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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말산업의 뿌리, 생산농가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입력 : 2025.06.25 11:43

국산 3세마 한정 경주인 KRA컵 마일(G2)에 출전하는 경주마들: 2025년 6월 부경 경마공원에 등록된 경주마의 수는 총 1,191두로, 그중 국산마 수는 1,105두(92.8

1993년 개인마주제 도입 이후 대한민국의 경마는 꾸준히 7조억 원대의 매출액을 기록하고, 국산마가 전체 경주마 수요의 80% 이상을 차지할 만큼 양적 성장을 이뤄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산업의 가장 근간을 이루는 경주마 생산 현장의 깊은 시름이 자리하고 있다. 계속되는 경영난과 합리적이지 못한 제도적 환경 속에서 국내 생산 기반이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단순히 개별 농가의 문제를 넘어, 한국 말산업의 침체를 불러올 수 있는 사안이다.

현재 생산 현장이 직면한 가장 큰 어려움은 경영 수지의 극심한 악화다. 최근 한국경주마생산자협회(회장 김창만)는 국회 간담회를 통해 현장의 절박한 상황을 호소했다. 김창만 회장은 "2014년과 견줘 사료비는 15.8%, 월 관리비는 34.5% 올라 전반적인 생산비용이 증가한 반면에 경주마 경매 평균가는 1.8% 오르는 데 그쳤다"고 밝혔다.

말을 한 마리 생산할수록 오히려 손해가 누적되는 구조가 고착화되면서, 김 회장은 "생산농가가 어려움을 겪으며 같은 기간 경주마 생산 마릿수는 12% 감소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2016년 1,422두에 달했던 연간 국산마 생산 두수는 2024년 1,140두까지 줄어들며 생산 기반 위축을 수치로 증명하고 있다.

소나 돼지 등 다른 축종은 가격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도축이나 처분을 통해 최소한의 자금 회수가 가능하지만, 김 회장은 "경주마 생산농가는 그렇지 않다"며 판로가 막혔을 때 모든 위험을 생산농가가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구조적 취약점을 지적했다.

이러한 경영난을 가중시키는 것은 타 축종과 비교되는 조세 제도다. 현행 부가가치세법상 종우(씨소), 종돈(씨돼지) 등 다른 축종의 종축 수입에는 부가세가 면제되지만, 유독 종마(씨수말)에만 10%의 부가가치세가 부과된다.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을 호가하는 우수 종마 도입 시 발생하는 막대한 세금 부담은, 국산마의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핵심적인 투자 활동을 심각하게 저해하는 족쇄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소득세법 시행령의 ‘농어가부업소득’ 비과세 혜택에서도 말 사육 농가는 배제되어 있다. 소 50마리, 돼지 700마리 등 타 축종은 일정 규모 이하 사육 시 소득세를 면제받지만, 말은 단 한 마리를 키워도 과세 대상이 된다. 협회 관계자는 "다른 축종과 달리 말 사육농가는 면세 혜택을 전혀 적용받지 못하고 있다"며 "관련 법규를 손봐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이는 영세한 소규모 생산농가의 경영 안정을 위협하고, 타 축산업과의 형평성에도 크게 어긋나는 불합리한 규제다.

이처럼 경제적·제도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생산 현장에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제도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최우선 과제는 불합리한 조세 제도의 정상화다. 생산의 근간이 되는 우수 종마 도입 활성화를 위해 종돈, 종우와 마찬가지로 종마 수입 시 부가가치세를 면제하고, 소득세법 시행령을 개정하여 영세 말 생산농가에도 농어가부업소득 비과세 혜택을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는 특정 산업에 대한 특혜가 아닌, 다른 축산업과의 형평성을 위한 조치다.

이와 더불어, 경마산업 전체의 선순환 구조를 회복하기 위한 정책적 지원도 절실하다. 생산농가들은 온라인 마권 발매의 매출 총량 및 구매 한도 규제를 완화하여 경마산업 전체의 수익 규모를 확대하고, 그 과실이 생산 부문까지 이어질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퇴역 경주마 복지 시설 확충 및 관리 비용 지원, 산통 수술 등 고가의 3차 진료비 지원, 경매 상장마 육성 훈련비 지원, 씨암말 도입을 위한 저금리 융자 지원 등 생산-육성-복지로 이어지는 전 단계에 걸친 실질적인 지원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나아가 국산마 우대 경주 편성 확대 및 상금 증액, 암말 한정 경주 확대 등 국산마의 가치를 높이고 암말 시장을 활성화할 수 있는 경마 제도의 변화도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지난 30여 년간 이어진 한국경마의 경주마 생산 기반은 타 경마시행국에 비해 짧은 역사를 지녔음에도 수많은 이들의 헌신과 노력으로 불모지에서 일궈낸, 한국 축산업의 소중한 자산이다. 경마산업의 근간인 생산 기반이 무너지면 한국경마의 미래도 쉽게 담보할 수 없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불합리한 규제를 혁파하고 실질적인 지원책을 마련하는 정부와 한국마사회의 정책 변화가 절실한 시점이다.

최현성 전문기자의 경마이야기는 말산업저널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