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수의 생명은 체중조절이다. 체중이 많이 나가거나 체중조절에 실패하면 경주에 나갈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일반인들도 기수라고 하면 체중이 적게 나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 기수가 되고자 할 때는 기수훈련원에서 요구하는 키 몇 cm이하, 체중 몇 kg이하여야 입소할 수 있다.
이런 조건에 맞춰 훈련원에 입소해 교육을 받고는 졸업하면 기수가 되는데 기수 생활을 하는 동안은 키는 더 커지든 말든 큰 문제는 없다. 그래서 그런지 기수들을 보면 저 키에 어떻게 기수를 할까 할 정도로 키가 상당히 큰 기수들도 있다(기수치고는 말이다). 그러나 체중에 있어서는 다르다. 기수는 체중이 많이 나가면 나갈수록 그 만큼 말에 기승 할 기회가 적다보니 체중이 많이 나가는 것보다는 적게 나가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 체중이 많이 나가면 나갈수록 말에 기승 할 기회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기수나 조교사는 면허를 갖고 있으며 신분이 개인 사업자이기 때문에 소위 프로 직업인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기수 조교사는 매년 한 번씩 한국마사회로부터 면허를 갱신 받아야 한다. 일년에 한 번 하는 면허 갱신 때마다 국공립병원이나 마사회가 인정하는 병원에서 신체검사를 받은 서류를 제출해야 하는데, 조교사는 체중이 관계가 없지만 기수는 체중이 51.9kg이하가 되어야 한다.
체중을 많이 조절하는 기수는 과거나 지금이나 고생을 하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지금은 조금 나은 면도 있다. 지금은 기수가 말을 타려면 소속 조 말은 몇 kg까지 기승 할 수 있고, 타조 말은 몇 kg까지 기승 할 수 있다고 경마팀에 등록해 자기가 정해 놓은 부담중량에 맞는 말만 기승 할 수가 있기에 기수들은 항상 자신이 신고해 놓은 체중을 기준으로 체중 조절을 하면 된다. 따라서 몸이 그리 많이 망가지지 않으면서 적당하게 체중조절을 할 수가 있다.
그러나 필자가 신인이었던 뚝섬 시절만 해도 지금과 같이 자신이 기승 할 수 있는 부담중량을 신고하는 방식이 아니고 경마 날이면 경마과에서 매주 체중을 체크하는 식이었다. 기승정지 중이거나 또는 어떠한 이유로 말에 기승을 하지 않더라도 모든 기수는 경마전날 체중을 체크하는데 이 때는 52kg을 넘으면 안된다.
뚝섬 시절에는 금, 토, 일요일 3일간 경마를 했는데 3일 경마를 하면 모든 기수는 목요일 정오 12시까지 기수대기실에 모여야 했다. 2층 기수대기실에(1층은 검량실) 모이면 경마과에서 기수들에게 일장 연설을(?) 하고는 검량실에서 체중을 다는 것이다. 이때 체중이 52kg을 넘지 않아야 되기에 기수들은 경마날 말에 기승을 하든 하지 않든 간에 죽기 살기로 체중을 뺄 수밖에 없었다.
체중이 오버되면 해당 기수에게는 벌을 주든지 어떤 식으로든 제재가 따랐다. 그 당시 저울이 전자 저울이 아니고 커다란 바늘 저울이었다. 체중을 체크하는 심사관은 앞에 있고 기수들은 한 명씩 줄을 서서 저울대에 올라가는데 체중을 맞추지 못한 기수들은 저울에 올라가서는 심사관 눈을 피하며 저울대 앞을 살짝 누르며 자신의 체중을 맞추기도 했다.
아주 기술적으로 저울을 누르기에 저울에 올라간 기수의 뒤에 있는 기수들에게는 장난치는 것이 보이지만 심사관에게는 잘 보이지 않는다. 아니 잘 보이지 않게 속이는 것이다. 간혹 까다로운 심사관일 경우에는 저울에서 장난치는 것을 알고 까다롭게 체크를 하기도 했는데, 이럴 때는 해당 기수는 저울에 가만히 서있고 뒤에 있는 동료 기수가 발꿈치로 저울을 살짝 들어주어 체중을 맞추게 하기도 했다. 이렇게 매주 체중을 검사하다 보니 체중이 많이 나가는 기수는 어떻게 하면 검사관 눈을 속이고 무사히 통과할까만을 생각하면서 기술적으로 체중을 통과를 할 수 있었던 것이다.(윤치운 조교사도 그 당시 체중으로 매주 검사 때마다 고생을 많이 한 기수중 한 명이었다!)


작 성 자 : 홍대유 eheek@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