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산업은 경제입니다.
  • 말산업은 문화입니다.
  • 말산업은 건강입니다.
PDF      

“마이카드는 참 좋은데, 쓸 수가 없네” 딜레마에 빠진 경마팬

    입력 : 2016.03.28 13:05

경마팬 박 씨가 본지에 제보한 사진. 아직 출발 전인 8경주에 베팅한 내역이 미적중으로 표기돼 있다.

잦은 전산 오류·느린 구동 속도로 신뢰도 지속적 하락
편리함과 불안함 사이에서 경마팬 고민 지속

경마팬 박 씨(50대)는 본장을 찾을 때마다 고민에 빠진다. 한 손에는 핸드폰, 한 손에는 마토를 들고 어느 방법으로 베팅해야 할지 한참을 망설인다.

박 씨는 경마공력 10년이 훌쩍 넘는 오랜 경마팬이다. 매번 마토를 통해 베팅을 해왔지만 혼잡한 창구에서 한참을 줄 서야 하는 고충, 베팅 때마다 생기는 종이 쓰레기, 수많은 인파 사이에서 마토를 잃어버리는 등 불편함을 겪어와야만 했다. 그러던 중 2015년, 모바일 베팅, 즉 마이카드앱 출시 소식을 들었고, 쌍수를 들고 가입에 응했다.

마이카드앱은 그간 박 씨의 불편함을 일소에 해소시켜주었다. 게다가 소액구매로 여러 승식을 구입하는 스타일의 박 씨에게 마이카드앱은 딱 맞는 옷 같았다. 그런데 왜, 박 씨는 마이카드앱을 통한 베팅을 망설이는 것일까.

박 씨가 마이카드앱을 이용하던 2015년, 아직 완전히 자리 잡지 못한 시스템 탓에 크고 작은 오류가 빈번하게 발생했다. 당시 박 씨는 직장 사정으로 주로 토요일에만 베팅하러 본장을 찾았는데 마이카드 구매 이력을 보니 해당 전 주 일요일 부경경주에 베팅한 내역이 표출되어있던 것. 그날의 베팅을 깔끔하게 마무리 짓고자 본장을 나올 때면 마이카드에 남아있는 전액을 환급받아왔기에 금전적 피해는 없었으나, 실명으로 가입한 자신의 계좌로 알 수 없는 내역이 표출됐다는 사실은 꺼림칙했다. 이에 대해 마이카드 센터나 PA를 찾아 이유를 물었으나 일시적인 전산 오류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피해액이 없었던 탓에 더이상 강한 주장을 펼 수는 없었지만 박 씨는 불안한 마음을 숨길 길이 없었다.

결정적으로 박 씨의 신뢰를 완전히 깨버리는 사건이 있었다. 11월 15일 서울 8경주. 박 씨는 여느 때처럼 추리내용과 예시장면을 보고 마이카드앱을 통해 1차 베팅을 한 뒤, 주로 출장장면을 보고 2차 베팅을 했다. 마감 직후, 경주마들이 출발대에 들어서기 전 마지막으로 자신이 베팅한 내역을 확인해보려던 박 씨는 마이카드앱에 표출된 내역을 보고 눈을 의심했다. 아직 출발도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박 씨가 2차 베팅한 내역이 모두 미적중 처리된 것이다. 확정 전까지는 모두가 공란이 되었어야 맞는 상황이었다. 당황한 박 씨는 해당 장면을 사진으로 촬영해놓은 뒤 떨리는 마음으로 경주를 지켜보았다. 그리고 과연, 박 씨가 2차 베팅한 내역은 모두 미적중되었다.

물론, 일시적인 전산 오류일 수 있었다. 하지만 출발도 하지 않은 말에 대해 미적중처리가 되어 나온다는 것은 충분히 의구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부분이었다. ‘마사회는 저 말들이 들어오지 않을 것이란 걸 미리 알고 있었단 말인가’ 물론 박 씨의 생각이 비약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자신이 추리하고 돈을 베팅한 경주에서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틀렸다는 소리를 들으면, 그 누가 기분이 좋을 수 있겠는가.

