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쉬지 않고 일해야 했던 10년전!
12월 5일 목요일!... 마필관리사 노조에서 “휴일문화정착 10주년 기념 노동문화제”행사를 열었다. 휴일문화정착 10주년 기념은 경마장의 조교사, 기수, 관리사에게 있어 휴일 문화가 정착된 지 10주년이 되었기에 기념하고자 하는 행사인데 경마장에서 근무한지 몇 년 되지 않은 후배들이나 팬들에게는 조금 어색하게 들릴지는 모르지만 마필관계자(조교사, 기수 ,관리사)에게는 대단히 의미 있고 뜻 있는 행사라고 나는 생각하기에 이러한 행사를 주최하게 된 마필관리사 노조원들에게 감사와 축하를 보낸다.
요즘 일반 직장에서는 주 5일제를 논하고 있고 경마장내에서도 마필관계자만을 제외하고는 여러 단체들이 격주제로 주 5일을 근무하고 있으나 아직도 마필관계자에게는 주 5일 근무한다는 것은 열악하고 어려운 현실이지만 그래도 요즘은 경마장의 휴일인 화요일이라도 하루 쉬는 것이 생활화되었고, 더 나아가 명절에도 몇 일간 쉴 수 있고 또 빨간 글씨의 휴일에도 쉬는 경우가 종종 있기에 마필관계자에게도 부족하나마 여가의 즐거움을 가질 수가 있어서 좋다.
10년전!!! 12월 1일... 우리 마필관계자에게도 휴일이 처음 생긴날이다.!!!... 아니 대한민국에 매주 일요일은 쉴 수가 있고 그리고 일년을 통틀어 보면 공휴일인 빨간 글씨도 억수로 많아 허구한날 쉴 수가 있는데... 아니.. 무슨... 경마장 마필관계자에게만 10년 전에 휴일이 처음 생겼다니 이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인가!... 그런데 맞는 소리다... 부끄럽지만 그때부터 마필관계자에게는 휴일이 처음 생긴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12월 1일 이전까지 마필관계자에게는 일년 365일 하루도 쉬는 날이 없었다. 일반인은 일요일 쉬고 마사회직원은 화요일 쉬고, 그리고 빨간 날은 무조건 쉬었으나 마필관계자는 휴일이나, 명절이나 경마장에 나와서 오직 말들 훈련만을 시켜야 했다. 명절에도 집에 가지 못하고 주로에서 말을 타며 훈련하고 나면 식당이 쉬기에 밥 먹을 곳이 없어서 숙소에서 라면을 끊여 먹으며 보냈던 적도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조에서는 조교사가 고향에 가지 못하는 마방 식구들을 위해 마방으로 밥을 해 오거나 조교사의 집에 가서 밥을 먹으며 명절을 보내야 하는 쓸쓸한 시절이었다.
여름이나 겨울 휴장이 되는 동안에 그래도 3-4일간 휴가를 갈 수도 있었으나 기수들은 조교사가 원치 않으면 눈치를 보며 그것마저도 갈 수가 없는 실정이었기에 현실적으로는 하루도 쉬는 날이 없었던 것이다. 1년 365일 쉬는 날이 특별히 없다보니 결국 기수들이 하루라도 쉬는 날은 자빠이(?) 하는 날이 쉬는 날이었다. 하루 빠지는 날은 자빠이(?) 하는 날이라! 하루 빠지고 다음날 새벽 훈련을 나가려면 조교사에게 혼날 생각에 걱정을 하면서 마굿간에 나가곤 했다.
이런 휴일 없는 경마장에 마필관계자에게 소위 999가 터졌다. 1992년도 10월에 한국마사회장으로 부임하신 성용욱 회장과 마사회 직원(각 직급별로 대표가 1-2명씩 참석) 조교사, 기수, 관리사 간부 등 30여명이 참석하여 간담회를 하는 자리에서 서로의 고충과 애로사항을 건의했는데 마필관계자들의 건의 사항 중 하나가 일주일에 하루 정도는 휴일이 있어야 된다는 내용이었다.
70여 년 간 경마장에서 마필관계자는 휴일을 모르고 지내왔기에 휴일을 정하자는 건의는 그 당시에는 상상도 못하는 혁명적인(?) 어려운 일이었다. 관리사 간부들과 나는(그 당시 기수회장 자격으로 참석) 자율적인 휴일보다는 강제적인 휴일을 정해야 한다고 하며 쉬는 날은 무조건 주로를 폐쇄하면 훈련 할 수가 없으므로 당연히 쉬게 되니 그렇게 해달라고 건의했던 것이다. 처음에는 회의 분위기가 우리들의 요구대로 순조롭게 이루어지는가 싶었는데 조교사 간부와 마사회 간부들이 말 관리 특성상 경주에 출전할 말이 하루라도 쉬면 무리가 가서 안 된다고 반대 논리를 펴다보니 분위기가 어려운 상황이 되어가고 있었다. 기수 회장이지만 기수인 나도 조교사들의 눈치도 있고 해서 처음에는 강력히 주장을 하다가 주춤 하는 상황이 되었다. 이때 지금의 관리사노조 윤창수 부위원장이 외국과 비교하며 더 강력히 발언을 함으로써 분위기가 다시 역전됐고 성회장님이 전격적으로 휴일을 정하기로 결정을 했다. 경마장 말로 하면 999가 터졌다고 하듯이 마필관계자에게는 이런 게 바로 소위 999였던 것이다. 그리고 일주일에 하루 쉬는 것은 확실히 하되 월요일이 쉬는 게 좋은지 화요일에 쉬는 게 좋은지는 현실에 맞게 알아서 하라고 하여 경마장의 휴일인 화요일을 마필관계자의 쉬는 날로 정하게 되었다.
그런데 어느덧 10년이 되어 그 날을 기념하는 축제를 하니 참으로 기쁘기 그지없다. 나도 그 당시에는 수년간 하루도 쉰 적이 없다 보니(정말로 나는 수년간 하루도 훈련을 빠진 적이 없이 아주 성실하게 일했다) 경마장은 나이를 먹으면서 더 이상 오래 생활할 곳이 아니라고 생각되기에 나의 아이들이 어느 정도 크면 경마장을 떠나야겠다고 마음먹고 있었다. 나는 그 당시에 휴일이 정해지지 않았으면 진작에 경마장을 떠났을지도 모른다. 나의 아이들이 커가면서 명절에도 어디 한번 갈 수가 없어서 사람구실 하기가 너무나 어려웠기에...


작 성 자 : 홍대유 eheek@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