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직업상 금, 토, 일요일 이렇게 일주일 삼일간을 하루 종일 경마장에서 지내다보니 경마장에 오가는 수많은 사람들을 접촉하고 만나고 있다. 본 글이나 표제는 앞으로 그 중에서 베팅이나 관전을 위해 경마장을 찾는 베터나 경마팬들을 제외한 경마장의 아웃사이더들을 틈틈히 선별하여 소개하고자 한다.

오늘은 그 첫 번째 이야기로 '착한 용진씨"라는 제목으로 붙였는데, 용진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한 청년을 여러분께 소개드리고자 한다. 벌써 이 친구를 안지가 1년여가 되어가고 있는데, 과천경마장 정문 매표소 근처에는 고객쉼터라는 건물이 있다. 이 건물에는 편의점과 경마방송을 보여주는 모니터가 설치되어 있고 간이 좌석들이 설치되어 경마팬들이 자유롭게 이용하는 곳으로 용진씨를 이 건물에서 알게 되었다.

아직도 필자는 그의 개인적인 인적사항에 대해서 아는 것이 별로 없다. 그가 어디서 사는지 무엇을 하는 지도 모르고 아는 것이라고는 성(姓)도 모르는 '용진'이라는 이름과 20대 후반의 정신장애우 그리고, 일요일에는 교회를 다닌다는 것 정도다.

그는 거의 경마가 열리는 날에는 이 곳을 꼭 찾아 상주하다시피 한다. 가끔은 경마장 내부로 들어가는 모습을 목격하기도 하지만 경마관전이나 베팅을 하기 위한 것이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

그는 금요일과 토요일에는 이른 시각부터 나타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일요일만은 교회를 들렸다가 오기에 조금 출타가 늦는 편이다. 그는 이 곳에 와서 처음으로 하는 일은 저를 비롯하여 자신이 아는 일부 사람들에게 힘차게 인사부터 하는데 목소리가 유난히 크다. 모든 사람에게 그런 것은 아니고 자신과 안면이 있고 아는 체를 하는 일부 몇 몇 사람에게 "안녕하세요?" 하면서 두 손을 내민다. 하지만, 모르는 사람에게는 절대 그런 모습을 보이지를 않는다.

아무튼 그가 그러면 저를 비롯한 일부 사람들은 천원 짜리 지폐를 한장을 손에 쥐어 주는데, 그는 바로 "고맙습니다!"를 외치면서 고개를 숙이고 그 돈을 받고는 편의점에 달려가 컵라면을 사서 능숙한 솜씨로 뜨거운 물을 부어 맛있게 먹는다. 한꺼번에 여러 사람에게 손을 벌리는 법은 거의 본 적이 없다. 물론 몇 사람이 함께 줄때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한 번에 한 사람씩 그것도 1,000원씩이라는 원칙이 그에게 있어 보인다.

아무튼 그는 라면을 먹은 후에 그 건물 내부의 여기 저기 널려있는 휴지나 빈컵 등 쓰레기 등을 열심히 치운다. 한 마디로 지저분한 꼴을 못 본다. 그런 후에 자리에 앉아서 아는 지 모르는지 경마방송 모니터를 열심히 주시하다가 또 다른 아는 얼굴이 나타나면 "안녕하세요"를 반복하며 벌떡 일어나 인사를 하고 역시 손을 벌린다. 그리고 역시 1,000원짜리 지폐를 받아 음료수를 사다가 마시는데, 주로 사이다와 콜라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리고는 또 열심히 눈에 거슬리는 쓰레기들을 열심히 줍기도 하고 빗자루를 갖다가 쓸기도 한다. 이렇게 용진씨는 라면, 음료수, 청소를 하루에 몇 번을 반복하다가 경마가 끝나는 시간이면 어디로 가는지 바삐 자기 갈 길을 간다. 그리고, 그 다음 경마일이면 그 곳에 어김없이 나타난다.

저를 비롯하여 그 곳에서 그를 아는 사람들 대부분은 그에게 돈을 주고 안 주고를 떠나서 착한 인상으로 청소를 잘 하는 그를 보면서 대부분이 항상 미소와 반가운 얼굴로 대하면서 가슴 한 편으로는 그가 정신장애우라는 사실에 가슴이 짠해지는 마음은 감출 수가 없을 것이다. 그리고, 최근에는 그가 너무 자주 먹어서인지 몸이 더욱 불어가는 모습에서 그의 건강이 다소 걱정스럽기까지 하다.

그런 용진씨의 건강이 걱정되어 이제는 인스턴트라면과 탄산음료만 먹지 말고 다른 것들로 매뉴를 바꾸라고 권하고 싶은데, 그와는 그런 대화가 잘 안 통하니 안타까운 마음이다.

아무튼 이번 경마장 설날 휴장기를 그가 미리 알고 헛걸음을 하지 않기를 바라며, 또한 그가 언제까지 그 곳에 모습을 보일지는 몰라도 그가 그 곳 이외의 모든 생활에서도 항상 건강한 모습 그리고, 씩씩한 목소리로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는 마음은 저를 비롯한 그 곳에서 "착한 용진씨"를 아는 모든 사람들의 똑같은 심정일 것이다.

그리고, 이번 기회에 마사회에 건의사항이 하나 있는데, 우리 '착한 용진씨'에게 청소비나 표창장이라도 주심은 어떠하신지? 그리고, 여러분께서는 용진씨처럼 경마장에 와서 자기 돈을 한 푼도 안 쓰면서 그래도 남는 장사, 그래도 잃은 돈이 없이 본전이라도 하고 가는 경마를 하시기를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