박 씨는 촬영한 사진을 갖고 또 한 번 마이카드 센터를 방문했다. 박 씨의 항의에 센터의 첫 반응은 “잘 모르겠다”였다. 만약 오류라면 왜 이렇게 표출이 되는지를 알려달라는 박 씨의 질문에도 대답은 마찬가지였다. 결국 박 씨는 대답 대신 마이센터 측에서 사과의 뜻이라며 전해준 휴대용 배터리와 양말세트를 받아오는 것으로 당시의 사건을 마무리 지어야 했다.

박 씨는 이후 마이카드앱을 지웠다. 하지만 마이카드앱이 지닌 편리함과 유용성은 확실했다. 그러다 2016년 박 씨는 문제점을 보완하고, 한 차례 업그레이드된 마이카드 2.0 출시소식을 듣고 또 한 번 믿어보기로 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전산 장애로 인한 경주 취소가 발생했다. 모바일앱과 거리가 있는 문제일지라도, 박 씨에게 “전산 장애”는 그동안 누적되어온 만큼의 무게로 다가왔다. 간편함이라는 장점으로 덮기에 불안함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박 씨는 “그동안은 사람이 하는 일이니 그럴 수 있다고 이해하고 참아보려 했다.”며 “하지만 넘어가는 것도 한두 번이다. 결국 전산장애로 인해 경주가 취소되는 모습을 보고는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고 생각해 이렇게 제보하게 됐다.”고 전했다. 박 씨는 본지에 제보하는 27일 당일에도 본장 내 다수의 인원이 밀집하며 구동속도가 더뎌졌고, 결국 베팅을 놓친 경우도 몇 차례나 발생했다고 토로했다.

이와 같은 사례는 비단 박 씨에게만 해당된 것이 아니다. 본지로 제보된 경마팬들의 불만 사례 중 상당수는 박 씨와 마찬가지로 이용객이 많아진 탓에 앱 구동속도가 현저히 떨어진다는 것이었다.

지난 20일, 연인과 함께 초보커플존인 놀라운지를 찾은 이씨(20대)는 안내에 따라 베팅방법을 알려주는 강좌를 들었다. 이씨는 “강좌가 끝나니 출구에 대기하고 있던 안내원이 이름을 적고 마이카드 가입을 도와주겠다고 했다.”며 “경마를 하려면 당연히 가입해야 하는 것인 줄 알았다.”고 전했다. 또 “알기 쉽게 되어있어 경마를 이해하기도 편했고, 태블릿 PC도 제공돼 좋다고 생각했는데 당시 사람이 많아서였는지 구매가 잘 안 되더라.”며 “도움을 구하려 찾아간 안내센터에는 이미 나와 같은 수많은 사람들이 길게 줄을 지어있었고, 안내원들은 적은 인원으로 그 많은 사람들을 상대하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었다.”고 당시의 상황을 회고했다.

마이카드 2.0은 시판되는 예상지에 버금갈 정도로 우수한 데이터와 체계화된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시각화된 정보들은 SF영화를 떠올리게 할 정도로 세밀하고 전문적이다. 앞서 언급됐듯 “편리성”은 마이카드앱이 가진 최고의 강점일 것이다. 하지만 반복되는 전산 오류와, 다수의 인원을 포용하지 못하는 현재의 시스템에서는 좋았던 마이카드앱의 이미지까지 실추시킬 수 있다.

갖고 있는 상품을 소비자로 하여금 갖고 싶게 만드는 것이 마케팅이다. 이미 충분히 매혹적인 상품을 개발한 만큼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인프라를 하루빨리 구축해나가야 할 것이다. 사감위가 전산발매와 마이카드 발매 비율 등으로 한국마사회를 압박해오고 있다는 사실은 경마팬들과 관계자들이 인지하고 있는 사실이다. 모바일 베팅부활을 위한 마사회의 노력에 응원을 보내는 이들도 다수다. 하지만 그러한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나 피해를 경마팬이 감수해야 할 이유는 없다. 고객중심경영의 태도와도 상반된 노선이 될 것이다.

경마팬 박 씨는 제보통화 말미에 “한국 경마의 앞날을 생각하면 신규팬의 유입도 중요하겠지만, 우리 같은 기존팬을 위한 일들도 많아지길 바란다.”며 바람을 전했다.

작 성 자 : 조지영 llspongell@krj.co.kr









SPONSOR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