쉽지만은 않다. 마장마술에 적합한 좋은 마필들은 대부분 선천적으로 아름다운 걸음을 가지고 태어난다. 이러한 마필들에게는 간절하게 필요한 훈련이 아니겠지만, CG(Classic Girl, 이하 CG)와 같이 선천적으로 cadence를 가지고 태어나지 못한 평범한 걸음을 가진 말들에게는 절실하고 고된 훈련이 요구된다. 좋은 속보를 가르치기 위해서는 오랜 훈련 시간이 필요하다. 만약 가르치는 기승자의 노력과 기량과 경험이 적정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면 좋은 속보를 가르치는 것은 아마도 불가능하다고 생각된다.

속보 훈련의 시작
CG에게 좋은 속보를 가르치기 위해 기승 초기에서부터 마장마술용 채찍을 사용했다. 그리고 속보를 하면서 채찍으로 CG의 후구(엉덩이, 허벅지)에 자극을 줬다. 미세하지만 CG에게 작용이 될 만한 자극의 정도였다. 자극을 줘 후구의 움직임이 활발하게 움직이도록 우선했다. 채찍을 사용할 때는 CG의 속보 리듬에 맞춰서 강약 조절을 해가면서 CG가 이해하며 속보를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줬다. 또한 CG의 후구가 약간 낮아져서 움직이도록 정지 후에 즉시 속보 출발을 하여 수축 상태가 이루어져서 움직이도록 했다. 이런 방식으로 훈련을 하면 대부분의 마필들은 고삐의 연결이 부드러워지며 이 상태를 유지한 채로 일정 시간 속보로 이어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CG는 기대한 것만큼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훈련을 힘들어했다. 외관으로 보이는 것처럼 CG는 부드럽지 못했고, 언제나 고삐의 연결은 강하게 연결돼있었다. 하지만 나는 강해진 고삐는 무시를 했다. 단지 좋은 속보 걸음을 먼저 만드는 것에 우선 중점을 뒀다.

활발한 속보 걸음으로
속보 훈련은 보통 속보나 수축 속보보다 중간 속보와 비슷한 리듬의 활발한 걸음의 속보를 했다. 이렇게 하는 것이 Cadence를 훈련시키는 데 조금 더 수월하게 느껴졌고, CG도 활발하게 움직이는 것을 더 선호했다. 단 조심했던 것은 활발한 속보가 절대로 빠른 동작으로 움직이지 못하도록 고삐를 잡고 있는 주먹의 강약을 조절했다. 그리고 부조의 사용 또한 강약조절과 위치에 변화를 줬다. 앉아있는 기좌가 흔들리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했다. 동시에 CG가 움직이는 리듬보다 조금 늦게 움직여 뒷박(정상 박자보다 조금 느림)을 타려고 노력했다. 이러한 방법으로 급하게 앞으로 가려고 하는 습성을 역으로 이용해 체공시간이 조금 더 길어지게 만들려고 했다. 이렇게 훈련을 시키자 아주 종종 내가 바라고 있는 Cadence가 보이는 좋은 속보를 했다. 그때마다 집중을 해서 조금이라도 더 오랜 시간 동안 그런 움직임을 하도록 도와줬다. 그때마다 칭찬을 해 주는 것을 잊지 않으려고 역시 많은 신경을 썼다.




보통 속보로 전환
활발한 속보에서 종종 좋은 속보가 나오기 시작할 무렵부터는 속도를 조금 늦춰서 보통 속보로 같은 훈련을 했다. 보통 속보로 훈련을 시킬 때에는 채찍을 좀 더 사용했다. 좋은 걸음 모양인 Cadence가 유지되도록 더 많은 도움을 주려는 의도였다. 초기에는 곡선 운동과 Bending이 포함되어 있지 않은 직선훈련을 했다. 후천적인 훈련에 의해서 좋은 속보의 모습을 보이는 말들은 대부분 비슷하다고 생각되는데, 좋은 걸음이 어느 정도 익숙해질 때까지는 Bending이 포함된 곡선운동은 자제하는 것이 좋다. 만약 이 훈련이 어느 정도 성과가 나타날 때 곡선 운동을 서서히 시작하는데 곡선을 아주 크게 20m 이상의 크기로 하여 익숙하지 않은 움직임에 대한 부담을 줄여 주는 게 좋다. 아울러 훈련 시간도 아주 짧게 해 좋은 속보의 리듬이 무너지지 않도록 자신감을 갖도록 해줘야 한다.

좋지 않은 움직임 대처법
CG의 움직임이 좋지 않다고 느껴졌을 때에는 정지한 후 정지 상태에서 충분히 수축을 시킨 후에 다시 속보로 출발했다. 좋은 걸음이 나오게 하기 위해서였다. 정지에서 말을 출발 시킬 때에는 출발시키기 전에 박차나 채찍을 조금 강하게 사용해 수축되어 있으며, 동시에 Self- carriage 상태를 만들어 준 후에 속보로 출발했다. 좋은 움직임을 조금이라도 더 오래 유지 할 수 있도록. 그리고 또 다른 방법은 속보를 활발하게 움직이게 한 후에 수축상태를 유지하여 마치 평보로 이행하기 직전까지 속도를 줄여주다가 즉시 재차 활발하게 속보를 하여 Cadence 움직임이 나오도록 유도했다. 활발한 속보에서 수축 속보로 이행을 할 때 채찍 사용을 CG의 엉덩이 부분보다 조금 아래인 허벅지 부분에 자극을 줘서 뒷다리가 부지런히 움직이도록 만들어 줬다. 그리고 고삐의 연결은 평소보다 강한 연결을 유지했고, 앞으로 빨리 가려는 것을 역이용하여 체공시간이 좀 더 길어지게 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좋은 고삐의 연결을 유지하는 것보다는 좋은 속보를 하는 방법을 CG에게 이해를 시키는 게 더욱 중요했던 시기였다.

Passage와 Piaffe
또한 Cadence가 보이는 속보를 하기 위해서 Passage와 Piaffe 훈련이 아주 많은 도움을 준다. 물론 이 두 가지를 가르치는 것이 더욱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어쨌거나 좋은 속보를 하는데 Passage와 Piaffe 훈련 이 두 과목은 확실히 많은 도움이 된다. 난 CG를 가르치면서 Passage를 재미 삼아서 종종 훈련시켰다. 그런데 뜻밖에도 CG가 이에 좋은 반응을 보였고, 끝내는 Passage를 배우게 됐다. 지금도 좋은 속보를 하려고 훈련을 계속 이어가고 있지만 2013년 Grand-prix를 두 번 참가한 후에 비시즌 기간이 다가왔고 CG에게 조금 여유가 있는 훈련 시간이 주어졌다. 그러던 어느 날 CG는 내가 그토록 바라던 속보 걸음을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좋은 모습과 좋은 균형을 유지해줬다. 마치 내가 원하는 속보의 느낌을 안다는 듯이 말이다. 그때 CG의 등에 올라앉은 느낌은 마치 아주 편안하고 부드러운 소파에 앉아 있는 것과 같았다. 후천적으로 Cadence가 보이는 속보를 훈련시킨다는 것은 마치 고행의 길로 들어선다는 것과 같단 생각이 든다. 이렇게 힘들 줄이야! 하지만 하지 않는다면? 끝까지 하지 못하는 거다.


▲선수가 경기장에 입장한 후에 심판들에게 좋은 속보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후천적으로 Cadence가 보이는 속보를 훈련시킨다는 것은 마치 고행의 길로 들어선다는 것과 같다

교정교열= 황인성 기자

황인성 gomtiger@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