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마주협회와 조교사협회는 마주 1인당 경주마 입사 두수를 제한하기로 하고, 이번 경매를 통해 도입되는 국산마의 경우 마주 1인당 1두씩만 입사토록 합의했다.
단순하게 생각해보면 여러 두를 구입한 일부 마주의 경우, 타인에게 양도하거나 명의를 변경하는 등의 변칙적 수단을 쓰지 않고서는 스스로 경마장 입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은 없는 셈이다.
그동안 마주협회는 마주 회원들의 자율적 동의 하에 1인 당 연간 국산마 구매 두수를 2두로 제한해왔다. 이는 회원들에게 고른 마필 구매 기회를 부여하고 서울경마장의 한정된 마방 수를 감안해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고육책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제한 규정에 대해 마주 회원들은 물론, 국산마 생산자를 비롯한 경마관계자들은 자율경쟁요소를 훼손하는 규정이라며 폐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그러던 차에 최근 마주협회 내 갈등이 심화되면서 마침내 구매 제한 규정을 어기는 마주가 등장해 향후 구매 제한 규정이 어떤 방향으로 흐를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해당 마주는 경사모 결성과 관련해 이미 협회로부터 제명 당한 상태이기 때문에 마주협회 내 자율규정을 준수할 의무가 없으며, 더욱이 마사회의 경주마 마방 입사 규정 상 1인당 10두 이하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반면, 마주협회는 해당 마주에게 가할 제재 방안을 강구하는 한편 조교사협회와 공조체제를 형성해 1인당 마방 입사 두수 제한이라는 극단적 방안을 내놓았다. 문제의 마주는 조교사 개별적으로 마사회에 입사 신청서를 접수케 하고 이미 5일(목) 국산마 5두를 경마장에 입사시켰다. 지난 한 주간 마주협회와 조교사협회는 그렇지 않아도 모자란 서울경마장의 마방 상황 하에서 특정 마주가 한꺼번에 많은 마방을 차지하는 것에 대한 방지를 위해 연일 회의를 소집, 대책 마련에 고심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경주마의 마방 입사를 담당하고 있는 마사회의 입장은 보다 애매하다. 규정 상 마주 1인당 보유 두수가 10두 이하면 언제든 마방 입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마주협회와 조교사협회가 각각의 마주에 대해 경주마 구매에 관해서든, 경마장 입사에 관해서든 제한 규정을 두려하는 반면 일부 마주들은 마사회 규정 내에서 얼마든지 경주마를 구매하고 입사시키겠다는 입장이 충돌하면서 발생한 이번 사태는 그 결과에 따라 향후 다른 마주들에게도 지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게 된 것이다.
본지는 오래전부터 경마산업을 둘러싼 각종 제한 규정의 폐지를 주장한 바 있다.
전문지관리규정, 마권구매상한선제 등이 대표적인 것들이며 마주협회가 내세우는 경주마 구매제한도 폐지해야 할 항목으로 꼽고 있다. 경마계 전체는 물론 사회 전반에 걸쳐 자율경쟁이 가속화되는 시점에서 마주협회의 구매제한 방침은 설득력을 갖기 힘들다.
하지만 그런 원론적 입장에도 불구하고 경마산업만이 갖는 특수한 상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국산마 경매가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해 일정 규제를 두지 않을 경우 무제한적으로 과열되는 것은 물론, 너도나도 10두 이하의 규정 내에서 경주마를 구입, 마방에 입사시키겠다고 하면 경마산업의 혼란은 더욱 가중될 수 있기 때문이다.
늘어나는 마필 자원에 비해 서울경마장 마방 수는 한정돼 있는 반면 일체의 외부 육성 위탁기관이나 관리 시설이 전무하다는 점, 경주마 도입에 관한 제도 정착이 이뤄지지 못한 점 등이 결국 이런 제한 규정을 낳게 만든 것이다.
경마산업이 안고있는 제도적, 구조적 모순 속에서 경마단체 간 갈등, 그리고 각 단체 내에서 파생되는 내부 갈등은 사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감정 대립에서 시작돼 이제는 극단적 상황까지 야기한 이번 마주협회 내 갈등에 대해 이제는 모든 경마단체가 머리를 맞대고 근본적인 해결안을 모색, 서로간의 접점을 찾아야 할 때다.
서울경마장의 부족한 마방 및 관련 시설 확충을 위해 마사회가 제도적, 정책적 배려를 구체적으로 해야할 것이며, 양분 위기에 선 마주협회는 하루라도 빨리 수습에 나서야 한다. 조교사협회나 기수협회 역시 원활한 경마시행을 위해 각자의 자리에서 소신껏 임해야 함은 물론이다.
여러 악재 속에서 서로 간 발목잡기로 일관하기 보다 긍정적인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작 성 자 : 이희경 eheek@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