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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복권공화국 만들 셈인가…무소불위 ‘로또 카르텔’의 탐욕

    입력 : 2025.06.11 10:55


정부가 또다시 로또복권으로 복권열풍을 불러일으키려고 하는가 싶다. 로또 매출이 줄어든 것도 아닌데 당첨금을 늘려 ‘대박 심리’를 부추기겠다는 발상이다. 연간 7조 원대의 로또 매출에서 3조 원 넘는 복권기금을 걷어가며, 그 기금을 나눠 갖는 10여 개 정부 부처와 손잡고 복권시장을 키워온 복권위원회가 “기금 더 쓰고 싶다”며 시장을 더 키우겠다고 나섰다.

지난 6월 1일 뉴스1 보도에 따르면 복권위원회는 ‘당첨금이 너무 낮다’는 이유로 로또 당첨금 상향 방안을 검토하는 연구용역에 착수했다. 현재도 매주 수십 명이 1등에 당첨되며 실수령액은 4억 원 안팎에 불과하다 보니, “서울 아파트 한 채도 못 산다”는 불만에 정부가 발 벗고 나선 셈이다. 한마디로 “로또 당첨돼도 집 못 산다”며 더 큰 꿈을 꾸게 해주겠다는 발상이다. 과거 “인생역전 하려면 로또를 사라”는 구호가 이제는 “집 사려면 로또 사라”로 바뀐 꼴이다.

이는 단순한 정책이 아니라,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도박 장려이며 국가 주도의 ‘사행성 확산’이다. 복권기금 확대라는 미명 아래 당첨확률을 낮춰 초대박을 유도하고, 구매 편의성을 높이겠다며 인터넷 구매 한도 상향, 신용카드결제 허용까지 추진하고 있다. 이쯤 되면 대한민국은 ‘로또 도박공화국’을 향해 질주하는 중이다.

실제로 2024년 7월, 1등 당첨자가 63명이나 나온 제1228회차 로또에서는 인당 실수령액이 고작 3억 원 수준이었다. 이에 당첨금을 올리려면 당첨자 수를 줄이는 수밖에 없다. 이 말은 곧 로또 추첨 숫자를 늘려 미국의 ‘파워볼’처럼 당첨확률을 수천만분의 1로 떨어뜨리겠다는 의미다. 6/45 방식에서 5/69 6/70 같은 초고난도 추첨으로 바꾸고, 이월금 제한을 풀어 수백억 원의 초대박을 만들겠다는 시나리오다.

더 기가 막힌 것은 이러한 정책을 주도하는 복권위원회가 과거엔 복권과열을 진정시켰던 바로 그 조직이라는 사실이다. 2003년 로또 광풍 당시 복권 매출은 단숨에 4조 원을 넘었고, 사회적 논란이 커지자 정부는 복권 가격을 2천 원에서 1천 원으로 낮추고 당첨금 이월도 제한해 과열을 진정시켰다. 그랬던 정부가 이제는 정반대로 회귀해, 로또 당첨금 상향과 추첨방식 개편, 인터넷 구매한도 완화, 신용카드결제 허용 등 ‘사행성 전방위 확장’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 와중에 경마는 철저히 탄압당해왔다. 복권위원회(기재부),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사감위), 문체부(토토)가 손잡고 2008년부터 경마 매출총량을 줄이는 방식으로 복권과 토토에 시장을 넘겼다. 당시 7조 원이던 경마 매출은 20여 년이 지난 지금 6조 원대로 줄었지만, 1조 원대에 불과하던 복권은 현재 7조 원을 넘어섰고, 체육진흥투표권(토토)은 무려 6조 5천억 원을 찍으며 경마를 추월했다.

사감위는 ‘도박중독 유병률’이라는 잣대로 경마를 죄어왔다. 판매점 신설을 억제하고, 전자마권 발매를 강요하고, 교차투표를 막아 경마의 시장 확대를 원천 차단했다. 반면 복권과 토토는 유병률이 낮다는 이유로 제한 없이 성장시켜 왔다. 결국 정부는 ‘사행성 산업 간 차별’을 스스로 정당화하며, 복권과 토토에 특혜를 몰아준 것이다.

이번 로또 연구용역도 ‘답정너’ 형식일 가능성이 높다. 기재부 산하 복권위원회는 지난 5월, 한국조세재정연구원에 ‘복권 수요자 인식 및 행태의 변화에 따른 복권 발행·판매 제도 개선 방안 연구’를 발주했다. 용역 기간은 9월 21일까지로, 조사 항목엔 당첨금 상향, 추첨방식 개편, 신용카드결제 허용, 인터넷 구매한도 상향 등이 포함돼 있다.

이는 마치, 과거 2003년 407억 원의 역대최고액의 로또 당첨자가 나온 때처럼 전국민의 ‘한탕 심리’를 자극해 복권시장을 10조 원대로 키우려는 ‘복권공화국 구축 지침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도박중독 우려는 무시되고, 인터넷로또 당첨방식변경과 신용결제 허용이 도입된다면, 가계부채와 중독문제, 사행성 확대는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것이다.

복권이 선(善)이고 경마는 악(惡)이라는 이분법은 거짓이다. 진짜 문제는 복권위원회라는 거대 권력기관을 감시·견제할 장치가 없다는 데 있다. 복권 카르텔은 복권기금이라는 어마어마한 재원을 무기로 정책을 좌우하고, 사감위조차 이를 제어하지 못하는 무소불위의 존재가 돼버렸다.

복권과열이 부른 ‘인생역전’ 신화는 국민을 중독에 빠뜨리고, 사행산업을 기형적으로 재편한 주범이 됐다. 로또복권 확대를 위한 이번 연구용역이 ‘국가 주도의 도박중독 프로젝트’가 되지 않도록, 우리는 지금이라도 이 탐욕의 흐름을 막아야 한다.


김종국 정책학박사, 사행산업정책연구소 대표, 전 한국마사회 상임이사 경마본부장

김종국 전문기자의 경마이야기는 말산업저널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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