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마의 승군과 관련된 승부 지수를 따져라
경주마는 상금을 먹고산다. 그 상금에 의해 경주마의 승군이 결정된다. 국산마는 5군, 외국산마는 4군에서 시작해 1군까지 올라간다.
경주마는 대개 2∼3세에 데뷔해 4∼5세 때 절정기를 거쳐 6∼8세에 은퇴한다. 이는 말의 능력이 좋아야 가능하고 능력이 부진하면 그만큼 활동기간이 짧아진다.
경주마는 매 경주 전력질주를 전제로 경주에 출전해야 한다. 그러나 여기에도 고려해야 할 사항이 있다. 말의 나이에 맞춰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기를 원하는 마주는 말의 능력과 상대에 따라 경주의 완급을 조절한다는 점이다. 경주마의 가용기간을 최대한 늘리면서 상금을 벌어들이고 싶은 것이 마주의 경제논리다.
예컨대 5군에서 1위를 2회 해서 4군으로 올라가는 것보다는 1위 한번, 3위 두 번, 1위 한번을 기록하고 승군하는 게 훨씬 경제적이라는 얘기다. 상위군으로 올라갈수록 상대가 강하고 경주거리도 늘어나게 되므로 가급적 무리한 승부는 피하게 된다. 한국경마에서는 경주마의 가용두수 부족으로 이런 상황을 어느 정도 인정해주는 분위기다.
사실 경마의 축제인 경마대회에는 가능한 많은 경주마들이 출마등록을 해야하는 게 이론상의 논리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8일 열리는 SBS배에는 고작 8마리가 출마등록을 한 상태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상금의 규모와 구성에서도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경마대회에서 우승 가능성이 없으면 2∼3위를 하느니 강한 상대마가 빠져있는 일반경주에 나가서 우승을 하는 게 상금이 더 많다. 굳이 경마대회에 출전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물론 몇몇 외국산마의 점핑출전(자기 군이 아닌 한 군 위의 경주출전)이라는 예외적인 경우도 존재한다. 이들은 당장 상위군에 출전해도 우승이 가능한 개별수입마들에 한정돼 있다.
이렇기 때문에 승군한 후 첫 경주에 나설 때는 대체적으로 승부의지가 약하다. 이럴 때는 통상 ‘탐색’을 한다고 말한다. 다만 승군 후 첫 경기라 해도 ▲상대가 매우 약하거나 ▲큰 상금이 걸린 때 ▲휴장 직전 주이거나 ▲순위변경에 의해 승군이 늦어졌을 때는 예외적이라 할 수 있다.
예상지를 보면 경주마마다 수득상금과 함께 ‘1위 4군↑’ ‘3위 4군↑’등으로 표시돼 있다. ‘1위 4군↑’은 1위하면 4군으로 승군 한다는 표시다.
이 두 마리 중에는 ‘3위 4군↑’마가 승부의지가 더 높다고 볼 수 있다. 3위 이상을 하면 4군이 되므로 승군을 포기하지 않는 한 가능한 가장 많은 상금이 주어지는 1위를 해서 승군 하려고 할 것이다.
아무런 표시가 없는 말은 1위를 해도 승군이 안되는 말이다. 따라서 능력이 있다면 가능한 1위를 하려고 하므로 승부의지는 일단 높다고 봐야 한다.
그러나 외적인 승부의지가 강하다고 해서 모두 우승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아직 능력이 부진하거나 미지수인 경주마가 승부의지만 강하다고 해서 1위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할 수 없다. 결국 승부의지는 승군상황 외에도 훈련상황과 경주마 컨디션, 상금, 경주편성 등의 요인과 결부해 종합적으로 산정돼야 한다.
승군과 관련된 승부의지 예측의 한 예를 들어보자.‘3위 승군’에 훈련량이 구보나 습보 위주로 강도 높게 했다면 승부의지는 상당히 높다고 할 수 있다. 거기에다 출전마가 해당 마방 주력마이고 상대마들이 약하다면 승부의지는 훨씬 더 높아진다. 그 외에도 상금이 월 단위로 지급되는 현행 제도상 월말 경주는 상대적으로 승부에 대한 의지가 높게 나타나며, 어떤 기수를 기승시켰냐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서병기 스포츠서울 부장


작 성 자 : 서병기 eheek@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